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내음 뭉게뭉게 피어나는 보랏빛 향기 가득한 섬

갯벌내음 뭉게뭉게 피어나는 보랏빛 향기 가득한 섬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0.12.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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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 여행] <116회> 전남 신안군 안좌면 안좌도・반월도・박지도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안좌도는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21㎞ 떨어진 섬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차도선으로 1시간 소요된다. 목포에서 압해대교~천사대교~암태도~중앙대교~팔금도~신안제1교~안좌도로 연이어 다리가 연결돼 있어 공영버스(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승용차로 건너갈 수 있다.

면 소재지인 안좌도는 89개 섬으로 이뤄졌고 유인도가 6개다. 섬 면적은 59.87㎢로 우리나라 섬 가운데 14번째로 크고 신안군 14개 읍면 중 3번째로 크다. 인구는 자라도 275명을 포함해 총 2980명이 거주하고 넓은 간척지로 인해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면서 염전과 김 양식 등을 겸해 소득이 높은 편이다. 특산물은 쌀, 마늘, 양파, 낙지, 왕새우다.

비트밭
비트밭

안좌도 겨울들판은 싱싱한 푸른 채소가 가득해 눈길을 끌었다. 비트 붐이 일고 있었다. 비트는 여름에 파종해 겨울재배 후 12월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해풍 맞고 자란 비트는 당도가 높고 맛도 특이해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주로 샐러드용으로 소비되는데 비타민C와 수분이 풍부하고 달콤하면서도 열량이 적어 피부미용, 다이어트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천사대교에서 팔금도, 팔금도에서 다시 안좌도를 잇는 다리가 신안군 최초의 연도교인 신안1교다. 이 다리는 1990년에 완공됐는데 연도교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안좌도사람들은 ‘안팔교’, 팔금사람들은 ‘팔안교’로 짓자는 논란이 계속되자 군에서 ‘신안제1교’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팔금도와 안좌도를 잇는 연도교 신안제1교
팔금도와 안좌도를 잇는 연도교 신안제1교

연도교 아래 첫 마을이 읍동마을. 마을 위치가 골짜기 안이라 해서 ‘골안’이라고 부르다가 읍동으로 개칭했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배가 드나들던 포구와 나루가 발달했다. 읍동항에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서양화가 김환기 화백이 읍동리 출신이다. 김환기고택은 여행코스이고 화가의 마을답게 담벼락, 선착장, 마을회관, 창고와 시멘트 담장들이 바다색의 벽화로 단장돼 있다.

두리마을은 둥근 산 아래 마을이 위치한다 해서 두루메라 부르다가 두리, 두리마을로 불린다. 소곡마을은 넓은 들이 있고 마을 뒤에 골짜기가 있어 ‘바실’이라고 부르다가 소곡리로 개칭했다.

두리포구
두리포구

안좌도 본섬이 두리마을이다. 이곳에서 박지도와 반월도에 이르는 1.4km의 목교, 퍼플교가 이어진다. 퍼플교 폭은 1.8m. 지난 2007년 설치한 이 목교 하단에는 두 섬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도관이 연결돼 있다. 밤에 퍼플교 오색등이 켜지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교 아래서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고 섬과 선착장 주변에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박지리’ 유래는 지형이 박(바가지) 형국이어서 바기섬, 배기섬, 배기라 부르다가 박지리로 개칭했다. ‘반월리’는 지형이 반달형이어서 반월이라 부르다가 가장 큰 마을이란 뜻의 큰몰, 대리로 불러왔다.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슬픈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섬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젊은 스님과 비구니가 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에게 가는 길이 밀물에 막히고 썰물 때는 갯벌이 허벅지까지 빠지면서 막히기 일쑤였다.

눈 쌓인 퍼플교(사진=신안군)
눈 쌓인 퍼플교(사진=신안군)

두 사람은 망태기에 돌을 담아 갯벌에 붓기 시작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된 연인은 사랑의 돌무더기 길로 인해 갯벌에서 두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는 사이 다시 밀물이 들어오고 헤어졌다는 것이 줄거리다. 신안 갯벌에는 이런 노두길이 많은 편인데 이곳에는 그 흔적은 사라지고 무심한 갯벌만 넓게 펼쳐져 있다.

