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5] '밀어붙이기'로 생긴 그림자,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평창 G-5] '밀어붙이기'로 생긴 그림자,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2.04 09:03
  • 수정 2018.02.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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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은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밀어붙이기식 운영으로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국내 최고의 원시림을 보유하고 있는 가리왕산을 파헤쳐 사후 활용계획이 없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을 만든 것도 그 사례다. 사진은 정선 알파인경기장 전경. <사진=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은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밀어붙이기식 운영으로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국내 최고의 원시림을 보유하고 있는 가리왕산을 파헤쳐 사후 활용계획이 없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을 만든 것도 그 사례다. 사진은 정선 알파인경기장 전경. <사진=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강원도 평창은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3차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95표 가운데 무려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63표를 얻으며 독일 뮌헨(25표)와 프랑스 안시(7표)를 압도,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6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동계올림픽 개최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듯이 동계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밀어붙이기가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의 스포츠 농단도 있었고 박근혜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이리저리 주무른 흔적이 포착됐다.

그리고 그 밀어붙이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의를 위해 작은 것쯤은 무시하거나 희생되어도 좋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대의명분' 마인드는 버리지 못했다. 그 결과 평창동계올림픽의 뒷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다.

◆ 박근혜 정부의 무작정 밀어붙이기, 올림픽 준비는 이미 엉망진창

박근혜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무작정 밀어붙였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들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스포츠 농단으로 인해 시작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마스코트였다. 원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올림픽 마스코트는 민화에 나오는 까치호랑이였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가을 문화체육관광부는 갑자기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스코트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설명이었다.

이는 IOC에 의해 거절당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린'을 거스를 수 없었던 문체부와 조직위원회는 IOC와 무려 6개월 동안 줄다리기를 하다가 끝내 부랴부랴 백호를 마스코트로 선정했다. 금쪽같은 시간을 날려버리면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통해 마스코트를 널리 알려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려던 전략이 물거품이 됐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1400억 원을 들이고도 혹한과 폭설에 전혀 대비할 수 없는 지붕 없는 경기장으로 지어져 논란거리다. 사진은 지난 3일 모의개회식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1400억 원을 들이고도 혹한과 폭설에 전혀 대비할 수 없는 지붕 없는 경기장으로 지어져 논란거리다. 사진은 지난 3일 모의개회식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의 많은 부분에 대해 최순실이 이권 개입을 시도한 것도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스포츠 농단 때문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사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경기장을 철거하게 되지만 최순실의 이권 개입 때문에 골칫거리가 됐다.

개폐회식이 벌어지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도 문제다. 개폐회식만 치르기 위해 경기장을 지은 것도 문제지만 1400억 원을 들여 지붕이 없는 경기장을 만든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을 온몸으로 맞이하게 생겼다.

조직위원회는 추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랴부랴 방풍막과 관람석 히터를 설치하고 무릎담요와 핫팩 등 방한용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 4일 모의개회식에서 추위를 막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다. 개회식 당일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불안점도 있다.

◆ 정선 알파인 스키장 건설로 무너진 가리왕산 자연 생태계

환경단체는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가리왕산에 알파인 스키장을 건설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가리왕산은 1급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과 하늘다람쥐, 노루, 토기, 오소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다 무려 12만 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자라는 국내 최고의 원시림이었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이런 환경단체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부터 가리왕산 벌목이 예정대로 진행됐고 결국 알파인 스키장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동계올림픽 그 이후다. 알파인 스키는 가파른 경사면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활강이나 회전 경기가 벌어지는 종목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즐기기 어렵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원래 올림픽을 치른 뒤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최순실의 스포츠 농단으로 존치로 바뀌었다. 그러나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사후 활용 대책은 전무하다. <사진=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원래 올림픽을 치른 뒤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최순실의 스포츠 농단으로 존치로 바뀌었다. 그러나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사후 활용 대책은 전무하다. <사진=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정선경기장을 일반인들이 쓸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도 없다. 일단 경기장 자체가 일반인들이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슬로프가 일반인들이 즐기는 슬로프와 전혀 다르다. 설상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꽁꽁 언 빙판 위에서 스키를 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알파인 경기장은 자연설이 아닌 인공설을 뿌린 뒤 2m 이상을 다진다. 오히려 자연설은 치워야 한다.

또 대회가 끝난 후 환경복원 조건이 걸려있다. 경기장의 50% 이상을 자연환경으로 복원한다는 전제를 달고 공사에 들어갔지만 활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스키장으로 쓰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미 원시림 상태의 가리왕산을 돌려놓기는 어렵다. 이미 자연 생태계는 무너졌다.

◆ 남북단일팀 구성부터 대표팀 선수 관리도 엉망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올림픽 현장 곳곳에서는 밀어붙이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만든 것부터가 대의를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논리다. 현장 특히 선수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남북 단일팀을 밀어붙이기식으로 급조했다.

또 대표팀 선수 관리도 엉망이다. 올림픽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쇼트트랙 대표팀에서는 폭행 파문이 터졌다. 심석희를 오랫동안 지도했던 코치가 심석희를 훈련 도중 폭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심석희는 자신이 폭행당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잠시 선수촌을 떠나기도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를 폭행한 코치를 영구제명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대표팀에는 큰 생채기가 났다.

빙상경기연맹의 '헛발 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맹의 무지 속에 노선영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뻔 했다.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지만 연맹의 행정은 계속 논란거리다.

경성현의 올림픽 출전 무산도 논란거리다. 대한스키협회는 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경성현을 제외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경성현의 제외가 실력 때문이 아니라 정선경기장을 지어놓고 이 경기장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가 없으면 안된다는 논리로 다른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는 등 많은 논란을 낳았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는 등 많은 논란을 낳았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이에 경성현 측은 반발했고 4일부터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협회를 항의방문하는 한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하지만 이미 대표팀 엔트리는 마감됐기 때문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경성현의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힘들다. 경성현은 이미 스키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이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푸대접도 불거졌다. 자원봉사자 면접 때 하루 15시간, 주 7일 근무가 가능한지, 열정페이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등의 갑질 질문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올림픽 경기가 벌어지는 지역까지 교통비를 사비로 부담하고 방한용품이 부족해서 역시 사비를 털어야 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모의 개회식을 앞두고 자원봉사자들이 집단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푸대접은 아직 '시한폭탄'이다. 만약 자원봉사자 대접 논란이 계속 이어져 집단 보이콧이 현실이 된다면 올림픽은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은 물론이고 패럴림픽까지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인력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직위원회 차원의 문제점 해결 의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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