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아리랑 가락에 애환 담아 태종대 숨결 넘어 대마도를 굽어보다

영도아리랑 가락에 애환 담아 태종대 숨결 넘어 대마도를 굽어보다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20.02.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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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73) 부산시 영도구 영도등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부산에는 40개의 섬이 있는데 36개가 무인도고 가장 큰 섬이 면적 14.04㎢의 영도다. 영도로 가는 길목에서 애잔한 우리 ‘아리랑’ 가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리랑에는 전 국민이 즐겨 부르는 비운의 혁명가 김산의 아리랑, 서편제 가락인 한 많은 여인 송화의 아리랑이 있다.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한이 돌고 돌아 밀양아리랑으로 불리고, 아우라지 강물을 원망하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안타까움이 젖어든 정선아리랑이 있다.

신선바위와 생도 앞 선박들
신선바위와 생도 앞 선박들

6.25 때 최후 보루로 불리는 낙동강 전선의 애환이 환태평양으로 물결치는 부산 영도 아리랑고개에 그렇게 ‘영도아리랑’ 가락이 흐른다. 85번 버스종점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이 고개는 가난했던 시절에 영도 아낙네들의 고달픔과 애환이 숨 가쁘게 고갯길을 이어진다.

당시 가난하고 힘없던 아낙들은 영도 해안가로 몰려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식량이었는데 다행히 바다에 나가면 해산물이 많았다. 아낙들은 말린 고기며 조개, 해초류 등을 머리에 이고 범일동 부산진시장에 가서 해산물을 팔아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구했다.

인어상과 생도(주전자바위)
인어상과 생도(주전자바위)

그 영도(影島) 옛 이름은 절영도(絶影島).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가 빨리 달리면 그림자가 못 따라 올 정도라 하여서 ‘끊을 절(絶)’, ‘그림자 영(影)’자를 써서 부른 이름이다. 신라 때부터 조선 중기까지 말을 방목했던 곳이다. 육지와 인접해 지리적 환경 탓에 나라에서 경영하는 국마장(國馬場)이 있었고 이후에도 이런 환경으로 먹고 살고자 영도로 사람이 물렸다.

해안으로 이어지는 태종대에 가뭄이 들면 동래부사가 기우제를 지냈다. 음력 5월 초열흘날 내리는 비를 ‘태종우’라고 불렀다. 이를 기념해 2006년부터 ‘태종대 수국축제’가 열고 태종사에서 40여 년 동안 가꾸어온 200여종의 수국향기와 함께 매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영도등대
영도등대

태종대는 솔숲길이 걷기코스로 각광받는다. 깎아 세운 듯 절벽과 기암괴석에 부서지는 파도, 드넓은 바다의 어선, 춤추는 갈매기들이 잘 어우러졌다. 이런 절경 때문에 예로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섬문화연구소는 영도등대 100주년을 맞아 섬사랑시인학교 영도등대캠프를 열었는데 예술인, 등대원,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밤하늘과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 아래서 이성부, 송수권, 오세영, 백학기, 이정록 시인 등의 시낭송과 바이올린의 밤, 다음날 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매년 등대를 찾는 여행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등대음악회와 각종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태종대 등대길
태종대 등대길

영도등대는 1907년 12월 우리나라에서 10번째 등대, 부산에서는 최초 유인등대로 설치돼 100년 동안 운영되어오다가 시설물이 노후하고 자살바위 등 깎아지른 절벽에서 인명사고가 빈번하면서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상공모를 실시, 2004년 등대 100년을 맞아 해양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새 등대 높이는 11m. 등대 빛은 18초마다 3회씩 반짝인다. 이 빛은 40km 거리까지 가 닿는다. 안개 끼는 날에는 전기사이렌으로 40초 쉬고 5초 동안 소리를 내보내 해안 좌초 사고와 선박까리의 접촉 사고를 막아준다. 이런 신호체계 음파표지를 무신호라고 부른다. 전기사이렌은 전기로 고압축공기를 만들어 사이렌을 울리는 장치다. 그 소리가 가는 거리는 약 8km. 영도등대가 관리하는 주변 무인등대는 동삼동 하리의 어항 방파제등대, 주전자섬이라고 부르는 생도 등표, 부산항 유도등부표 등이다.

