여행은 일상에서 해방돼 낯설음을 찾아가는 여정

여행은 일상에서 해방돼 낯설음을 찾아가는 여정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1.02.0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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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 여행] <122>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포항・섶섬・문섬・범섬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여행은 일상에서 해방돼 낯설음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에 무딘 사고가 산산이 부서질 때 맛보는 환희와 감동은 여행자의 기쁨이요 축복이다. 서귀포는 언제든지 훌쩍 떠나 찾아가도 늘 새롭고 정겨운 곳이다.

서귀포 주상절리
서귀포 주상절리

서귀포 매력은 칠십 리 해안절경에 있다. 해안선이 뿜어내는 자태와 신비는 호텔 테라스 앉아 바다를 바라봐도, 바닷길과 방파제를 홀로 걸어도, 기암괴석과 파도소리, 손에 잡힐 듯 출렁이며 다가온 섬 풍경은 가히 매력만점이다. 물결이 거칠지 않으면서 독특한 해양문화에 대한 감동은 저마다 즐기고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제주도 관광개발 때 일급호텔들이 서귀포 해안에 터를 잡았다는 사실로도 잘 방증한다.

제주 남쪽의 서귀포는 해안선이 35㎞이고 7개의 무인도가 있다. 서귀포항은 제주특별자치도 제2의 항구이자 무역항이다. 화물수송 거점항이고 제주삼다수가 육지로 수송하는 첫 출발지다. 제주남부 연근해 어선들의 모항이자 어업전진기지다. 유람선과 관광용 잠수정이 출발하는 항구다.

서귀포항 바로 앞에 문섬이 있고 항구 안에 새섬이 있다. 이 두개 섬은 서귀포항의 천연방파제 역할을 한다. 새섬과 제주도 본섬은 동방파제로 연결돼 있고 새섬은 남방파제가 뻗어있다. 주요 부두 역할은 동방파제 쪽에서 담당한다.

섶섬
섶섬

서귀포 앞바다에는 해양도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인 섶섬, 문섬, 범섬 등 3개의 섬이 있다. 이 들 섬은 50만 년 전후에 생성됐다. 제주도 대부분 기반암석이 현무암인데 반해 이 섬은 독특한 형태의 조면암으로 구성돼 있다.

섶섬은 서귀포 보목포구에서 4km 지점에 있다. 섬 면적 142.612㎡, 해발 159.2m. 나무가 많아 설피섬으로도 불린다. 천연기념물 제18호인 섬에는 상록수림에 180종의 식물이 자란다. 난대식물 집합지이고 천연기념물 파초일엽 자생지다. 해안에는 홍귤이 많고 다양한 어종이 분포해 연중 낚시꾼들이 찾는다.

문섬은 서귀포항 남쪽 1.3㎞ 지점에 있다. 섬에 아무 것도 없는 민둥섬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면적은 96.833㎡, 해발 85.7m. 상록활엽수림 섬에는 매와 동박새, 직박구리가 살고 바다에는 산호류가 많이 서식한다.

문섬 하얀등대
문섬 하얀등대

문섬은 서귀포항 관문이다. 그래서 뱃길을 밝혀주는 하얀 등대가 서있다. 등대는 제주도 문화재기념물이다. 서귀포항 남쪽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귀항할 때 제일 먼저 찾는 목표물이 문섬 등대다. 이 등대의 공식 명칭은 녹도등대다.

녹도등대는 특히 밤에 선박 충돌의 위험이 높아서 더욱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남쪽에서 들어오는 선박들을 위한 등대여서 서귀포항 쪽에서 보면 등대 끝자락만 보인다. 아주 작게 보이는 등대지만 섬의 정상부인 81m 지점에 우뚝 서 있고 등고가 96m다. 등탑 자체 높이는 9.5m로 6초에 1회씩 하얀 불빛을 쏘아준다. 불빛이 비추는 거리는 30.6km에 이른다.

문섬 뒤로 남방파제등대와 동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주고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들을 마지막으로 안내한다. 동방파제등대는 빨간색 등대로 선박이 서귀포항으로 입항할 때 기준이 되는 항로표지다. 등대불빛을 4초에 1회씩 빨간색 불빛으로 28.8km 해역까지 비춰준다. 남방파제는 흰색 등대로 선박이 출항할 때 기준으로 삼는다. 등대불빛은 4초마다 1회씩 녹색 불빛을 비춰 등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등대불빛은 14.4km까지 가 닿는다.

