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종전선언, 1억 세계시민의 힘으로

<김주언 칼럼> 종전선언, 1억 세계시민의 힘으로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8.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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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지난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일부터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휴전에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이다. 국내외 단체들이 참여했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진행된다. 전세계 1억명의 서명과 선언을 받아 남북한 및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관련국 정부와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명운동을 비롯해 시민평화로비 시민평화대화 시민평화행동 시민문화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향한 세계시민의 열망을 연결해나갈 계획이다.
캠페인에는 7대 종단을 비롯해 전국 324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다. 각계 인사 463명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19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국제평화국(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과 국제여성자유평화연맹(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 WILPF),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GPPAC) 동북아시아위원회, 위민 크로스 디엠지(Women Cross DMZ), 미국의 피스 액션(Peace Action), 몽골의 블루 배너(Blue Banner NGO), 일본의 피스 보트(Peace Boat) 등 18개 국제 파트너 단체들도 함께 한다. 
한국교회협의회(NCCK)는 2013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에티오피아 등 한국전쟁 참전국 NCC들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일본 등으로 확대해왔다. 교회협은 2013년 부산 WCC 10차총회를 기점으로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에는 1만3,000여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청와대하기도 했다. 평화조약 캠페인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2016~2018년에는 집중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제 7년여 만에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캠페인 제안단체들은 한반도 평화선언(Korea Peace Appeal)을 채택했다. 한반도 평화선언은 4가지 요구안을 담았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합시다’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듭시다’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합시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합시다’. 이들은 “우리의 이름으로 전쟁을 끝내고 지난 70년 오지 못했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한반도 주민과 동아시아, 세계시민이 협력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가꿔나가자고 다짐했다.
캠페인 제안단체들은 “수백만의 사상자와 천만 이산의 고통을 가져온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불안정한 휴전상태는 남과 북의 주민에게 큰 고통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도 위협해왔다”며 “이제 고통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북미가 어렵게 이뤄낸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걸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슬픈 상황이다.” 이들은 “세계인의 마음을 모아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한반도를 평화와 공존의 산실로 바꿔내자”고 제안했다.
2년전 남북정상은 연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국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이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북미간 남북간 한미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제 정부당국의 협상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시민이 나서 평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들은 “온겨레와 지구촌 동료시민에게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70년째를 맞은 한국전쟁 추념일을 전후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대북전단을 문제삼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막말담화에 이은 북한의 개성 남, wjdw북연락사무소 폭파로 긴장이 높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로 휴지기에 들어섰으나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북미회담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두 사건은 한국전쟁이 아직 휴전상태인데다 미국 네오콘은 한반도 평화보다 미국 이익을 앞세운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핵협상 및 북미회담과 관련한 숨은 얘기를 공개했다. 한국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과대평가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을 무리하게 성사시켰다는 게 볼턴 주장의  골자이다. ‘외교적 춤판’은 한국이 만들었고, 한국은 북핵폐기 보다 통일에 관심이 많았다는 지적도 등장한다. 종전선언도 문대통령의 제안에서 나온 것으로 북미회담은 한국이 제안했다고까지 주장한다. 아무튼 문대통령이 판문점 선언부터 북한의 비핵화 결단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까지 연결시킨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볼턴의 주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 네오콘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을 패망시키는 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계산에 능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편견에 매몰된 볼턴의 제안으로 한국운명을 좌우하는 협상이 전개되었다는 회고록의 주장이 이를 말해준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싱가포르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종전선언을 반대했다는 증언도 등장한다. 오로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한반도가 다시는 적대와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냉전이 끝난 30년전 남북한은 상호존중과 불가침에 합의했다. 20년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전면적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2018년에는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한 대가로 신뢰가 불신으로 바뀌고 긴장이 높아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어렵게 이뤄낸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걸음은 후퇴하고 있는 슬픈 상황이다. 제안단체들은 “지난 역사는 상대를 불신하고 굴복시키려는 적대정책이 한반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도리어 악화시켜왔음을 보여준다”며 “불안정한 휴전상태의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려왔고 세계적 핵 군비경쟁과 확산을 촉발하는 장이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한반도 비핵화도 이루기 어렵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관련국 정부들이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진지하고 책임있게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은 한/영서명 웹사이트(endthekoreanwar.net)를 열어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서명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YMCA는 70명이 자전거로 한반도 727km를 하나로 잇는 ‘YMCA가 두 바퀴로 그리는 한반도 평화!’ 행사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전북과 강원 등 지역 단체들도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자 8000만 겨레의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하고 북미협상과 남북정상회담 재개를 추진하고 나섰다. 한반도 평화는 겨레는 물론, 세계시민의 염원이다. 정전협정이 70주년 이전에 반드시 평화협정으로 전환되기를 기원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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