영도 신선대조형
영도 신선대조형

영도등대는 다른 등대와 달리 ‘자연과 건축’, ‘건축과 자연’이 하나 되는 이미지와 건물 안팎과 옥상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바닷길을 느끼고 바다와 해안가를 감상하는 전망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등대전망대에서는 56㎞ 대마도까지 관측할 수 있다.

영도등대 관람 코스의 첫 포인트는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 준공기념으로 심은 소나무 한 그루를 지나 마주친 ‘무한의 빛’이라는 웅장하면서 세련된 조각 작품이다. 넓은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표상이나 학의 나래 짓 같은 모양새 같기도 하고 출항의 뱃머리 같기도 하다. 그렇게 무한한 빛과 등대의 이상을 담은 조각상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해안으로 진입로 부분에서 만나는 ‘뱃길을 인도하는 인어상’의 모습도 아름답다.

섬사랑시인학교 영도등대캠프 참가자들
섬사랑시인학교 영도등대캠프 참가자들

태종대 오솔길에서 내려설 경우 바로 등대로 가지 않고 우측으로 돌아서면 해양미술, 사진, 조각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 ‘씨앤씨(See & Sea)’가 제일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제1・2전시실(178㎡), 옥상 및 옥외를 이용한 야외전시(495㎡)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절벽 풍경과 함께 멋진 예술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

해양도서관 및 정보이용실은 각종 서적과 정보를 통한 해양 체험 공간 및 학습 장소로 등대와 바다의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공간이다. 해양영상관은 자연환경 보존 입체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해양영상관으로서 신비한 바다의 세계를 체험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사전시실은 건평 45평 인간과 자연의 탄생 그리고 진화과정을 자연사 화석 및 패널 등 각종 전시물을 통하여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바다를 보며 탐구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4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4일자

영도등대 앞에 생도가 있다. 생도(生島)는 물결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전자를 엎어놓은 형상과 같다 하여 ‘주전자섬’으로도 불린다. 이 섬은 우리나라 13개 영해기점 무인도 중 하나로, 생도에서부터 3해리(약 5.56㎞)까지 바다가 우리나라 영해에 속한다. 대부분 영해기점 무인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생도는 태종대에서 1.4km 가량 떨어져 유일하게 육지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생도 면적은 8,088㎡에 불과하지만 땅채송화, 밀사초, 갯고들빼기, 소리생이 등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생태보고이다. 섬 남서쪽 해저에는 부채뿔산호와 무쓰뿌리돌산호, 경산호 등 군락지가 있다. 생도에는 6m 높이의 무인등대가 있고 등대에는 매들이 둥지를 틀고 번식지로 활용한다. 생도는 쿠로시오 난류와 연안수가 만나는 해역으로 다양한 회유성 어류들의 휴식처나 길목이다. 그래서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나날이 강태공들을 유혹하는 유명 포인트 섬이다.

영도등대 달팽이계단으로 이름 붙여진 꼬부랑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갯바위와 태종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해안의 아름다운 파식대, 태종바위, 공룡발자국 등을 만날 수 있다. 선착장에서 자갈치 시장, 오륙도, 부산항 등을 돌아조는 유람선을 탈수 있고 몽돌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거나 해녀들이 갓 잡아온 해삼과 멍게 등도 맛볼 수 있다.

태종대와 영도등대는 부산명소 걷기코스인 갈맷길(절영해안로) 코스 중 하나다. 이 구간은 절영해안로 관리동에서 출발해 모자이크벽화 타일로, 무지개 분수대, 출렁다리, 절영전망대, 7.5광장, 중리해안, 중리산책로, 감지 해변길을 거쳐 태종대에 이르는 4.6km 코스로 총 4시간이 소요된다. 이 코스는 영도등대를 돌아 태종대 입구로 돌아 나오면 끝나는 구간이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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