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몽돌과 드넓은 풀등 해변...태고의 신비가 깃든 섬

흰 몽돌과 드넓은 풀등 해변...태고의 신비가 깃든 섬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6.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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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39] 송이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송이도는 영광군 낙월면에 딸린 섬인데 낙월면은 영광군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이뤄진 면소재지다. 영광군 서남단에 위치한 낙월면 섬들은 신안군, 무안군, 부안군 해상과 인접한다. 낙월면은 ‘진달’이라고도 부르는데 유인도 9개, 무인도 43개 등 52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풍부한 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송이도 섬 면적은 3.68㎢, 해안선 길이는 15㎞이다. 낙월면 가장자리의 섬이자 낙월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최고점은 왕산봉(161m)이고 남동쪽의 사질해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암석해안이며 곳곳에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와 어선
그물 손질하는 어부와 어선

송이도는 밭에서 선사시대 조개무지와 무문토기 조각 등이 발견될 정도로 작지만 유서 깊은 섬이다. 두 개의 마을로 구성돼 있는데 대촌(大村)마을은 고려말기 전주이씨가 풍랑으로 배가 전복되면서 이 섬에 밀려들어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작은 마을이라 해서 소촌(小村)이라 부른다. 현재 송이도 대촌마을에는 2019년 5월 주민등록상 100여명이 등재돼 있는데 실제 거주 주민은 50~60명이다.

외미마을은 조선말기 청주한씨가 귀양살이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고, 마을에서 후미진 꼬리부분에 위치한다 해서 외미(外尾)마을이라 부른다. 1985년부터 섬사람들이 뭍으로 떠난 무인도로 남아 있는데 면적은 95ha이다.

꽃게를 손진하는 어부
꽃게를 손진하는 어부

송이도는 조용한 바다와 섬 경관이 태고의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청정 섬마을이다. 바다에서는 감성돔, 농어, 민어, 조기가 많이 잡힌다. 특산물인 새우젓이고 6월에 나오는 육젓은 그 맛이 일품이다.

해양수산부가 2005년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했고, ‘우리나라 아름다운 섬 100선’ 중 하나로 꼽힌 섬이다. 환경부가 전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을 선정했는데 살아있는 생물체 중 이곳 괭이갈매기 소리가 1위로 선정될 정도로 갈매기 울음소리가 매력적인 섬이기도 하다.

몽돌해변
몽돌해변

인근에는 크기가 비슷한 일곱 개 섬으로 이뤄진 칠산도가 있는데 세계적인 희귀조 노랑부리백로는 천연기념물 361호이고,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 또 송이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왕소사나무가 군락지가 있는데 1991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됐다. 꿩, 흑로, 황조롱이 등 18종의 새가 서식하는 송이도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생태섬이다.

송이도는 소나무가 많고 섬의 형태가 사람의 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농사 일이 없을 때 참조기, 새우, 고등어 등을 잡는다. 특히 영광굴비 생산지로 유명한 칠산 앞바다를 바로 앞에 둬 값싸고 질 좋은 굴비를 많이 생산된다.

마을 전경
마을 전경

선착장에 내리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바다가 송이도해수욕장. 길이가 3km에 이른다. 맨발로 걸어도 감촉이 좋을 정도로 아주 작고 부드러운 몽돌해변이다. 전국에서 백령도 콩돌해안과 함께 유일하게 흰몽돌해수욕장을 볼 수 있다. 흰 조약돌 해변은 넓이가 30ha에 이른 큰 해안으로 맨발로 다녀도 발이 전혀 아프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푸른 바다 빛 해변 풍경은 서해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몽돌해변에서는 송이도와 칠산 앞바다로 오고가는 어선과 이를 따르는 갈매기들의 비행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이 그물 손질하거나 새우를 말리는 작업장이기도 해서 섬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닷가에는 해국과 갯메꽃이 피고 주변에 팽나무군락지와 기암괴석도 어우러져 있다.

송이도의 매력중 하나는 조용한 섬으로 가족 단위 여행코스로도 좋다는 점이다. 갯벌과 조약돌 해변이 넓게 펼쳐져 갯벌체험 등 해양체험을 할 수 있다. 해식애가 발달해 물결 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 바위섬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해변에는 도자기 원료인 하얀 자갈이 많은데 이것이 규석이다. 백령도와 송이도에만 있는 돌들이다.

