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인공, 형장을 이기다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주인공, 형장을 이기다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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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씨름 첫판에서 형장 나으리는 주인공이 “어지러워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빙빙” 잡아돌리다가 종내 그를 잡았던 손을 탁 풀었다. 그러자 주인공에게 비행감이 들었다. 그는 오래잖아 어디엔가 팩 부득 쓰러졌는데, 그의 무릎으로부터 시작해 앞가슴이 깨뜨려지는 듯이 아팠다. (<죽음의 한 연구(하)> 330쪽)

결국, 씨름의 일회전은 주인공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어이 없이 끝난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량했지만, 다시 심호흡을 한 후, 심기일전해 결가부좌를 꾸몄다.

그는 형장 나으리의 ‘힘이 발현하는 과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나가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적수는 참나무 백 년 짜리나 같은 사내였던 것이다. (331쪽)

주인공은 “엑센 바람이나 노도라도, 그 끝은 유연한 것”이라는 진리를 오래 전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성내지 않으며 당황하지 않으며, 다만 고요한 듯하며, 그래서 차라리 텅 빈 듯하지만 충만되어” 있는 흐름으로 인해 심층부에는 ‘무서운 정(靜)을 응결’시키고 있었다. “그러한 힘은 그러나 뼈나 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맑은 고요함 속에서 단절 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인공은 형장 나으리하고의 씨름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 태풍이 한 번 불기 위해 한 번 무섭게 바람을 접어들이듯이,

“어느 선까지는 결코 공격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주인공은 형장 나으리의 으시댐과 과시 속에 깔려 있는 약간의 당혹, 약간의 자기 회의를 감지했다. 하야, 주인공은 자신의 에너지 흐름 속에다, 그 운동 속에다, 정(靜)스러운 것을, 흐트려질 수 없는 것을 채우는 일에 정진할 수밖에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다. (333쪽)

주인공은 염태를 만들고, 초력적으로 부각시킨 후에 형장 나으리의 “굳건한 몸을 대들보로 삼아 차분히 부착”해 있었다. 주인공은 형장 나으리 스스로가 자기의 몸무게와 집중을 벗어난 힘에 의해서, 발을 헛듣는 순간에 천의 변용을 도모하며, 그의 전신에 침공해 들었다. 이때다 싶은 찰나에 주인공은 형장 나으리의 발을 한 번 슬쩍 걸어 보았다.

그 때 주인공은 자신이 모아두었던 힘이 괴었던 물이 뿌리를 파고 맴돌며, 바람이 가지를 휘늘어뜨려가는 과정과도 같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리하여 그는 마지막으로, 저 우람한 나무가, 바람과 물의 휘몰이에 견디지 못하고, 뿌리를 드러내며 무참히 쓰러져 눕는 것을 종내 보고야 말았다. (336쪽)

형장 나으리는, 머리부터 땅에 곤두박혀, 한동안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337쪽)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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