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낚시천국...갯바위 해산물 채취 추억도 쏠쏠

섬 전체가 낚시천국...갯바위 해산물 채취 추억도 쏠쏠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7.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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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44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큰 섬이 진도인데 서남해안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그 대부분 해역을 차지한 조도면은 57.20㎢ 면적의 섬들이 차지한다. 바다는 조각 공원처럼, 분재 공원처럼 유인도 36개, 무인도 141개 등 177개의 섬이 푸른 바다에 전시하는 모습이다.

괴테는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게는 사랑”이라고 노래했다. 만일 그가 라인강이 아닌 이런 아름다운 섬에서 태어났더라면 “하늘엔 별, 바다엔 섬, 사람에게는 추억”이라고 노래했을지 모른다.

관매도 노을바다
관매도 노을바다

관매도는 진도군 하조도 남쪽 약 7km 쯤에 있다. 섬 면적 5.7㎢, 해안선 길이 17km이다. 섬에는 2개 마을이 있다. 2019년 7월 현재 관매도에는 216명의 어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관매마을에 127명, 관호마을에 89명이 관매도 푸른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관매도는 파도가 일군 천혜의 기암괴석의 섬이다. 관매도는 “바닷가에 매화가 무성하게 자란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또 관호리라는 마을은 달 밝은 밤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 안에 비치는 달빛이 마치 호수 같다하여 그리 불렀다. 관매도에는 실제 매화도 많고 호수처럼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TV 드라마와 영화 ‘천년학’의 배경이기도 했다.

관매도 볼거리는 ‘관매 8경’으로 요약된다. 관매 8경은 관매해수욕장을 시작으로 기암괴석의 무인도 방아섬,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 폭포,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등을 말한다.

관매해변
관매해변

관매해수욕장은 자잘한 모래와 갯벌이 서로 어우러져 신발을 신고 걸어도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 사곶해변을 빼닮았다. 그런 해변이 동서로 3km에 이른다. 툭 트인 청정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천국이 따로 없다. 바다가 깊지 않고 완만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족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이따금 고운 모래밭에는 조개가 키를 세운다. 고동과 게가 길을 내며 기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라니 문득, 문태준 시인의 ‘맨발’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이라는.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라는. 길거리를 헤매며 사는 남루한 삶이, 움막 같은 집을 나서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어디 조개뿐이랴.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이처럼 길 뜬 삶에서 나를 반추하는 일이다. 그렇게 저문 바닷가 저편 서거차도 쪽으로 노을이 졌다. 우리 일행을 다시 수채화 속에 그려 넣고는 적멸의 시간 속으로 빠지게 했다.

관매도는 작은 섬이지만 예술적이면서 역사가 깊다. 바닷가에는 200년산 안팎의 해송이 병풍을 치고 있다. 물놀이하다가 햇빛가리는 쉼터로 제격이다. 자그마치 3만평에 이른다. 수런대는 대숲처럼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는 해송이 있는가 하면, Y자 모양의 새총처럼 서서 바다를 삼각앵글로 만들어주는 소나무도 있다.

관매 솔숲
관매 솔숲

또한 세월을 물고 꼬불꼬불 휘어져 허공으로 길을 내는 해송, 이름 모를 잡풀과 넝쿨더미를 불러 모아 서로 온몸 비비꼬면서 처 올라가며 삶의 아름다운 화두를 던져주는 소나무도 있다. 이런 해양환경이야말로 인문학적 상상력의 날개를 펴면서 무한한 스토리를 계발하고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섬과 문화의 절경인 것이다.

그 해 여름, 나는 해마다 섬에서 개최하는 섬사랑시인학교 열두 번째 여름캠프를 이 섬에서 열었다. 동고차도, 서거차도 등 바로 앞 낙도분교 어린이를 초청하여 서울에서 내려 간 시인과 캠프에 참여한 조무래기들과 함께 아름다운 한여름 밤의 추억을 만들었다. 촛불시낭송, 해변백일장, 민요감상, 무인도 탐사, 등대기행, 조개캐기, 낚시체험, 톳과 미역따기 등 그렇게 해양체험과 추억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섬이 관매도이다.