형제섬으로도 불리는 반월·박지도에는 흰 눈에 쌓여 있었다. 이들 섬은 지난 8월 퍼플섬 선포식 후 100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 섬은 홍콩 여행 잡지와 독일 위성방송에도 소개됐다. 행안부가 꼽은 걷기 좋은 곳이자 전라남도의 가고싶은 섬으로도 선정됐다.

반월도, 퍼플교, 박지도까지 7.6㎞의 해안산책로는 다시 박지산 4.4㎞까지 이어져 트레킹코스를 완성한다.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테마섬 퍼플섬 만들기는 신안군이 지난 2012년 9월 반월도에 500년 수령의 팽나무와 느릅나무 자생지를 중심으로 라일락과 보라색 다년생 화목류 등을 심어 연중 꽃향기가 피어나는 섬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박지도 전경
박지도 전경

2015년까지 5년 동안 라일락, 오동나무 등 화목류와 라벤터, 창포, 등 보라색 꽃을 피우는 초화류 20만여 그루를 뜨락공원, 퍼플가로수길, 수변공원 등으로 만들어 생태관광 섬으로 면모를 갖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천 평의 바닷가 언덕배기는 온통 보랏빛 라벤더정원으로써 꽃향기와 갯벌내음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런 보랏빛을 주제로 한 섬인만큼 퍼플섬의 진면목은 아무래도 봄여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두리마을에서 박지도와 반월도를 연결하는 1462m 테크 목교가 설치됐다. 다리 위를 걸으면서 갯벌체험 등 해양생태 환경을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난 8월 12일 박우량 신안군수, 김혁성 군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월도·박지도를 퍼플섬으로 선포했다. 지금까지 퍼플섬에 투자한 예산은 68억 원이다. 보라색을 주제로 한 섬인만큼 바다로 가는 길, 나무다리와 마을지붕, 작은 창고의 벽, 주민들 앞치마와 식기, 커피잔까지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보라색 퍼플교 조명은 야간에 바닷물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두리선착장에서 왼쪽 편의 섬이 박지도다. 박지도는 조용히 걷기에 좋은 해안산책로가 있다. 오른편 섬이 반월도인데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도로가 있다. 반월도 서남쪽에는 600년 전 주민이 입도하면서 심었다는 당숲이 있다. 300년 이상의 팽나무 숲과 후박나무, 느릅나무가가 방풍림을 이룬 숲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섬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안좌도 지주식 김 양식장
안좌도 지주식 김 양식장

안좌도는 8개의 ‘신안 섬 자전거길’ 코스 가운데 5코스에 해당한다. 5코스 팔금도・안좌도 구간은 읍동항~김환기생가~서근등대~채일봉전망대~퍼플교~복호항 코스다. 신안군 대표 걷기여행 코스이기도 한 안좌 박지·반월도 구간은 총 2시간 30분 소요된다. 박지도는 두리~박지산 코스로4.4km, 반월도는 두리~퍼플교~어깨산까지 6.4km, 박지·반월도 전체코스는 9.6km 코스다.

섬 안에는 20여개의 민박과 펜션이 갖춰져 있고 캠핑장도 있다. 식당 역시 20여개에 이르고 특산물 직판장도 있다.

섬 연계 여행 코스로는 주변에 암태도, 팔금도,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장사도가 있고 인근 시군으로는 목포와 해남권을 추천할 수 있다.

안좌도・반월도・박지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서울~서해안고속도로~무안광주고속도로~김대중대교~천사대교~두리선착장 코스다. 대중교통은 시외버스의 경우 서울・광주・목포에서 암태도 남강선착장까지 운행한다. 여기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목포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2004번이 읍동사거리까지 운행한다. 여기서 마을버스를 탑승하면 두리선착장에서 하차한다. 문의: 신안군 관광협의회(061-262-3003)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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