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 해안길 달려 마주한 서쪽 끝섬, 차귀도

바람따라 해안길 달려 마주한 서쪽 끝섬, 차귀도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20.07.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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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섬과 등대여행] <93>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차귀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차귀도는 제주도의 가장 서쪽 끝섬으로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무인도다.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서 2km 떨어져 있고 배를 타고 10분 정도면 당도한다.

차귀도는 자구내 옆 용수리 포구에서 바라보면 사람이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동쪽으로 발을 뻗어 누워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동서로 길게 뻗은 해안선은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고 암반의 경사가 신비의 자연미를 연출한다.

차귀도
차귀도

차귀도 면적은 0.16㎢이고 제주도 무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3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사람이 누운 모습의 와도, 대나무가 자생하는 죽도 등 2개 무인도와 독수리바위(지실이섬), 장군여, 간출암 등 바위섬으로 구성돼 있다.

차귀도는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주변 해역은 천연보호구역이다. 섬은 두 개의 큰 화산체가 시간적 간격을 두고 겹쳐져 있는 독특한 형태의 화산섬이다. 최근 지질조사에서 수성화산활동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다. 수성화산은 제주도 다른 오름과 달리 마그마가 물속에서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수성화산체를 말한다. 차귀도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지질공원으로써 2007년 7월 2일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과 함께 제주도의 대표적 수성화산이다.

기암괴석의 바위섬이 많은 차귀도의 장군바위는 화산활동 때 화도(火道)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지 못하고 굳어진 암석이다. 특히 와도는 마그마가 채 굳어지지 않은 송이층과 용암이 일부 남아 있다. 이런 형태를 시스텍(sea stack)이라 부른다. 분화구 내부에는 바다 속에서 용암에 박한 다양한 형태의 화산탄들이 남아있다.

방파제 등대와 풍차
방파제 등대와 풍차

차귀도 바다 속은 협곡으로 이뤄져 있고 산호초가 군락을 이룬다. 이런 신비한 풍경들을 관광용 잠수함을 타고 감상할 수 있다. 차귀도 해역은 제주도에서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차귀도 바다는 아열대성이 가장 강하고 5∼10m 수심에는 수많은 홍조식물이 자란다. 홍조식물 중에는 기는비단 잘록이, 어깃꼴거미줄, 나도참빗살잎, 각시헛오디풀 등 한국에서 기록되지 않은 희귀종과 신종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해산물을 비롯 이처럼 각종 동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해 차귀도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해역이다. 지난 2000년 7월18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해양생물상)로 지정해 보호하게 된 이유다.

차귀도는 배가 들어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중국 송나라 왕이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을 경계해 호종단이라는 사람을 보내 지맥과 수맥을 끊게 했는데, 호종단이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 수호신인 설문대 할망이 매로 변하여 갑자기 폭풍을 일으켜 이 섬 근처에서 배를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고 해서 ‘돌아갈 귀(歸)’, ‘막을 차(遮)’자를 따서 차귀도라고 부른다.

차귀도 본섬 죽도에는 아직도 집터가 남아 있다. 1970년대 말까지 일곱 가구 주민들이 농사를 지었다. 주민들은 주로 보리, 콩, 참외, 수박을 재배했다. 죽도는 해송과 함께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도라 부르는데 시누대, 곰솔 등 13종의 수목과 82종의 야생화가 서식한다.

쌍둥이바위
쌍둥이바위

차귀도는 마라도 섬 풍경을 많이 닮았는데 억새 숲이 우거져 산책길을 아름답게 연출해주고 섬 정상에는 무인등대가 서있다. 이 등대는 해역 일대에 암반지대가 많아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섬은 유람선을 타고 돌아볼 수 있고 최근 일부가 개방돼 섬 안에 직접 오를 수 있다.

쌍둥이 바위 앞에 전망대가 있어 한라산을 비롯한 인근 해안선,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해질 무렵 노을이 지는 차귀도 앞 바다 풍경이 장관인데 자구내 포구와 인근 수월봉에 올라 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해발 77m 높이의 수월봉은 제주 서부지역의 조망봉이다. 수월봉 절벽에는 동굴진지 유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해군이 연합군을 목표로 자살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든 특공기지로써 진양(震洋)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수월봉 갱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직선형으로 판 특공기지 앞에 특공정 유도로 시설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와 자갈을 섞어서 만든 이 유도로 시설은 밀물 때 바닷물 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그 형체가 드러난다. 일부 구간이 파손되긴 했지만 일본 해군 특공부대의 제주 주둔과 진지 구축 실태를 보여 주는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

독수리바위
독수리바위

자연풍광도 빼어나다. 특히 수월봉의 해안 절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형성돼 동쪽으로 2km까지 이어진다. 이 해안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르며 벼랑 곳곳에 맑은 샘물이 솟아 흘러서 ‘녹고물’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자구내는 고산1리와 고산2리에서 흐르는 여러 갈래의 물이 큰 천에서 합류하여 고산평야(차귀벵듸)를 중심으로 굽이굽이 흘러 자구내 포구로 흐른다. 고산평야를 가로지른 자구내가 바다와 만난다.

그래서 지도에는 차귀도 포구, 고산리포구라고 표시돼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자구내 표구라고 부른다. 자구내 포구에는 오징어 말리는 덕장도 해안 마을의 볼거리 중 하나다. 차귀도를 배경으로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을 받으며 비단옷을 널어놓은 듯 붉게 말라가는 오징어 덕장은 자구내 포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자구내 바닷바람에 말린 오징어는 동해안 오징어와는 달리 화살오징어라고 부른다. 길쭉한 화살모양의 오징어는 제주도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자구내 마을은 정부가 어촌체험마을,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한 정겨운 포구마을이다. 바로 눈앞에 아름다운 차귀도와 해안도로 일대가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진다.

자구내 포구 오징어덕장
자구내 포구 오징어덕장

차귀도는 성산 일출봉, 우도 반대쪽 섬인 탓에 일몰 풍경이 일품이어서 일출과 일몰 포인트로 양쪽 장소를 제주 여행 일정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성산포, 우도 쪽 여행자가 갑자기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 차귀도로 이동하면 낚시와 해상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차귀도는 수심이 깊어서 참돔, 돌돔, 혹돔 등 어족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여름철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차귀도 동쪽으로는 해안선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신창~용당~용수해안도로는 5km 정도 이어진다. 바람 길을 따라 흐르듯 구불구불 곡선의 미를 뽐내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그만이다. 방사탑, 앙증맞은 포구, 노을과 쪽빛바다가 잘 어우러진 길은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이다. 허공에 바람개비가 돌아가는데 풍력발전을 일으키는 풍차다. 한경면은 제주에서도 바람이 가장 세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신창해안도로 풍차 아래 서면 윙윙거리는 그 바람세기를 실감한다.

자구내 포구 일대는 용수가 풍부해 마늘 등 농사를 짓는 가구가 있다. 용수철새도래지는 논농사를 위해 저수지를 만든 것인데 잉어, 붕어, 민물장어, 미꾸라지 등의 어류가 서식하고 흰빰검둥오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재갈매기, 황새, 저어새, 개리, 원앙, 매, 가창오리, 큰기러기, 논병아리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차귀도 가는 길은 제주시에서 버스를 타고 고산1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10여분 걸으면 자구내포구와 만난다. 여기서 섬으로 가려면 유람선을 승선하거나 낚싯배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한경면사무소(064-728-7915)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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