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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경찰·사법 개혁이 시급한 이유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hanmail.net
  • 승인 2020.01.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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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법안이 공포된 이후 이번엔 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어 경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남용의 통제”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한 묶음인데 이제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라는 뜻이다. 이제 ‘검찰 공화국’에서 ‘경찰 공화국’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검경수사권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찰은 ‘경찰 독립기념일’이라고 환호했다고 한다. 경찰이 66년만에 검찰과 상하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비대해진 경찰에 수사종결권까지 주어져 ‘공룡경찰’로 탈바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경찰은 12만명의 거대한 조직이다. 수사경찰만 2만명을 넘어선다. 여기에 정보경찰의 정보수집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는 김웅검사의 지적이 빈말은 아니다.

경찰은 그동안 친일경찰, 독재경찰로 불리며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오명은 일견 사라진 듯 보이지만 과거의 퇴행적 행태는 근절되지 않았다. 이른바 ‘토끼몰이식 수사’나 ‘투망식 수사’ 등 주먹구구식 수사가 남아 있다. 지방경찰청의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력은 검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사기와 폭력, 고소고발 사건, 교통사고 사건 등의 처리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일마저 종종 일어난다. 경찰이 잘못된 방식으로 수사를 종결하면 피해자의 억울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토호세력과 경찰의 결탁으로 토착비리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지역경찰은 대부분 고향에서 수십년 동안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이를 수사에 개입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치경찰이 도입될 경우 부작용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자치경찰의 인사권을 지방단체장에게 이임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찰이 지방선거판에 뛰어들어 선거판을 혼탁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경찰은 단체장의 하수인이 되기 십상이다. 토착비리 수사는 요원해질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자치경찰 분리, 국가수사본부 도입, 경찰의 정치관여금지, 경찰위원회 설치 등 경찰개혁 입법안이 계류돼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경찰개혁의 첫걸음으로 이들 법의 국회통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조속한 입법을 호소했다. 국가수사본부가 도입되면 본부장이 국가경찰의 수사업무를 총괄하도록 한다.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은 수사에 관여하지 못한다. 자치경찰은 민생치안만을 담당하도록 한다. 정보 행정 수사 등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조직을 분산시켜 민주적 통제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문제점도 한둘이 아니다. 자치경찰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토착비리를 근절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수사본부 신설은 경찰의 비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벌써 경찰 내부에서 인력증원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은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함을 잘 말해준다.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경찰의 지방선거 개입여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보경찰 문제는 경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동안 수사 및 치안 정보 수집을 빌미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치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정보국 인원을 3,000여명으로 줄이고 민간인 사찰을 담당했던 정보분실 3곳을 없앴다. 국회와 정당 학원 등의 상시출입도 금지했다. 준법지원팀을 만들어 개인정보 침해나 정치개입 정보보고에 대해서는 조사와 징계를 강화했다. 쓰임새와 규모가 불투명했던 예산도 자체감사로 전환했다. 경찰청은 앞으로 경찰위원회 정례보고를 통해 불법 정보활동을 차단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와함께 정보경찰 개혁안을 마련해 법안을 마련하고 활동규칙도 제정했다.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제한해 경찰관이 치안정보의 수집과 작성, 배포,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사실 확인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치안정보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외연이 지나치게 넓고 정보경찰 활동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 경제 노동 사회 학원 등에 대한 정책정보의 수집활동을 유지하는 데 대한 논란도 크다. 시민사회는 정보경찰의 폐지를 주장한다.

경찰청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개혁방안을 만들었다. 수사와 정보를 거머쥔 '공룡경찰'을 견제하는 방안이다. 국민중심 수사를 위해 사건심사시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옴부즈만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한 고소고발제도를 개선하고 유치장과 사건부서를 분리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특히 셀프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무작위 사건배당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약사 등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과학적 분석에 근거하는 범죄분석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의 자체개혁만으론 경찰개혁이 완성되기는 어렵다. 엄청난 인력과 수사종결권까지 갖춘 경찰을 어떻게 견제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깊이있게 논의하고 실행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경찰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우선과제이다. 경찰개혁은 법과 제도 개선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경찰 스스로 고강도 쇄신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도 “권한이 커지면 책임은 배가된다”고 전제한 뒤 “수사능력을 제고하고 윤리의식과 공직기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경찰의 개혁만으로 사법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과 법원 개혁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시민사회는 국정원의 ‘사찰과 조작 DNA’를 근절하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법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법개혁도 마찬가지이다.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거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개혁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그뿐, 아직 사법제도는 정비되지 않았다. 대법원이 마련한 자체 개혁안만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민주당 박주민의원과 함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사법부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출범시키는 등 독자적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법안 발의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사법행정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와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합의제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법관위원과 국회가 선출한 비법관위원으로 구성하되 비법관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도록 했다.

“권력기관 개혁은 특별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기관의 주인은 국민이다. 권력기관 작동도 민주주의의 원리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이 되어 있는 현실을 바꾼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권력기관이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호통을 치던 검찰 경찰 국정원 법원 등 권력기관 스스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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