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가져왔지만 아쉬웠던 벤투 감독의 백3 실험

결과는 가져왔지만 아쉬웠던 벤투 감독의 백3 실험

  • 기자명 유승철 김민재 기자
  • 입력 2019.06.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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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의 득점에 환호하는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의조의 득점에 환호하는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김민재 대학생 기자]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부산에서 열린 호주와 6월 첫 번째 A매치에서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백3를 꺼내들며 파격적인 실험을 선택했다.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한 대표팀은 손흥민과 황희찬 투톱, 미드필더 라인에는 황인범, 이재성, 주세종이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성했다. 좌우 윙백은 김진수와 김문환, 백3에는 권경원, 김영권, 김민재가 선발 출전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경기 초반 대표팀은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좌우 윙백인 김진수와 김문환이 사실상 윙어처럼 기용됐고 순간적으로 전방에서 때로는 4톱, 5톱을 형성하며 호주를 앞선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한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좌우를 흔들며 수차례 1대1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전방에서의 강한 압박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고 좌우 윙백들은 1대1 싸움에서 쉽사리 승리하지 못했다.

다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적 변화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다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적 변화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져갔던 전술이었지만,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때는 애를 먹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주세종과 백3라인은 상대의 압박에 대응하지 못하며, 수차례 '뒷키타카'를 선보였고, 제대로 된 전진 패스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황인범은 후방으로 적극적으로 내려오며 대표팀의 공격을 풀어내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은 주로 후방에 머물렀고, 경기의 양상은 다소 대표팀이 웅크린 상태에서 롱패스에 이은 공격을 노리는 형태로 변모해갔다.

이러한 형태는 호주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반 14분 구드윈의 정확한 크로스에 이은 마빌의 오른발 발리 슈팅이 나왔고, 전반 18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오닐이 올린 공을 듀크가 앞선에서 살짝 방향을 바꾸며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한국은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같은 형태의 전술을 꺼내든 벤투 감독이었지만, 선수들의 포지셔닝 면에서 전반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격시 좌측 윙백인 김진수는 사실상 윙어처럼 기용됐고, 그 자리를 권경원이 커버하며 순간적으로 백4의 형태로 변했다. 전반에도 수차례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후반에는 조금 더 재정비된 모습을 보여주며 전술에 익숙해진 느낌이었다. 또한 전반전 아쉬웠던 후방 빌드업을 극복하고자, 대표팀은 더욱 황인범을 아래쪽에 기용하며 중원을 강화했고, 손흥민도 이에 가담하며 전반전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곰격 상황에서의 김진수의 윙어 기용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곰격 상황에서의 김진수의 윙어 기용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대표팀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나상호의 투입 이후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벤투 감독은 황의조, 홍철, 나상호를 차례로 투입하며 전술에 변화를 줬다. 나상호가 투입된 시점부터는 사실상 기존 역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더에서 정삼각형으로 변화를 주며, 나상호를 꼭짓점에 배치했다. 이후 대표팀의 공격 템포는 살아났고, 더불어 홍철과 황의조의 투입은 왼쪽에서의 날카로움과 득점력을 더했다. 결국 교체 카드는 적중하며 후반 75분 홍철의 크로스에 이은 황의조의 득점이 터졌다.

대표팀의 후반전 포메이션 변화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대표팀의 후반전 포메이션 변화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DB>

물론 1-0 승리로, 일단 결과는 챙긴 대표팀이었지만,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번째 시도한 백3 전술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실험을 사실상 실패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아시안컵에서 밀집수비에 크게 당한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전방에서 순간적으로 4톱, 5톱을 형성하며, 공격 숫자를 늘리려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앞으로 예정되어있는 밀집수비 아시아 팀들과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적어도 이번 백3 전술은 벤투 감독이 고심한 새로운 전술의 결과물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9월부터 본격적인 경기에 임하는 만큼, 벤투 감독의 눈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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