풀등에서 조개잡는 여행자
풀등에서 조개잡는 여행자

구릉지를 끼고 있어 억새로 이루어진 산등성이에서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산등성이가 높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한적한 오솔길을 산책할 수도 있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신비의 바닷길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데 1년에 200여 차례 되풀이 된다. 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바다는 폭 250m 길이 4Km 정도. 썰물 때 갈라져 풀등(모래등)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바닷길이 열린다. 이 때 마을 주민과 여행객들은 맛조개, 피조개, 게 등을 잡을 수 있다.

마을 언덕배기서 바라본 풀등
마을 언덕배기서 바라본 풀등

풀등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요즈음 보기 드문 풍습인 초분도 여전히 남아 있다. 초분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나무 단을 쌓아서 올려놓은 뒤 이엉 등으로 덮어 바람을 이용해 장례를 치르는 풍습을 말한다.

초분을 사용하게 된 배경은 섬은 땅이 귀하기 때문에 무덤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가족 중 일부가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 가족을 기다리는 동안 가묘를 해야 하는 경우, 땅을 터전으로 삼아가는 후손들을 위해 정월에 세상을 하직할 경우 땅을 손대지 않는다는 뜻으로 초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송이도의 경우는 후자이다. 섬에서 점차 사라지는 이러한 풍습이 송이도에는 여전히 전통문화로 남아 그 발자취를 잇고 있다.

강태공들이 가을 낚시시즌에 자주 찾는다. 송이도 앞바다 안마군도에서는 35~40cm 감성돔이 잡힌다. 초보자들도 아무 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우럭은 기본으로 잡을 수 있다. 집집마다 새우 잡이를 함으로 미끼는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하면 된다.

해변에 서식하는 갯메꽃
해변에 서식하는 갯메꽃

민박집은 고깃배를 운영하고 있어 갓 잡아온 농어회, 민어회, 꽃게탕, 매운탕 등 각종 신선한 해산물을 제공한다. 시중에서 5~6만원하는 횟감을 2만 원 선에 맛볼 수 있고, 백반 반찬으로도 아주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들이 나온다. 물이 귀한 다른 섬과는 달리 송이도는 식수도 아주 풍부하기도 하다.

뭐니 뭐니 해도 송이도 풍경 중 빼 놓을 수 없는 장면은 낙조. 서해안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모인 칠산도, 안마군도, 멀리 만재도 쪽으로 지는 노을모습은 매우 이국적이다. 특히 겨울철에 눈발이 날리는 송이도 앞바다로 떨어지는 노을은 이곳 섬에서만 만끽 할 수 있는 것으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환상적인 풍경화 그 자체이다.

여름에는 야영장, 샤워장, 바닷가 쪽 벤치, 콘도형 민박, 몽골텐트, 바닷가 풀장 등이 개방된다. 겨울에는 바닷가 쪽 민박만 주로 이용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지 않아 가게는 기본적인 것만 진열한다. 따라서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준비해 가는 게 좋다.

계마항
계마항

송이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계마항은 방파제 등대 주변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방파제 주변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몰린다. 주 어종은 우럭, 농어, 감생이, 광어, 숭어, 망둥어, 노래미. 또한 일몰 포인트여서 노을 질 무렵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 애호가들의 플래시 터뜨리는 소리가 장관이다. 주변 억새밭과 방파제, 금빛바다, 어선과 갈매기, 포구의 정겨움까지 더해져 방송사의 다큐촬영 무대이기도 하다.

시간이 넉넉하거들랑 꼭 계마항 주변을 여유 있게 둘러볼 필요가 있다. 간만의 차가 심해 방파제 아랫도리까지 갯벌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빠진다. 반대로 밀물 때는 먼 바다로 나간 배들이 갈매기들을 데블고 방파제에 철썩철썩 풍랑을 내려치면서 생동감 있는 포구를 연출한다. 계마항 주변에서 횟집과 영광 특산물을 파는 가게들도 갖춰져 있다. 문의: 낙월면사무소(061-350-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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