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수인들 혼의 앓음앓이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수인들 혼의 앓음앓이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28 09:3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씨름에서 형장 나으리를 이긴 주인공은 무계획하고 저돌적이며, 방자한 힘 하나를 이긴 것이 그렇게 장한 일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방자한 하나의 저돌적인 힘의 도전이란 어떤 잡념 같은 것이며, 그것은 뽑아내버려야할 것이란 생각만 들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337쪽)

씨름이 끝나자 촛불중은 주인공을 한 방으로 인도했다. 주인공의 비취 목걸이를 탐냈던 여인은 주인공에게 어리광을 피우며 그의 팔에 기대어왔다. 촛불중이 그녀를 주인공이 유숙할 방으로 들여보낸 듯 했다.

주인공에게는 예의 그 비취 목걸이가 이제는 있어보아도 필요도 없는 ‘무용지물’이었으나, 그의 인색함 탓이 아니라, 그것을 주었던 계집에의 슬픔 때문에 줄 수가 없었다. 그 비취목걸이를 하나는 그에게 사랑으로써 주었고, 하나는 물욕으로써 그것을 탈취하려 했었다.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해골을 쥐어주고는, “대사, 그러하오면입지, 평안한 밤을 지내십지, 대사가 계시는 동안은 소승도 여기 머물려 합지”라고 말했다. 주인공은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의를 쏠리게 한 후, 바닥에다 물고기 모양을 둘 그려 보여 주었다. (338쪽)

주인공은 마음속으로 동틀 녘쯤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평안한 밤을 지내라고 하고 방에서 걸어 나가버렸다.

그 곳은 흙냄새가 그득히 서려 좋은 방이었다. 전에 그곳에서 묵어갔을 여러 수인들의 찌들려 있던 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주인공은 그 방의 고통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그에게 갑자기 눕고 싶은 생각이 밀려와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더니, 결이 튼 목침이 한 개 만져졌다. 그 옆에 개켜진 호청이 하나 있어 그는 목침을 베고, 호청을 펴서 덮어 편안한 자세를 취해 오른편으로 누었다.

그는 이승에서는 마지막으로 흙에 밀착되어서 즐길 수 있는 잠의 한 끝을 평화스러히 붙들어매려고 하고 있었다. 그 때 그는 그의 몸을 뭔가 따끔히 쏘고, 물며, 살 속으로 깊이깊이 파고드는 가려움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 그것은 팔이 한쪽 잘리거나, 손톱 밑으로 송곳이 찔리고 드는 것보다 더 괴로운 고문이었다. 다른 말로 환치하자면, 그것은 바깥 세계의 자유로부터 격리되어, 죄과만 남기고 자기는 남길 수 없게 된 수인들의 혼의 앓음앓이였다. (339쪽)

그는 형장에서 보내는 첫 밤에, ‘번뇌의 생물’들에게 자신의 피를 공양하는 육보시를 행하며, “아 그래 제길헐, 만약에 내 핏속에도 정등(正等)한 찌꺼기가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라면, 그것을 빨고, 저 번뇌와 빈혈의 악업을 여의기 바라노라!”고 중얼거렸다. (339쪽)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FUTURA ENERGIA 심리영성상담소 seelenscan@gmail.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