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할아버지 댁으로(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1.할아버지 댁으로(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02 08:15
  • 수정 2019.05.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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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언제 오는데?", "휴.글쎄, 일이 정리되면 오겠지."

“지우야, 많이 힘들었지?”

집 안으로 앞서 들어가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 지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우는 마지못해 엄마를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아버님, 저희 왔어요.”

가방을 마루에 내려놓으며, 엄마가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엄마는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지우와 엄마는 곧바로 한지 지소(한지를 만드는 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우엄마 왔는겨?”

언제 나왔는지, 곽 씨 아저씨가 다가와 반겨 주었다.

“예, 아저씨도 잘 계셨지요?”

“그려. 안 그래도 지우엄마 짐 내려 주려고 나온 참인디. 마침 맞춰 나왔구만.”

“지가 짐을 내릴 테니, 좀 쉬셔라.”

곽 씨 아저씨 뒤에 서 있던 갈담이 삼촌이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대문 밖으로 나가 트럭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바깥쪽을 바라보던 엄마는 지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우도 엄마 뒤를 따라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지우는 지소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지소에는 한지의 원료로 쓰이는 닥나무가 가득 쌓여 있었다. 닥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그려, 지우 왔구먼.”

지소 안쪽에서 닥나무를 고르고 있던 할아버지가 지우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선 채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버님이 도와 주셔서 이렇게라도 겨우 빠져 나왔어요.”

지우는 무슨 말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엄마를 바라봤다. 알고 보니, 집을 빚쟁이들한테 넘겨 주고도 남은 빚 중에서 아주 급한 것만 할아버지가 대신 갚아준 모양이었다.

“니가 무슨 죄 간디, 욕 본다(고생이 많다).”

그동안 엄마가 마음 고생이 많았나 보다. 이런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지우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엄마에게 건네 주었다. 여러 번 접은 종이였다. 엄마가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는 ‘닥종이 인형 연구소’라고 적혀 있었다.

“에미야, 결혼 전에 닥종이 공예 자격증 땄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곳에 한번 나가 봐라. 이제는 너라도 자리를 잡아야지. 여기서 출퇴근할 수 있으니 지우도 괜찮을 것이다.”

“네, 아버님.”

엄마의 손에 들려 있는 종이가 파르르 떨렸다.

지소를 나온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 짐 정리를 했다.

“지우야, 엄마는 여기가 편해. 솔직히 할아버지가 네 아빠보다 더 든든하거든. 날이 밝으면 할아버지가 알려 준 연구소에 가 볼 거야.”

“아빠는 언제 오는데?”

지우가 궁금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휴, 글쎄. 일이 정리되면 오겠지.”

엄마는 아빠라는 말만 들어도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숨어 버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아빠는 은행 돈을 빌려다 사업을 벌이고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사채를 끌어다 썼다. 그러다가 일이 잘 안 되면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휴대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혼자 뒤처리를 하고, 이삿짐까지 싸야 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와 지우는 잠자리에 들었다.

“곧, 괜찮아질 거야.”

엄마가 지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이불을 지우 목까지 덮어 주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다음 날,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연구소를 찾아갔다.

혼자 남은 지우는 마루에 앉아 마당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컴퓨터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아-아, 심, 심, 해!”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2)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2)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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