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9] 사상 첫 출사표, 한국 아이스하키 위대한 도전

[평창 G-9] 사상 첫 출사표, 한국 아이스하키 위대한 도전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1.31 10:05
  • 수정 2018.01.3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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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포츠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사상 처음으로 아이스하키 종목에 출전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아이스하키 남녀 종목에 모두 출전하는 것은 일본과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번째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이 해체된 구 소련의 일부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두번째나 다름없다.

또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다. 이 역시 중국과 일본, 카자흐스탄에 이어 네번째 아시아 국가라는 기록을 남긴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사를 묻지 않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평화라는 큰 틀로 봤을 때 탁구와 축구에 이어 한민족의 단결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 평창 프로젝트로 남자대표팀 전력 급상승, 이젠 1승이 목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지난 2014년 소치 대회부터 올림픽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없애면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예선을 통과하면 되겠지만 워낙 세계와 격차가 컸다. 소치동계올림픽 예선 당시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28위에 불과했다. 오직 12개국만 참가하는 올림픽 본선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IIHF에서 세계랭킹을 18위까지 끌어올린다면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희망을 가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평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귀화선수였다. 워낙 선수층이 얇은데다 전력을 단기간에 급상승시키기 위해 귀화선수들을 적극 받아들였다. 골리 맷 달튼과 브락 라던스키,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브라이언 영, 에릭 리건, 알렉스 플란테 등 7명의 벽안 선수들은 이제 당당한 태극전사다.

세계랭킹도 크게 끌어올렸다. 2009년까지만 해도 디비전Ⅱ에 있었던 한국 남자아이스하키는 2010년 디비전Ⅰ으로 상승했다. 급기야 2015년에는 디비전Ⅰ 그룹A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디비전Ⅰ 그룹A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톱 디비전으로 승격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인 오는 5월에는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등과 격돌할 정도가 됐다.

올림픽 본선에서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다. 캐나다, 체코, 스위스와 함께 A조에 묶인 한국은 다음달 15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스위스(다음달 17일), 캐나다(다음달 18일)와 격돌한다. 캐나다는 IIHF 세계랭킹 1위의 강팀으로 2010년부터 올림픽 3연패를 노리기 때문에 한국이 넘어서긴 힘든 상대다. 체코 역시 세계랭킹 6위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스위스 역시 세계 7위로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지선 감독의 조련으로 한층 대표팀 전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1승 이상을 거둬 플레이오프 출전을 노린다. 게다가 NHL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경기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경기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남북 여자단일팀, '원팀'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까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서 남북단일팀의 저력은 대단했다. 탁구에서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축구에서도 8강까지 오르며 한민족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구성 과정에서 논란이 있긴 했지만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다시 한번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줄 기회다.

단일팀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목소리와 주장은 철저하게 배제됐고 합의도 생략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긴 했지만 단일팀은 그 존재만으로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하고 올림픽 경기에서 의무적으로 최소 3명의 북한 선수를 기용하기로 합의하면서 진정한 단일팀의 모습을 갖췄다.

물론 아직까지 걱정거리는 있다. 오랫동안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조련해왔던 세라 머리 감독의 지도력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한 선수 3명을 출전시키는 과정에서 북한에서 파견한 박철호 감독의 몽니가 있을 경우 단일팀의 화합이 순식간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잘 봉합되는 듯하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자마자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남북 선수들이 알아갈 수 있도록 했고 선수들의 라커도 섞어 배치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또 지난 28일부터 합동훈련을 시작하면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단일팀은 다음달 10일 스위스전을 시작으로 12일 스웨덴전, 14일 일본전을 차례로 치른다. 스웨덴이 세계 5위, 스위스가 세계 6위의 강팀인 것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준준결승에 오르긴 힘들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9위의 일본에 0-3으로 지긴 했지만 당당하게 접전을 벌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1승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여자아이스하키에서 1승 그리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탁구, 축구에 이어 또 한번의 감동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을 열흘 동안 얼마나 전력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다음달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리는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얼마나 발전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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