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WC]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만들어 준 정정용 감독, 한국 축구의 새 지평을 열다

[U-20 WC]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만들어 준 정정용 감독, 한국 축구의 새 지평을 열다

  • 기자명 이한주 기자
  • 입력 2019.06.16 14:20
  • 수정 2019.06.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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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이한주 기자] 정정용 감독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에서 1–3으로 패배했다. 이날 결과로 한국은 남자 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하게 됐다.

한국 대표팀은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겼다. 그 중심엔 대표팀 사령탑 정정용 감독이 있었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 시절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무명 선수 출신이다. 지도자의 길도 순탄치 않았다. 소위 ‘비주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는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준비했다.

고향 팀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는 약 12년 동안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이 연령대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과거 선수들이 감독의 절대적 권위에 복종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신세대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 예선을 겸해 치른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노트 한 권씩을 나눠줬다. 

이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수들이 팀 전술을 숙지해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승리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마법의 노트”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과거 스파르타식 훈련이나 엄한 카리스마형 지도자와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의 강점도 보여줬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해도 격려하고,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면서 응집력을 높였다. 또한 라커룸 등에서 선수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틀거나 노래를 부를 때도 막지 않았고 같이 즐겼다. 이는 선수들이 감독을 더 믿고 따르는 결과를 이끌었다. 

대표팀 미드필더 고재현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면서 정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이들에게서 ‘우리는 하나’ 라는 정서를 이끌어내고 경기에 뛴 선수들이 “뛰지 못한 벤치 선수들한테 고맙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만들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서 벤치에 있는 선수들을 ‘특공대’라 지칭했다. 그는 항상 후보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잘 준비해야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이는 후보 선수들이 기가 죽는 것이 아닌, 오히려 벤치에서 더 준비하고 뛰는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만드는 진정한 ‘원 팀’을 탄생시켰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정정용 감독은 지략은 물론, 덕까지 갖춘 완벽한 감독임을 증명했다. 그가 남긴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벌써부터 그가 앞으로 우리 축구사에 남길 발자취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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