관해마을 해송해변
관해마을 해송해변

백사장 뒤로 아름다운 해송 숲이 우거져 있고 그 오솔길을 걷는 것만으로 도심을 떠나 모처럼 맛보는 평안과 사색의 여유로움이라니. 그 자체가 삼림욕의 시간이기도 했다. 숲길에 이어지는 유채와 마늘 밭두렁을 가로지르면 색색의 마을 지붕 위로 쌍떡잎식물 상록수 후박나무가 드리워진 섬마을 풍경도 일품이었다. 평화, 그 자체인 이 후박나무는 800년산 천연기념물 212호이다. 과거와 현재의 바람이 넘나들며 공존하는 이곳이 관매 8경 중 첫 풍경이다. 후박나무는 진도군을 상징하는 군목(郡木)이기도 하다.

관매 8경 중 ‘방아섬’(남근바위)은 관매도 동북쪽에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의 섬이다. ‘하늘다리’는 바위산 중심부를 칼로 자른 듯이, 섬이 아슬아슬하게 두 동강 나 있다. 그저 신비할 따름이다.

‘서들바굴 폭포’는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고 하여 관매도 주민들도 7월 백중에 여기에서 밥을 지어먹고 폭포수를 맞으면 피부병이 씻은 듯 낳는다고 말했다.

‘다리여’는 밀물에는 잠기고 썰물 때는 수면 위로 솟는 섬이다. 자연산 돌미역, 톳, 돌김, 우뭇가사리 등 해산물이 풍부해 주민들의 삶의 보고이다.

특히 관매 8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그 주변이 죄다 어족의 산란장이라는 점이다. 강태공들이 사계절 관매도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이다. 봄부터 여름은 난류성 어류가 모여들어 감성돔, 농어, 도다리, 숭어가 잡힌다. 겨울철은 흑돔, 노래미가 잘 잡힌다. 미끼는 갯지렁이와 멸치, 새우를 사용한다.

방아섬
방아섬
하늘바위
하늘바위

고기가 잘 낚이는 수심은 30m 깊이. 낚시 도구를 가져가지 못한 여행객은 포구를 오가는 어미들로부터 자연산 해산물과 어류를 언제든지 값싸게 구입하여 맛볼 수도 있다. 이런 자연 환경 때문에 관매도 사람들은 주로 바다에서 낚시와 그물작업을 통해 멸치와 조기 등을 자연산 해산물을 잡으며 생계를 잇는다.

한 때 한국의 하룽베이로 개발하고자 했던 섬이 관매도이다. 경남과 전남의 청정바다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들고자 했다. 세계적인 크루즈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바다로 들어서 특히 서남해안 일대를 유람하며 한국의 명품바다와 해변절경, 넉넉한 먹거리와 남도인심을 다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섬 안에서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통문화와 생태환경이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재와 환경 관련법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조도군도 사람들은 애만 태워야 했다.

감성돔
감성돔
멍게
멍게
채취한 우뭇가사리
채취한 우뭇가사리

우리는 해양민족이고 그런 우리에게 섬은 역사의 현장이고, 지구촌 모든 이에게도 인류 마지막 보고이다. 부인할 수 없는 이런 사실, 우리 섬의 가치를 더 강조해 무엇 하랴. 반도국가 후예들이 섬을 찾는 일은 역사의 발자취를 찾는 일이고 우리의 무궁한 미래를 재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지혜와 체험 없는 섬 여행이라면 속빈강정일 뿐이다.

인생길은 여행길이다. 고독한 군중 속의 인간이 고독한 섬을 찾아가는 일은 인간의 본향을 찾아가는 길이다. 인간과 자연의 만남, 그 동행에서 주고받는 마음의 대화에서 길 뜬 삶의 여유와 가치를 찾고 반추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 남도 섬으로 떠나보자.

관매도로 가는 배편은 목포, 진도, 조도에서 운항한다. 진도-조도 6회, 진도-관매도 직행 3회 운항한다.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운항 배편과 시간이 다르다. 반드시 자세한 문의 후에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 문의: 진도군 조도면사무소(061-540-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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