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코로나19 음모론을 다룬 다큐영화 ‘홀드 업’

<김주언 칼럼> 코로나19 음모론을 다룬 다큐영화 ‘홀드 업’

  • 기자명 김주언
  • 입력 2020.11.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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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신종플루가 세계를 덮쳤을 때 퍼진 음모론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플루를 퍼뜨려 인구증가를 억제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았다.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약회사 등에서 돈을 벌기 위해 독감을 과장하여 세계인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유언비어도 돌았다. 세계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이다. 감염자가 실제보다 높게 발표되고 있다는 설은 물론, 중국 또는 미국 제조설도 나돌았다. 심지어 5G모바일 기술이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황당한 음모론도 나왔다.
최근 프랑스에서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홀드 업’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음모론의 종합판이다. 5000여명의 클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돼 11일 공개된 영화는 24시간도 되지 않아 페이스북 등에서 삭제됐다. 유튜브에는 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출시된 지 5일만에 250만명이 관람했다. 소피 마르소 등 프랑스 유명인들은 SNS를 통해 응원메시지를 보냈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피에르 바르네리아가 만든 2시간43분짜리 영화는 전반부에서 프랑스 정부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후반부에는 팬데믹을 이용하려는 세력의 기획이라는 음모론이 나온다.
영화는 “무서운 건 바이러스가 아니라 정부”라고 꼬집는다. 마크롱 대통령이 봉쇄령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반복한 말을 근거로 들었다. “권력자가 전쟁이라는 수사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 각별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권력남용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는 사인이다. 인류학자 장 도미니크 미셸은 “마치 바이러스가 우리의 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인류는 태초부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다”며 “바이러스와 함께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뿐”이라고 말한다. 결코 바이러스를 절멸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등장한다.
신종플루 유행당시와 마찬가지로 WHO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다. 코로나19 위험을 과장되게 예측해 회원국들이 잘못된 대책을 세우게 하거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제약업계의 영향력에 따라 ‘팬데믹을 만들어냈다’는 의심이 그것이다. WHO는 회원국 회비보다 다국적 제약업계나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재단(빌 게이츠, 록펠러) 등 민간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값싼 약은 외면받고 새로 만든 비싼 약들이 권장된다는 의혹도 내세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부정부패의 온상이 제약업계라는 것이다.
후반부의 음모론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예언자 또는 기획자를 제시한다. 미국 CIA와 록펠러재단, 빌 게이츠 등이다. 2009년 발간된 CIA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다. 세계적 전염병으로 변이될 위험이 있는 질병으로 판명날 것이다. 바이러스는 다른 대륙으로 전달된다. 치료제나 백신의 부재, 집단면역의 부재로 많은 인구가 감염에 노출된다. 세계적 차원의 경제적 손실이 이어지고, 수억명에 달하는 인류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2010년 록펠러재단이 발행한 ‘테크놀로지와 국제적 개발의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에서도 비슷한 구상이 펼쳐졌다. “세계인구의 10%를 감염시키고 800만명이 불과 7개월만에 사라질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15년 강연에서 “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은 핵무기도 기후변화도 아닌, 전염성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나노기술 대학 연구소 언론 제약회사 몬산토 유전공학 등에 집중 투자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리셋시킬 날을 기다려왔던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보스 포럼은 2020년 아젠다로 ‘그레이트 리셋(The Great Reset)’을 내세웠다. 이들은 화폐금융 및 산업 시스템 등을 변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가 인간을 대신하고 5G를 바탕으로 한 비대면-디지털 시스템을 안착시킨다. 인간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축적돼 통제와 감시사회로의 진입을 예고한다. ‘새로운 질서(New Order)’를 구상하는 사람들이 설계하는 시스템은 디지털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는 세상이다.
사회학자 모니크 팽송 샤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3차 세계대전’으로 비유한다. 슈퍼리치들이 빈곤층을 향해 벌이는 계급전쟁이라는 뜻이다. 3차 세계대전의 희생양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슈퍼리치들은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한 의도로 팬데믹을 기획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의 발달로 더이상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일할 수 없는 배고픈 입들을 먹여 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음모론은 격동기나 혼란기에 유포된다. 특히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할 때 스며든다. 배후에 권력이나 비밀단체의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상력에 의존한 음모론은 가정과 비약이 날줄씨줄로 엮어져 만들어진다. 사건발생 당시 간과됐던 일부 사실을 맹신하고 근거로 삼기도 한다. 대부분 음모론은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매독을 연구하기 위해 가난한 흑인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는 음모론은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음모론으로는 ‘9.11테러 자작설’이 있다. 미국 정부가 2001년 알 카에다의 테러계획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 골자다. 한발 더나아가 미국 정부가 테러를 계획 집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체인지(loose change)’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우주선 아폴로11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고 세트장에서 연출했다는 음모론도 인터넷을 떠돈다. 심지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특정지역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고의로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부분 그럴듯한 근거와 내용으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코로나19 음모론도 환자발생 초부터 극성을 부렸다. 음모론이 나올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세계 곳곳에서 수천만명이 감염돼 수백만명이 사망하는 지구촌 재앙이다. 하지만 아직도 바이러스 출처가 규명되지 않았다.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직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온갖 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빈부의 양극화가 가속화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다. 반면 이를 계기로 부를 거머쥐는 세력도 있다.
코로나19 음모론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앞장서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이 만들어 퍼뜨렸다며 ‘중국 바이러스’로 불렀다. 심지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선거유세에서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몰려들기도 했다. 결국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세계 최대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과학적 사실보다는 음모론에 빠져 방역과 보건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한때 음모론이 기승을 부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음모론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좋다. 음모론에 빠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음모론을 ‘지적 욕설’로 규정했다. “누군가 세상 일을 자세하게 알려고 할 때 방해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는 것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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