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전… “이젠 웃을 수 있어 좋아요!”

[르포]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전… “이젠 웃을 수 있어 좋아요!”

  • 기자명 김건완 기자
  • 입력 2019.05.20 05:05
  • 수정 2019.05.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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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계성학교 육상 필드 3인방...운동으로 학업과 진로 두 마리 토끼 잡아

[데일리스포츠한국 김건완 기자]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아요”

“동료랑 같이 운동하니 마냥 즐겁고 금메달 따서 엄마에게 멋진 딸 되고파”

“금메달 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기록에 도전할래요”

“사회 나가서도 장애 극복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지난 14일 오후 여느 때 보다 일찍 다가온 초여름 날씨 속에 전북 익산시 익산종합운동장 윗 등선에 위치한 보조경기장에서는 대회에 앞서 최종 점검을 하며 학생선수 10여명의 선후배들이 수어를 주고받으며 맹연습을 하고 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선수들은 이마에 송공송골 맺힌 땀방울에 밝은 미소만이 가득하다. 농아인 선생님은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부족한 자세를 바로 잡아 주며 격려 섞인 수어로 지도에 한창이다.

전국 장애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한 겅원도 대표 춘천계성학교(학교장 홍순목) 고등부 육상 필드 3인방이다.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허인서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 금, 원반던지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사진은 원반던지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허인서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 금, 원반던지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사진은 원반던지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육상부 막내 허인서(1년·여) 선수는 육상 외에도 IT기술, 제과제빵도 뛰어나다. “진로를 찾는게 걱정이다. 가능하다면 체육선생님이나 동물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다.

또 기자의 수어를 사용한 인터뷰를 보고 “예상치 못하게 수어로 해 주시니 마음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흐뭇해했다.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소감을 말하면서도 수줍은 미소가 가득했다. 대회에서 허 선수는 여자 원반과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이영훈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 은, 포환던지기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창던지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이영훈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 은, 포환던지기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창던지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춘천 계성학교 마스코트인 이영훈(2년·여) 선수는 특수학교로 진학하면서 또래보다 한 학년이 늦다.

“초, 중을 일반 학교를 다녔는데, 나로 인해서 불편함이 없는지 애써 마음 졸이며 다녔다”며. “하지만 특수학교로 옮겨 동료들과 운동하고 학업도 즐겁게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꼭 금메달을 따 엄마에게 멋진 딸이 되고 싶다”고 해맑게 웃었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 선수는 포환에서 금, 창던지기 은메달을 차지했다. 장래희망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7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박준수 선수가 DB 고 남자 원반던지기 은, 창던지기 금메달을 따내며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17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박준수 선수가 DB 고 남자 원반던지기 은, 창던지기 금메달을 따내며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원반과 창던지기 종목에 출전하는 박준수 선수는 운동을 통해 밝은 성격으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학교 입학 시절 심한 우울증을 운동으로 극복한 케이스. “요즘 운동이 즐거워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노력하고 인내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연습으로 흘리는 땀방울 속 미소가 가득했다. 장래희망은 체육선생님.

대회 첫날 원반 경기에서 너무 긴장해 은메달을 땄다던 박 선수는 남은 경기에 포기하지 않고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허인서(왼쪽)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최종훈 지도 교사와 함께 대회 2관왕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15일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강원 대표 춘천계성학교 허인서(왼쪽) 선수가 DB 고 여자 창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최종훈 지도 교사와 함께 대회 2관왕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춘천계성학교 최종훈 교사는 장애인 선수는 비장애인 선수와 달리 운동 종목에 대한 이해 교육이 늦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선수들이 기숙사 생활을 주로 하고 있고, 학업 병행을 위해 밤 9시 반 전후까지 맹훈련을 한 후 학업과 숙제를 도우면 12시를 훌쩍 넘기는 사제 간 동고동락을 하며 대회에 참가했다. 너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저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손사레를 저었다.

최 교사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장애를 극복 할 수 방법을 중점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선수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많이 키우고 싶다. 또 학교와 도교육청, 도장애인체육회의 아낌없는 지원에 늘 감사하다”고 지도 소감을 전했다.

춘천계성학교는 1976년도 초등 6학급으로 개교해 현재 유치원, 초.중.고등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청각장애 공립특수학교이다. '꿈과 슬기를 키우는 으뜸인'이라는 교훈아래 소리의 벽을 넘고자 전 교직원이 하나 돼 사랑으로 가르치는 열정이 가득하다.

한편, 이번 대회는 전국 장애학생들의 스포츠 축제로 ‘함께 뛰는 땀방울, 자신감의 꽃망울’ 슬로건 아래 치러졌다. 특히 메달의 색깔이나 경기결과와 관계없이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과 학생들 지도에 열정을 다 받쳤던 지도자와 교사들의 노력의 결실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또 장애학생선수들의 원천적인 교육의 첫걸음이자 함께 할 힘의 원천은 학부모이다. 경기 내내 학생 선수 못지않게 기쁨의 환호, 긴장과 아쉬움, 안타까움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하는 열정 어린 모습은 장애학생 선수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더 없는 응원군이다.

장애학생에게 있어 체육은 세상으로 나가는 첫걸음이자 소통의 원천력으로 단순히 기초체력을 길러주는데만 국한해선 안 된다.

체육활동으로 장애 학생들이 자아에 대한 자신감과 존중감을 길러줘 사회에서 나가서도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야말로 내일을 향한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사회문화적 소통과 통합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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