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21대 ‘일하는 국회’ 무엇을 해야 하나

<김주언 칼럼> 21대 ‘일하는 국회’ 무엇을 해야 하나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6.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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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20대국회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30일 닻을 올린 21대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한국사회를 꿈꾸었던 국민은 정쟁으로 뒤덮인 국회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 국민의 의사는 분명하다. 개혁에 발목잡고 구태정치를 일삼아온 야당은 심판받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는 야당 탓 그만하고 ‘제대로 개혁하라’고 주문했다.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된 국회의 판을 바꿔 미완의 촛불혁명을 완성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0대국회는 패스트트랙 사태와 삭발 장외투쟁에 발목을 잡혀 37.2%라는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했다. 공수처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두고 극한대립을 벌였다.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육탄전을 벌였고 33년만에 국회의장 경호권이 발동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무더기 고소고발전이 이어졌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른바 ‘조국사태’로 새누리당의 릴레이삭발과 장외투쟁이 이어졌다.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회는 제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20대국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다. 그러나 탄핵이후 정치권은 극한투쟁으로 점철됐다. 물론 탄핵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간과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은 국회를 재구성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해 미완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총선은 촛불혁명을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인 셈이다. 소수정당의 국회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첫발을 뗐다. 하지만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으로 빛이 바래버리고 말았다.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21대국회는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개원했다. 국가적 재난을 맞아 여야는 너나 할것없이 ‘일하는 국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임시국회 상시개회나 상임위와 법안소위 정례화 등이 대표적이다. 중진의원들이 국회를 떠나며 남긴 ‘일하는 국회법’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등 개원협상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규정된 대로 5일 개원을 내세웠으나 통합당이 반발하고 있어 미지수이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국회의원들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선인 워크숍에서 코로나국난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시대 대비, 민생·개혁 등 5대 분야를 개혁과제로 선정했다. 개혁과제로 국회 권력기관 공정경제 부동산 국방 등 5가지를 추렸다. 권력기관 개혁은 검찰 경찰 국정원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작업으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이 대상이다. 공정경제 과제로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가 제안됐다. 이 밖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과 공무원노조법 등의 개정도 추진한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과제이다.
20대국회 막바지에서 과거사 기본법이 통과됐다. 10년만에 진실화해위원회를 다시 꾸려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통치 때까지 자행된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진실을 규명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배상 및 벌칙조항은 삭제돼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를 원상 복귀시키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밖에 제주4.3특별법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날조를 처벌하는 5.18민주화운동특별법도 중점 추진대상이다. 
세계적 코로나19 재난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소득감소와 일자리절벽은 영세중소업체와 소속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매출감소에도 임대료는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 상가·주거세입자들을 가장 먼저 절망으로 내몰았다. 생존위기에 내몰린 이들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반면 상위1%에 쏠린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1%만이 아닌 99%와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깨워 주었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여야는 재벌대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는 완화해주는 조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고 실체도 불분명한 혁신경제와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우려이다. 이들은 재벌총수일가의 편법승계를 방지하고 갑질을 근절토록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확대와 주거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법률개정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21대국회가 우선 다뤄야 할 11대 분야 70개입법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코로나19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산재와 위험의 외주화 근절, 자산불평등 해소와 주거안정,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와 경찰개혁, 일하는 국회 개혁 등이 그것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실업부조 보장과 고용보험 적용범위 확대, 상병수당 제도의 시행을 꼽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입법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자산불평등 해소를 위한 종합부동산세법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도 개정대상이다.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과 축소, 민주적 통제는 멈출 수 없는 과제이다.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는 최우선 과제이다.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개혁도 필수불가결하다. 정보경찰 폐지,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이 대안이다. 국정원도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바꿔야 한다.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회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 쪽지예산 등 예산심의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 의원이 지켜야 할 윤리기준을 제시하고 국민이 의원징계를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의회윤리법 제정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열린 국회를 요구했다. “국회가 제 목소리를 내고 행정부를 감시하듯, 국회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국회는 선거가 끝나면 들어가 성벽을 세우는 자기들만의 세계였다. 국민의 국회 출입은 쉽지 않았고 소위원회는 방청이 허가되지 않았다. 게다가 국회사무처는 의원수당 등이 담긴 연차보고서도 발행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국민동의청원 성립요건을 완화하고 청원심사절차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자유로운 국회출입과 회의공개를 요구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당장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어려워진 민생을 살리는 일에 성과를 내야 한다. 시민이 기본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시급하고 필수적 입법과제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촛불혁명 직후 있었던 대선과정에서 대통령의 공약사항과 정당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입법과제는 우선 처리해야 한다. 그 길만이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출범이후 통합당도 새로운 정강정책을 모색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21대국회는 여당인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했다. 이제 야당핑계를 대고 개혁과제를 미뤄 놓을 수 없게 됐다. 책임감 있게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이 촛불민심을 올곧게 세우는 길이다. 야당인 통합당도 아스팔트 우파를 등에 업고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면 궤멸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코로나19사태의 대응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잠재적 역량이 매우 높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싸움으로 치달았다. 이제 정치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위상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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