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30돌 전교조’ 합법화는 언제 이뤄질까

<김주언 칼럼> ‘30돌 전교조’ 합법화는 언제 이뤄질까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19.05.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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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에서 ‘삶을 위한 교육’으로! 28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전교조의 새로운 화두이다. 30년전 교육민주화라는 시대정신으로 전교조를 결성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교육의 과제를 제시해야 할 역사적 책무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전교조는 지난 25일 열린 교사대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경쟁교육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쉼’을 보장받는 교육공동체, 자유와 민주의 ‘숨’을 쉬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대안도 제시하겠다”며 “교사성과급제와 교원평가제를 폐지하고 교사의 노동·정치기본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꿈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교육에서 교육과 삶이 행복한 사회로의 변화”이다. 그러나 3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가장 긴요한 과제는 법외노조에서 벗어나 합법노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법외노조 합법화 투쟁과정에서 해직된 교사들의 원직복직도 시급하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국회비준을 약속했지만, 행정조치만으로도 얼마든지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국회비준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여야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난망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교조의 30년은 수난으로 얼룩져왔다. 1989년 5월28일 출범할 당시 1,527명의 교사가 해직당했다. 당시 노태우정부는 전교조를 결성하면 조합원들을 파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교조는 어느정도 희생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국에서 1,5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하루아침에 교단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당시 문교부(현재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낸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란 공문이 그것이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전교조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정부가 공인해준 셈이다. 결국 참교육을 실행하려던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전교조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결성된 지 약 10년만이었다. 이해찬 당시 교육부장관의 힘이 컸다. 그동안 해직교사들은 조합원들이 낸 후원금으로 매달 조금씩 생계비를 지원받아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다. 전교조 교사들은 10년만에 교육현장으로 복귀했다. 전교조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교육현장도 차츰 바뀌었다. 애국조회와 촌지봉투가 사라졌고 학생들에 대한 체벌도 없어졌다.

전교조 등장이후 교육정책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전교조 출신 등 진보교육감이 일선 교육 정책의 수장으로 등장하면서 많은 변화바람이 불었다. 교육공공성의 꿈은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으로 현실화했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교육의 주체라는 지향은 학교운영위원회, 학생인권조례,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의 법제화 요구로 나아가고 있다. 참교육 실천은 교실수업 혁신과 혁신학교로 결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는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자율형 사립고의 신설 등으로 교육현장에 무한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과거 독재정권시절에 시행했던 일제고사를 다시 치르고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교육을 획일화시키기 위한 시도도 잇따랐다. 전교조 교사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제고사와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으로 조합원들이 줄줄이 징계당했다. 2013년에는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조합원 6만명이 넘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노조 전임자 34명은 또다시 해고됐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전교조의 상고로 2016년 이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대법원은 3년이 넘었는데도 판결날짜를 정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 사실이 밝혀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차장의 사법농단관련 재판에서 “임전차장으로부터 ‘(박근혜) 청와대가 전교조사건을 최대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재항고를 기각하면 역풍이 불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설명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직자는 노조원이 될 수 없으므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노조는 불법이라는 궤변은 국제적 망신거리다. 법외노조 근거법령을 국제노동규약이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정책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동료를 노조 밖으로 내몬다면 노조라고 할 수도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해직교사의 조합원 가입을 금지하는 교원노조법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은 1991년 12월 ILO 정식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들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이다. 핵심협약을 비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컸다.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FTA조항에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핵심협약 비준은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국회의 관계법령 개정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으로 경사노위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ILO 핵심협약 4개중 3개의 비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금지를 담은 제29호는 비준절차에 들어가되 국가보안법과 배치되는 강제노동협약 105호는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헌법상 국회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절차를 거쳐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ILO 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보장)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직결된다. 제87호는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를 자율적으로 만들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불법화할 수 없다.

전교조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존중하면서도 정부가 즉각 직권으로 법외노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외노조 통보가 고용노동부의 행정행위로 이뤄졌기 때문에 법외노조 취소통보도 행정행위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판결이나 ILO 핵심협약 비준이 언제 완료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신속하게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30년동안 교육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현장은 극심한 경쟁에 몰려 고통을 겪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전교조가 하루빨리 법외노조에서 벗어나 교육현장에서 ‘삶을 위한 교육’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쉼’을 보장받는 교육공동체는 우리사회의 염원이기도 하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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