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3개 권력기관 개혁 입법 마무리…미흡한 부분 보완해야

<김주언 칼럼> 3개 권력기관 개혁 입법 마무리…미흡한 부분 보완해야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12.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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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던 3개 권력기관의 개혁은 완성될 것인가. 연말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를 이어 국정원법과 경찰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처장 추천에 난항을 겪었던 공수처는 내년초 정식 출범한다. 국정원법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경찰법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분리가 주요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말 공수처법이 제정된 이후 야당의 비토권으로 공수처장 추천에 난항을 겪었다. 국회추천 시한인 7월말을 넘어서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민주당 주도로 비토권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 내년초 공수처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민주화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검찰의 행태가 제어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수사 및 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1996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과 대법관, 지방자치단체장, 검찰총장 및 판사와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이 망라돼 있다. 그중에서도 검찰 등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다. 문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도 공수처를 공약했다”며 “그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되었더라면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없는 권력, 성역없는 수사로 우리사회가 더 청렴해지기를 바란다면,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은 그동안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수처는 검찰 내부비리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이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검찰이 공수처 설치에 극구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벌여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 공수처는 검사가 25명에 불과하지만, 검찰은 2300명의 검사를 거느리기 때문이다. 막강한 검찰권력을 견제하는 기구가 이제야 설립된 것이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 경찰이관이 핵심내용이다.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국내정치에 관여해온 싹을 잘라버리는 조치이다. 또한 직무범위에서 보안정보와 대공 등 불명확한 개념을 삭제했다. 해외정보활동 등 국가이익과 관련된 분야에 충실하도록 한 조치이다. 다만 대공수사권 이관은 시행을 3년 유예하고 수사권이 이관돼도 대공 조사권은 남겨 두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공수사권을 차질없이 이관하고 안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체계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은 거세다. 대공수사권을 3년 유예한다는 합당한 근거가 없는데다 3년뒤 상황을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대공수사권 이관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사법통제를 받지 않는 조사권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직무범위에서 국내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수사권이 유지되면 불법사찰과 간첩조작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락치를 활용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고 불법사찰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대공수사권의 즉각이관을 촉구했다. 
경찰법은 전면 개정됐다. 경찰조직은 내년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수사경찰로 나뉜다. 국가경찰은 경찰청장 지시를 받지만 자치경찰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 감독한다. 자치경찰은 주민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학교폭력 등을 담당한다. 국가경찰은 정보 보안 외사 경비 등 임무를 맡는다. 수사경찰은 범죄수사를 맡는다. 역할은 구분되지만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업무혼선을 줄이고 조직 및 시설의 신설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국가수사본부는 대공업무도 넘겨 받는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 외에는 경찰청장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다. 본부장은 정치적 중립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보경찰은 존속한다. 다만 수집정보를 공공안전과 관련한 것으로 제한하고 정치정보를 수집하면 5년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강제수사 등 수사전반에 대해 엄격한 내외부 통제제도를 도입해 수사품질 및 인권보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제도화해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행정을 구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경찰 직장협의회와 반부패협의회 등 내외부 통제기능을 강화하고 사건심사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권력기관 개혁입법이 마무리되면서 경찰의 역할과 권한은 막강해졌다. 그러나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경찰을 분리하지 않아 경찰조직은 ‘한지붕 세가족’이 된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3년뒤에는 대공수사권도 넘겨받는다. 이처럼 ‘공룡경찰’이 되지만 견제장치는 미흡하다.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경찰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독립적 감시기구인 경찰인권감찰옴부즈맨 설치 등이 입법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무늬만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여 정보수집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경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범죄수사와 무관하게 정권의 입맛에 따라 통치자료를 수집생산하는 정보경찰을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막강해진 경찰권한을 분산하고 통제하는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를 명분으로 시민사회와 소수정당을 배제한 채 경찰 등 이해관계자들만의 입장을 반영해 경찰법을 처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경찰의 폐해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명박·박근혜정권 때는 친정부 댓글작업에 동원됐다. 직접 선거에 개입하기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보경찰은 나경원후보의 ‘비선캠프’ 역할을 자임했다. 야당후보 동향파악, 시민단체 사찰, 선거판세 분석, ‘나경원 귀족 이미지’ 희석 방안, 선거전후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안까지 담긴 내부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보경찰의 일그러진 행태는 박근혜정권 때도 지속됐다. 2016년 총선때는 호남을 제외한 전국 지역구에서 선거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정보경찰은 범죄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직도 활동중이다. 언론사 등에 드러내놓고 출입하지는 않지만, 정보수집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증권가 등에 나도는 지라시가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시민사회의 우려도 이 부분에 집중된다. 수집정보를 공공안전과 관련한 것으로 제한했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3개 권력기관의 개혁은 오랜 숙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대로 오랫동안 권력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침해를 겪어왔던 국민으로서는 역사적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개혁취지가 훼손된 부분도 적지 않다. 앞으로 법률개정 등을 통해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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