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형장에 기거하는 사람들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형장에 기거하는 사람들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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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주인공을 대동하고 형장 입구로 들어서서 문에다 줄을 잡아당기며 안에다 기별을 보냈다. 잠시 후에 안에서, “지언장마즐, 고것 누구란댜? 아닌 밤쭝에 홍두깨란다더니 말여, 고곳이 씨바자는 문자뿐이는 아녔던개벼.”하는 게걸스러운 소리가 그들에게 넘어 왔다. 촛불중이 인기척을 내어 자신의 도착을 알리자, 그제서야 빗장이 뽑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316쪽)

순찰도 하며, 파수도 보고, 문지기를 하는듯한 한 사내가 “헤헤헤, 요 아닌 밤쭝으 홍두깨가, 배믄시런 홍두깨가 아니구만이? 그렇잖에도 말여, 나으리께서 조 중 나리 납시길 지다려 쌓는 중이라고”라고 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헌디, 저그 저 어중간허니 해각고, 지 해골박을 들고 있는 사나가 고 중놈이란댜? 비는 대로 솔직히 말허면 말이제, 고 베랑 심을 쓸 구석도 없어 비는디 말이라, 고녀러 똥갈보들 다 쫑치놨담선?”라고 물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316쪽 말미-317쪽 초입)

이에 촛불중이 듣다못해, “자네들은 혀에 영 버릇이 없구만입지. 여기 계신 대사에 향해선, 유리의 육조 촌장의 예를 다해야 되는 것입고, 또 나에 대해서는, 자네들의 웃어른의 대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말입지”라고 훈계를 했다. (317쪽)

그들 곁에 잠잠히 있던 다른 사내가 눙치고(능치: 사물을 올바르게 처리함) 나서며, “헤헷따, 뭐 그래쌀 것 없이. 스님들 납시지. 밤도 짚은 지경에, 입만 놀리서 무신 수가 있겄냐고이?“라고 말했다. 촛불중은 ”자네들입지, 이 대사께 망언한 것에 대해, 허리를 굽혀 빕지”라고 했다.

그제서야 주인공은 형장의 간수들에게 인도되었고, 다시 그의 귀에 빗장이 끼어드느라 썩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공에게는 마당 냄새가 코에 좋았다. 마당 어딘가에서는 서넛으로 여겨지는 사내들의 떠드는 상소리와, 두셋으로 여겨지는 계집들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섞여났다. 그런 중에 모닥불 타는 연기 냄새와,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또한 섞여서 풍겨오고도 있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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