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리들 마음 속의 수채화, 독도야 잘 있느냐

[여행] 우리들 마음 속의 수채화, 독도야 잘 있느냐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8.09.18 10:02
  • 수정 2019.04.29 17:3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⑥ 가장 먼저 해 뜨는 섬 독도

[데일리스포츠한국 글 사진: 박상건 기자]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이자 반도 국가이다. 이 섬들에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과 어부들의 안전을 위해 유인등대 35개를 비롯하여 5,289개 등대가 있다.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섬과 사람을 이어주는 등대 불빛. 그 소통의 미학을 찾아 우리나라 해양 공간 곳곳을 30년 동안 답사한 섬 전문가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을 독점 연재한다. 그가 직접 취재하고 촬영한 생생한 섬과 바다 그리고 등대이야기가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광개토대왕함에서 바라본 독도
광개토대왕함에서 바라본 독도

여행은 낯익은 일상을 훌훌 털고 낯선 기표를 해독하고 깨닫는 삶의 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몰과 일출 명소를 찾는다. 수평선에 뜨고 지고 해를 바라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싶음이다. 바다는 그런 여백과 비움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일몰시간은 17시 40분 신안 가거도. 2018년 새해 첫 일출은 아침 7시 26분 독도였다. 일출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데 독도 일출 5분 후에 울릉도와 울산 간절곶, 부산 태종대, 마라도 등 섬과 내륙을 관통해 백령도 해역을 빠져나간다.

일출 시간대를 정하는 것은 날짜변경선을 기준으로 한다. 날짜변경선은 북극과 남극 사이 태평양 바다 위를 기준으로 세로로 긋는다. 남태평양 피지의 타베우니섬 끝자락에 25cm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동쪽을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서쪽을 해가 가장 마지막으로 지는 지점으로 삼는다. 피지는 태평양에서 유럽 국가들의 패권다툼 속에서 신음하다가 1987년 독립했다. 피지제도의 작은 섬 위에 태양이 재깍재깍 시간의 여행을 시작하던 중 크기는 달라도 태생적 환경을 빼닮은 우리 독도와 조우한다. 타베우니섬과 독도는 지형적으로 대륙붕 위에 두 개의 큰 섬과 올망졸망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동도와 서도 사이의 독립문바위 촛대바위
동도와 서도 사이의 독립문바위 촛대바위

독도는 울릉도로부터 87.4km 해상에 떠 있다. 우산도, 삼봉도 등으로 불리다가 1881년 현재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돌섬, 독섬을 한자로 표기한 게 ‘독도’다. 독도는 식물 60여 종, 곤충 130여 종, 조류 160여 종이 사는 바다의 해양박물관이다. 최근에는 국제적 관심종인 비늘베도라치과의 국내 미기록 어종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했다.

나는 독도의 멋진 일출을 광개토대왕함에서 감상했다. 묵호 제1함대를 출발한 광개토대왕함은 아파트 7층 높이의 대형 함선으로 220명의 해군 승조원들이 탑승해 동해를 샅샅이 경비한다. 16시간 동행 끝에 독도에서 부서지는, 빛나는 햇무리의 장관을 보았다. 함정이 접안할 수 없어 오히려 먼발치서 독도의 전경을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독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몇 년 전 정부의 등대스토리텔링 조사연구사업 책임연구원으로 방문할 때다. 독도등대는 러일전쟁 때 일본이 독도 근해서 전투가 잦아지면서 목조망루를 설치한 것이다. 독도등대 불빛은 65km 해상까지 비춘다.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국내외 선박들은 이 불빛을 통해 독도의 위치를 확인하고 정해진 뱃길로 안전항해를 한다.

오징어배와 독도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오징어배와 독도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등대원들은 2개 조로 3명이 1개월씩 순환근무를 한다. 독도는 안개가 잦고 연중 흐린 날이 160일을 넘는다. 그래서 제때 나가고 오는 일이 쉽지 않다. 독도에 첫발을 내딛던 날도 풍랑주의보를 만났다. 나는 등대에 사흘째 발이 묶였다. 독도에는 식수가 없다. 외로움은 함께 견디는 것. 등대원과 독도경비대원들은 가족처럼 지낸다.

독도와 괭이갈매기는 천연기념물이라는 점에서 동급이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섬인 탓에 건물을 쇠기둥 위에 지었다. 천연기념물인 괭이갈매기들은 섬 전체를 마음껏 휘저으며 이착륙을 반복했다. 독도는 괭이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수평선으로 해가 떨어지자 등대가 숨 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경비대도 등대 아래서 경계근무를 섰다. 오징어 어선 몇 척이 풍랑을 피해 서도로 이동했다. 근무자들은 망원경과 무전신호를 주고받으며 예의주시했다. 등대원들은 1시간 단위로 기상청에 독도 날씨를 타전했다. 등대원들은 울릉도에서 독도 해역으로의 기상변화를 체크해 기상청에 전달한다. 언론의 일기예보는 그렇게 국민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해양 민족의 후예다. 독도는 우리 민족 자존심의 상징이다. 독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섬이면서 태평양으로 향하는 첨병의 섬이다. 더 이상 독도가 정쟁과 영토분쟁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일절과 광복절에만 특별 이벤트의 대상으로 대접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가고 싶을 때 가고 더 머물 수 있는 섬, 새해 일출을 마음속의 붉은 수채화로 담는 추억의 섬이었으면 좋겠다.

동도와 서도를 출렁다리로 이어 서로 오갈 수 있고, 해안선을 걸으며 사색하고 몽돌해변에서 해수욕도 하고, 해저탐험도 가능한 그런 섬이었으면 좋겠다. 피지의 작은 섬이 식민지배의 쓰라림을 털어내고 에메랄드 바다를 세계인의 ‘마지막 지상낙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처럼, 우리 땅 독도도 그렇게 멋진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배편 문의 ㈜돌핀해운 791-8112, ㈜씨스포빌 1577-8665, ㈜대저해운 1899-8114, ㈜jhferry 1644-9605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