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촛불중이 부르는 수심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촛불중이 부르는 수심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12 09:06
  • 수정 2020.02.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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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사형장으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지팡이를 잡혀주며,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이 길은 싫고도 먼 길이군 입지”라고 말했다.

유리를 떠나기 전에 주인공은 그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상식(常食)을 “배불리 먹고 배불리 마셔두었”다. 그랬더니, 마음이 얼마를 시달리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육신만은, 노근하고 느긋한 맛을 거의 즐기고나 있는 둣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밤은, 평안하고,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 육신은 바랐다. (<죽음의 한 연구(하)> 311쪽)

나는 이 대목에서 “등 따시고 배가 부르면 장땡”, 혹은 “배만 부르면 제 세상인줄 안다”라던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나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삶으로부터 죽음을 초월한 저 너머(피안)에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을 절절히 느낀다.

촛불중은 주인공의 침묵을 깨뜨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은 가[변(邊)] 없는 것입지, 그것은 어떤 틀[대(臺)]이 있는 것도 아닙지. 그런데 말입지, 해가 지고 밤이 오니 말입지, 그 가도 틀도 없는 곳에 말입지. (중략) 별이 지혜의 비유로 쓰인 건 소승도 압지, 그러나 소승은 그것이, 수심의 비유로 쓰이는 것을 더 좋아합지.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요내야 가슴엔 수심도 많다-이런 노래 한 가락쯤, 우리 합창해봐도 좋겠습지. 때로 소승은, 염불 대신에 그 노래를 부릅지”

촛불중이 인용한 ‘수심가(愁心歌)’는 평양을 중심으로 발달한 서도 민요를 대표하는 노래로, 보통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로 짝을 이룬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수심가는 병자호란 당시 평안도 성천의 ‘부용’이라는 명기가 지은 것이라는 일설이 있다고 한다. <수심가>의 가사는 여러 본이 있는데, 대체로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정을 담고 있다. 다음은 전해오는 수심가의 한 구절이다.

추야공산(秋夜空山) 다 저문 날에 모란 황국이 다 붉었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등달아 나 어이 할까요

인생일장은 춘몽이 되고 세상공명은 꿈밖이로구나

생각 사사록 그대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거나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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