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용두사미로 끝나나

<김주언 칼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용두사미로 끝나나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19.07.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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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망언’ 파동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망언의원 3인에 대한 징계는 요원하다. 지난 2월 국회 윤리위에 회부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의원에 대한 제재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극우인사 지만원씨를 초청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유포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폭동’, 민주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폄훼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은 자체 징계에 나섰으나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급기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의원 157명이 제명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윤리위 산하 자문위의 파행으로 논의는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 의원들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5~20대 국회 현재까지 제출된 의원징계안 232건 중 임기만료로 폐기된 징계안은 128건(55.17%)에 이른다. 20대 국회의 경우 윤리특위에 상정된 징계안 43건중 철회 3건, 심사대상 제외 2건을 제외한 38건은 계류중이다. 징계안 중 막말 22건, 괴담과 선동 8건, 내부정부 이용 재산증식과 직권남용이 5건이었다. 동료의원 감싸기가 발동된 탓이다.

경실련은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에 대한 징계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외부인사만으로 구성된 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조사토록 하여 징계안을 의결 권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리시한도 조사위가 권고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로 정하고 의원 징계에 대한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도록 국회법 제158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제20대 국회 초반인 2016년 논의된 이후 진척이 없다. 당시 정세균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을 통해 의원이 배우자 또는 4촌이내 혈족과․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임용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직후였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은 정보공개 확대와 해외출장심사 강화 등을 추진했으나 흐지부지한 실정이다.

그래선가. 최근 일하지 않는 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일하지 않는 의원들은 세비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은 80%(리얼미터)를 넘어섰다. 억대 연봉자인 의원들이 세비만은 꼬박꼬박 챙기기 때문이다. 18,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세비 반납법’이 발의됐지만, 입법권을 틀어쥔 의원들은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밖에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당 운영 보조금도 지급하지 말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원 세비는 ‘셀프 결정’을 통해 2년 연속 인상해왔다. 국회의장이 내부규정인 ‘의원 수당 등 지급규정’을 고치는 방식으로 인상한 것이다. 올해 세비는 1억 5,176만원으로 인상됐다. 의원 보수는 월 735만9,000원의 수당과 월 136만8,000원의 상여금, 월 392만원의 활동비로 구성돼 있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

경실련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비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인사로만 구성되는 보수산정위원회에서 세비를 결정하여 이를 국회가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처럼 의원세비도 항목 모두를 법률로 정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수당법을 개정하여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을 삭제할 필요도 있다.

의원에 대한 특권 중 가장 커다란 것은 비리혐의 의원에 대한 봐주기 관행이다. 사학비리나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5~20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 47건중 5건(10.63%)이 가결됐을 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상정된 5건의 체포동의안 중 홍문종의원(사학비리 혐의)과 염동열의원(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나머지 3건은 계류중이다.

경실련은 이를 개선하려면 체포동의안이 72시간이내에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탄국회 방지법’을 마련하고, 체포동의안이나 석방요구안에 대한 표결은 기명표결로 할 것을 제안했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내놓은 ‘셀프 금지 3법’도 주목할 만하다. 의원 세비인상과 의원에 대한 징계, 해외출장 심사를 독립기구에 맡겨 의원들 스스로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독립된 국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의원의 예산을 감사하고 연봉과 각종 혜택에 대해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문의장과 유총장이 제안한 정보공개 확대를 통해 의원들의 ‘깜깜이 예산’을 투명화하고 불체포 특권을 최소화하며, 재판이나 수사중인 의원은 법사위에서 배제토록 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의원은 선출직 고위공직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특권이 주어져서는 안된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유럽 의원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덴마크 의원들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전체의원의 40%인 여성의원 자전거에는 장바구니가 달려 있다. 의원 2명당 1명씩 배정된 비서와 함께 하루 평균 12시간 일한다.

스웨덴 의원은 전용차도 없고 면책특권도 없다. 출장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주당 80시간 일하고 1년에 10개월동안 회기가 이어진다. 스위스 의원의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시급 25프랑(약 2만8,000원)인데 의원 월급은 4,000프랑(약 450만원)이다. 보좌관이나 비서는 아예 없다. 이들 국가의 의원들은 명예와 희생을 맞바꾼 고된 직업일 뿐이다.​

한국의원의 세비는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그러나 법안 발의와 처리 등으로 측정한 ‘임금 대비 국회의원 경쟁력’은 꼴찌(이탈리아)에서 두번째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 헌법이 정한 특권 외에도 200개가 넘는 특혜를 누린다. 보좌관 및 비서는 9명까지 둘 수 있다. 일은 안하면서 최상의 임금과 온갖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20대 국회도 출범초에는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특권 내려놓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초심은 이미 빛이 바랬다. 아무리 막말을 내뱉거나 비리를 저질러도, 특권을 이용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빚어져도 아무런 제재도 없다. 출범 초기 새로운 국회상을 세우겠다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다. 특권을 향유할 뿐이다. 젊고 똑똑한, 그리고 청렴한 의원들도 국회에 들어가면 기성 정치인이 되고 마는 것일까. 이들의 다짐과 약속은 용두사미에 불과할 뿐인가.

20대 국회도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은 오직 공천을 받기 위해 당에 충성을 다할 뿐이다. 민생 등 다급한 현안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한다.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다. 지역구를 훑으며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허리를 90도 구부려 인사하면서도 그들의 머릿 속에는 각종 특혜와 특권만 맴도는지도 모른다.

정치 불신은 국회의 특권적 관행과 이를 오남용하는 의원들의 행태에서 비롯된다. 의원들의 ‘특권 감싸기’는 암암리에 자리잡은 특권의식과 특권의 사유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정치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 의원은 귀족도 특권층도 아니고 국민의 대변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의원은 국민의 비난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응원과 사랑의 대상이 돼야 한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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