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전호성 기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20회 우승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28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6위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를 3시간 4분만에 3-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년 연속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페더러는 이로써 개인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20회 우승 고지에 오른 것은 페더러가 처음이다. 페더러 다음으로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16회 우승으로 2위다.
또 이 대회 6회 우승으로 로이 메이슨(호주),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남자단식 최다 우승 동률을 기록했다.
1981년 8월생으로 만 36세 5개월인 페더러는 1972년 켄 로즈월(호주)의 37세 2개월에 이어 호주오픈 최고령 남자단식 우승 2위 기록을 세웠다.
4강에서 정현(58위·한국체대)을 상대로 2세트 도중 기권승을 거둔 페더러는 이날 1세트를 24분 만에 따내며 완승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에서 칠리치는 끈질기게 페더러를 괴롭히며 타이브레이크 끝에 기어이 한 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3세트 게임스코어 3-2에서 페더러가 브레이크에 성공, 5-2까지 훌쩍 달아났고 결국 페더러가 세트 스코어 2-1로 한 걸음 앞서 나갔다.
4세트에서는 칠리치의 반격이 매서웠다. 자신의 첫 서브 게임을 내줘 0-2로 끌려가다가 1-3에서 연달아 5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 승부를 5세트로 몰고 갔다.
마지막 5세트의 주인공은 결국 페더러가 됐다. 페더러는 자신의 첫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두 차례나 허용하며 고전했으나 세 차례 듀스 끝에 결국 '전매특허'인 각도 깊은 원핸드 백핸드로 게임을 지켜냈다.
기세가 오른 페더러는 곧바로 칠리치의 서브 게임을 가져와 2-0을 만들었고 3-0까지 달아나며 칠리치의 저항을 잠재웠다.
경기 후 페더러는 "믿을 수 없다. 정말 기쁘다. 긴 하루였다. 내 꿈이 현실이 됐다"며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켰다.
1만5000여 명의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자 페더러는 "당신들이 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계속 운동하게 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