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한돌과의 최종전에서 패했다. 21일,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벌어진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국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한돌에 181수만에 흑불계패를 당했다.
2점(덤7집반) 접바둑으로 벌어진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은 초반 1국과 비슷한 형태로 시작했다. 한돌은 우하귀 전투 등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실리를 챙기며 추격전을 벌였다. 특히, 흑64의 팻감을 잘못써 수세에 몰렸으며, 결국 100수를 지날 무렵 인공지능의 이세돌 9단 예상 승률은 50% 가량까지 떨어졌다.
130수가 넘어서면서 이세돌 9단의 예상 승률은 20%까지 떨어지면서 1국과 같은 마법이 일어나지 않는한 패배가 유력했다. 종반 접어들어 이세돌 9단은 하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한돌은 빈틈없고 안정적인 행마를 구사했다. 결국 이세돌 9단은 181수만에 돌을 거두었다.
대국 후 이세돌 9단은 "초반에 잘 둘 수 있었는데 뜻하지않는 수를 당해 바둑이 어려워졌다. 한돌은 아직 중국의 절예보다는 약한 것 같다. 저보다 강한 후배가 뒀다면 이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매 순간 바둑을 두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의 실력이 세계정상급 기사를 2~3점 접어줄 정도의 실력에 이른 상황에서 한돌은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2점으로 패하면서 실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마지막 3국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통상적으로 2점 치수는 프로와 아마의 실력 차이를 표현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치수에 역으로 이세돌 9단이 한돌에게 덤 7집반을 준 상황임으로 이세돌 9단은 실제 2점 치수보다는 더 적은 1.5점 치수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기사가 인공지능과의 대국에서 호선으로 50수까지 예상 승률 50%를 유지하기가 힘들며, 2점 접바둑에서는 100수까지 진행되는 동안 예상 승률 50%를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정상급 기사들 이외에는 이런 흐름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
이번 치수고치기 3번기에서 이세돌 9단은 기본 대국료 1억5000만원 외에 1승을 거둘 때마다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세돌 9단은 첫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5000만원의 승리 수당을 확보했으나 이어 2,3국에서 모두 패해 추가 승리 수당을 챙기는데 실패했다.
한돌은 알파고가 사용한 알고리즘 MCTS(Monte Carlo tree search)은 대부분의 바둑AI 또는 각종 보드 게임 AI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알고리즘이다. 한돌 역시 딥러닝 기술을 통해 한돌을 개발했고, 이후 한돌의 자가 대국을 통해 앙상블 추론을 사용해 성능을 개선했다. 한돌 개발팀은 "통계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시간을 잘 쓰도록 만들어 알파고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돌은 원래 1년 넘게 호선 모델을 학습시킨 상태였으며, 접바둑 모델은 2~3달 짧은 기간 학습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국의 명예 심판인 박우량 신안 군수는 "현재의 이세돌 기념관을 이세돌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