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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법관탄핵은 사법개혁의 첫걸음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1.0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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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으로 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실시된다. 박근혜정부 시절 사법농단으로 재판중인 임성근판사가 대상이다.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은 161명으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여했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151명 이상)를 넘겨 무난히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탄희 류호정 강민정 용혜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성근의 명예로운 퇴직은 국민과 판사들에게 ‘판사는 어떤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사법농단 반헌법행위자인 임성근 탄핵소추는 법원을 다시 국민의 신뢰라는 품안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를 거쳐 4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판사에 대한 탄핵사유는 ‘재판 개입’이다. 임판사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2015년 쌍용차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사건, 유명 프로야구선수에 대한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등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재판관여 행위를 “위헌 위법한 행위”라고 명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재판이 줄줄이 남은 상황에서 위기감 조성용”이라는 주장이다. 배준영 대변인은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판결을 한 판사는 탄핵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관들의 숨통을 움켜잡겠다는 여당의 검은 속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탄핵대상인 임판사에 대해서도 “다음달이면 법정을 떠나는 일선판사에 대한 탄핵이 실익이 있느냐”고 감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명수대법원장 탄핵추진을 논의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탄희의원은 판사시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제보한 내부고발자였다. 법원은 세차례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진상규명이나 책임추궁은 없었다. 관련법관들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법원은 줄줄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일부 판사들이 탄핵을 주장했다.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재판독립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여부를 떠나 위헌적 행위였음을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 형사절차와는 별개로 헌법이 정한 탄핵절차 진행을 촉구해야 한다.”
탄핵을 주도한 이의원은 단호하다. 이의원은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는 헌법을 위한 것”으로 “임성근판사가 저지른 재판독립 침해행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원은 “임판사는 법원도 판결을 통해 ‘재판독립을 침해한 반헌법행위자’로 공인한 사람”이라며 형사재판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헌법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 직무유기로 재판독립을 침해한 비위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하고 전관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 나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도 사법농단관여 법관들의 탄핵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사법농단이 드러난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사태를 해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법농단관여 법관들은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았고 몇몇은 퇴직후 전관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반면 세월호 유가족,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ktx 해고승무원 등 사법농단 피해자들은 아직도 투쟁중이다. 참여연대는 “피해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무사하다”며 국민이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탄핵소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법관탄핵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106조 제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관의 독립을 위해 신분을 엄격하게 보장하면서도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제1항) 법관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선거로 선출되지는 않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따라서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탄핵소추로 법관을 견제할 수 있다. 탄핵사유의 정당성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
판결이 정권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법관을 탄핵할 수는 없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교수에게 징역4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탄핵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에 대한 논란이 이를 말해준다.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관을 탄핵하자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이유로 탄핵대상이 된다면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은 특정판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임판사는 재판장에게 판결문 수정을 요청하여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이유이다.    
사법농단 해결과 사법개혁은 정치세력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사법불신을 해소하고 정의롭지 못한 판결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필수과제이다. 그러나 법원은 형식논리적 판결과 솜방망이 징계처분으로 일관하며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에 미온적 모습을 보여왔다. 1심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회가 탄핵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게다가 법원은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판사들이 재판을 맡도록 했다. 일종의 면죄부였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엄청난 사건이 ‘태산명동서일필’이 된 셈이다.
법관은 직무상 중대한 실책이나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더라도 ‘1년이하 정직’이 최고 제재이다. 따라서 탄핵은 현행법상 법관의 신분을 박탈하고 징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사법 역사상 법관이 탄핵된 경우는 한차례도 없다. 실책이나 명백한 잘못이 있어도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용인돼온 셈이다.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며 자정에 실패한 만큼 입법부가 견제에 나서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당연한 책무이자 권한이다. 그러나 국회는 미온적으로 시간만 질질 끌었다. 지난해말 임성근판사가 2월28일자로 퇴직한다는 소식이 들려진 뒤에야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제 국회는 법관탄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의결이 빠르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임성근 판사가 탄핵을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사실관계부터 조사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임판사는 “1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1심판결의 일부 문구만 근거로 탄핵의 굴레를 씌우려는 것은 개인을 넘어 전체법관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국회의결이 성사되더라도 헌재심판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사법농단은 사법신뢰를 무너뜨려 사법개혁의 시급함을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피해 회복, 재발방지 대책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기소된 법관들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법관탄핵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사법개혁의 첫걸음일 뿐이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제도적 검찰개혁은 완성됐다. 그러나 사법개혁은 오리무중이다. 국회는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책 마련, 법원조직법 개정 등 사법개혁에도 나서야 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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