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코로나19 확산’은 정녕 “하나님의 뜻”인가

<김주언 칼럼> ‘코로나19 확산’은 정녕 “하나님의 뜻”인가

  • 기자명 김주언
  • 입력 2020.03.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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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배를 하나님이 받게 한 것이다.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가 온전히 독립했으면 한반도가 공산화했을 것이다.” 2014년 박근혜정권 당시 문창극 총리후보 지명자는 과거 교회발언이 공개돼 사퇴했다. 앞서 이명박 전대통령은 2007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문 전후보와 이 전대통령 모두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다. 게다가 대형교회의 장로출신이다.
보수기독교는 모든 고난과 환희를 하나님에게로 수렴시킨다. 그들의 신앙이니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도를 넘은 망언과 망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의 감염확산으로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하나님의 뜻’으로 치부한 것이 그렇다. 심지어 ‘하나님의 중국 심판론’을 거론하거나 정치적 편향발언마저 일삼는다. 코로나19는 “중국정부가 개신교를 탄압해 응징당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도 내놓는다. “시진핑이 하나님 눈에 악한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음모론도 나온다.
결론은 하나님의 뜻으로 귀결된다. “전염병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전염병은 범죄한 백성들과 그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고도 한다. 심지어 “마침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균전쟁’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황당한 설교마저 등장했다. ‘하나님의 심판이나 저주’와 같은 발언은 성경과도 어긋나며 상식적으로도 어불성설이다. 과학적 사실과도 크게 어긋난다. 이러한 발언은 자칫 신도들을 미혹시킬 우려가 크다. 중세 서양에서 광풍처럼 몰아닥친 ‘마녀사냥’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절반이상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신천지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단시비가 있는 신천지교회 이만희교주는“금번 병마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말했다. “욥의 믿음 시험과 같이 우리의 발전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천지교회는 자신이 “최대의 피해자”라며 “보건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사태의 종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보여준 폐쇄적 모습 때문에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신천지교회의 대구집회 참석자와 교주의 출생지인 청도를 중심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청도는 신천지 신도들의 성지순례 장소로 꼽힌다. 사망자가 속출한 청도의 대남병원은 지난달 교주 형의 장례식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과 신천지의 관련성이 커지자 신천지교회를 폐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하룻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왔다. 서울시는 신천지교회를 모두 폐쇄했다. 경기도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려 14일동안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모든 집회를 금지시켰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태극기집회를 이끄는 전광훈목사이다. 전목사가 이끄는 범투본은 지난 주말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시가 집회를 금지하고 경찰이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이틀연속 집회를 열었다. 그는
“여러분 중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느냐. 그럼 다음주에 예배에 오라. 주님이 고쳐주실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늘어놓았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애국”이라며 “우리의 목적지는 하늘나라”라는 궤변도 나왔다. “야외집회에서는 감염된 적이 없다”는 근거없는 주장은 ‘웃프’(웃기지만 슬픈)기만 하다.    
서울시는 전목사 등 관계자 10명을 감염병관리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원순시장은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사용을 금지시켰다. 박시장은 ‘걸려도 애국’이라는 전목사의 말에 대해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석자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되면 결국 다른 사람의 건강과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마스크착용 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은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코로나19의 확산방지보다는 정치공세에 나섰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폐렴으로 연결시켜 불리한 것은 틀어막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박시장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치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 원내대표는 한 집회에서 확진자 옆에 앉았다가 자진해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건물이 폐쇄돼 국회가 마비되기도 했다. 심원내대표는 이제 집회금지와 시설폐쇄가 예방조치임을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    
정치권은 아직도 코로나19를 정략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뒤늦게나마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와 추경예산 편성에 동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황대표는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고집한다. 심지어 대구에 출마한 같은당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나왔다. 문재인정부가 친중국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방지에 실패한 무능한 정부라는 주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병명 CoVID(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는 관심이 없다.  
황대표의 ‘우한’ 명칭 고집은 같은 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구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와도 모순된다. 권시장은 “‘대구코로나’ 같은 말들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시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한폐렴’이 아니듯 ‘대구폐렴’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민주당의원도 “가슴아픈 일은 ‘대구폐렴’ 또는 ‘TK폐렴’이라는 말”이라며 “대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참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한폐렴’이 인도적이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는 지적이다.
황대표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다. 그래선지 전광훈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전목사는 황대표에게 노골적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위기적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셨다. 제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대통령, 박정희대통령을 이어가는 세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이제 황대표가 전목사에게 주말집회를 열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주말집회도 강행할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보수기독교인과 보수정치인의 모든 사고는 하나님으로 수렴된다. 이들에게는 과학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흡사 르네상스 이전 중세유럽의 기독교사상을 접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도 중세사람들은 하나님이 내린 형벌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곳곳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학이 발전한 이후 페스트는 쥐벼룩이 옮기는 것으로 밝혀져 대규모 감염은 사라졌다. 하나님이 아닌 과학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천연두와 소아마비는 백신으로 면역이 생긴 뒤 병원체가 소멸했다. 이제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수공통감염병인 신종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병원체 중 너무 작고 변이가 빠른 바이러스가 질병을 옮긴다.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벌목 도로건설 등 생태계 파괴가 초래한 경고로 분석한다. 인류가 부른 생태계의 역습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라면 기독교인들도 하나님만 찾지 말고 생태계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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