빗자루해송(사진=해수부 제공)
빗자루해송(사진=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는 2월, ‘이달의 해양생물’로 문섬에서 서식하는 ‘빗자루해송’을 선정했다. 빗자루해송은 흰색과 밝은 녹색을 띄는 긴 가지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전통 빗자루를 연상한다. 빗자루해송은 문섬의 수심 20~50m 깊이의 암반에서 화려한 산호와 군락을 이뤄 서식한다. 국제적 희귀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II급으로 지정돼 있다. 문섬은 스쿠버다이빙과 낚시 명소다.

범섬은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 해상에 있다. 범을 닮았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면적은 93.579㎡, 해발 87.2m. 천연기념물 제215호 흑비둘기가 서식한다. 범섬은 흑비둘기 서식・분포의 남한계선이다. 바다는 연성산호 군락지다. 학술적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이 다수 서식하는데 특히 우리나라 특산해양생물 신종, 미기록종이 다수 출현하고 있다.

범섬은 유람선을 타고 둘러 볼 수 있다. 해안선 기복이 심하고 암초가 많다. 그래서 참돔, 돌돔, 감성돔, 벵어돔, 자바리 등이 많이 잡힌다.

범섬
범섬

범섬은 역사의 격전지이기도 했다. 고려 1374년, 최영장군이 몽고족 목포(牧胡)들이 일으킨 ‘목호의 난’ 때 전함 314척에 병사 2만5605명을 거느리고 마지막으로 섬멸, 102년 몽고지배의 종지부를 찍었다.

범섬에는 해식 쌍굴이 뚫려있다. 이 굴과 관련한 전설 속의 설문대할망은 백록담을 베개로 삼아 누으면 고근산에 허리가, 범섬에는 다리가 닿았는데 발가락에 의해 쌍굴이 형성됐다. 이 굴은 범의 콧구멍을 닮아 ‘콧구멍’이라 부른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화 속의 여신이다. 제주도에 360개 오름이 있는데 오름은 ‘산’,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한라산이라는 큰 화산체 측면의 중턱, 산기슭 주위에 기대어 형성된 소형화산체를 기생화산, 측화산이라고 부른다. 이 기생화산들은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 때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는데 치마의 터진 구멍으로 새어나간 것이고 마지막 날라 부은 것이 한라산이라는 게 설화의 줄거리다.

섶섬・문섬・범섬 등 3개 섬은 천연기념물인 만큼 출입이 금지돼 있고 관광크루즈와 해저잠수함을 통해 주변 해역과 바다 속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올레 7코스 해안길
올레 7코스 해안길

서귀포 앞바다에 새섬도 있다. 면적 104.581㎡, 해발 17.7m. 초가지붕을 엮을 때 사용하는 띠(새)가 많이 생산돼 ‘새섬’이라고 불렀다. 한문표기로 초도(草島) 모도(茅島)다. 새섬에는 새섬목, 자릿여, 섯자릿여, 새섬뒤, 노픈여, 안고상여, 담머리코지, 모도리코지 등 바위섬이 있고 간조 때 새섬목으로 섬에 들어갔는데, 2009년 서귀포항과 새 섬을 잇는 새연교가 개통돼 지금은 쉽게 섬으로 갈 수 있다. 새연교를 건너면 음악이 흐르는 뮤직벤치가 있고 1.2㎞ 산책로, 포토존 등이 있다.

이들 섬을 조망할 수 있는 바닷길이 올레길 7코스다. 올레길 해안선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해식동굴이 연이어 펼쳐진다. 대표적인 기암괴석이 외돌개. 외돌개는 바다에서 20m 높이로 솟아난 돌기둥이다. ‘장군석’, ‘할망 바위’라고도 부른다. 최영장군이 원나라와 싸울 때 이 바위를 장군처럼 꾸며놓아 적군을 자멸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외돌개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측면에서 보면 사람 얼굴을 닮았다. 외돌개 꼭대기에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외돌개는 올레길 7코스 시작점이다. 연계 여행을 계획한다면 서귀포 좌측으로 남원해안도로, 표선해안도로, 신양해안도로, 성산해안도로, 우도 코스가 있다. 우측으로는 중문해안, 용머리해안, 송악산과 마라도 코스가 있다.

서귀포로 가는 길은 김포~제주 간 항공편 이용 후, 제주공항에 공항리무진 6000번 빨간색 버스를 이용하면 서귀포 유명호텔과 주요 관광지를 경유한다. 제주공항에서 181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201번, 231번, 232번 버스를 이용하면 서귀포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제주관광공사(064-74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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