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11] 사상 첫 모든 종목 출전, 한국 피겨스케이팅 새 역사를 쓴다

[평창 G-11] 사상 첫 모든 종목 출전, 한국 피겨스케이팅 새 역사를 쓴다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1.29 08:27
  • 수정 2018.01.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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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김연아라는 불세출 스타가 나오기 전에도 한국에는 피겨선수가 있었고 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세계에서는 변방에 불과했고 우리의 인식도 매우 낮았다.

하지만 김연아가 나온 이후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김연아가 나오면서 악셀과 토루프 같은 어려운 점프 기술에 대해서 알아가는 팬들이 생겼다. "피겨스케이팅은 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달라져 남자 선수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인기는 더해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한차원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연아처럼 메달을 따내기는 어렵겠지만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싱 선수를 모두 출전시킨다. 사상 최초다. 여기에 지난 소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팀 이벤트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최다빈. <출처=연합뉴스>
최다빈. <출처=연합뉴스>

◆ 한국 피겨의 중추가 된 '연아 키즈'

선수들이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린다. 아름다움을 겨루는 종목이어서 예술성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점프와 스핀 등 역동적인 모습도 요구된다. 이 가운데 여자 싱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동계올림픽의 여왕'으로 평가받는다.

이 종목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선수들은 바로 '연아 키즈'다.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포디움(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세대들이다. 이번 대회는 나이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유영 같은 선수는 김연아가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TV로 지켜본 뒤 피겨를 시작했을 정도다.

여자 싱글에는 최다빈과 김하늘이 나선다. 최다빈은 지난해 6월 모친의 별세와 부츠 문제로 인한 왼쪽 발목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기량 발전이 더뎠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다빈이 내심 메달권에 진입해주길 바랐지만 수많은 어려움 때문에 10위권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다빈은 저력이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10위에 올랐고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가져왔다. 또 지난 26일에 끝난 4대륙 피겨선수권에서도 종합 4위에 오르며 평창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김하늘 역시 4대륙 선수권에서 6위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최다빈에 이어 선발전 2위에 올며 여자싱글에 걸린 나머지 1장의 출전권을 가져간 김하늘은 4대륙 선수권에서 173.10점으로 자신이 지난 시즌 주니어 무대에서 받았던 기존 최고점인 155.75점을 받으며 선전했다.

남자싱글에서는 차준환이 출사표를 던졌다. 차준환은 메달권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지만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후 비약적인 기량 발전을 이뤘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전면에 배치하며 점수를 부쩍 높여 한국 남자싱글 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10' 진입에 도전장을 던졌다.

차준환에게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강심장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선발전 1, 2차 대회에서 이준형에 이어 2위에 그치는 바람에 마지막 3차 대회에서 역전 가능성이 낮았지만 기어이 티켓을 따내는 뒷심을 보였다. 차준환은 평창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하지 않고 오서 코치와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겜리-민유라. <출처=연합뉴스>
겜리-민유라. <출처=연합뉴스>

◆ 페어·아이스댄스 팀의 탄생, 팀 이벤트 출전으로 이어졌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에 나간 페어 선수는 그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실력이 낮기도 했지만 선수층 자체가 두껍지 못했기 때문에 페어 조가 구성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생겼다. 감강찬-김규은 조가 그들이다. 감강찬-김규은 조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들의 기대 성적은 메달권도 아니고 톱10도 아니지만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수 있는 순위에 든다면 목표는 달성이다.

또 아이스댄스 선수들도 구성됐다. 알렉산더 겜린-민유라 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해낸 아이스댄스 조다. 민유라는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택한 재미동포 출신이고 겜린 알렉산더는 민유라와 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추기 위해 귀화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겜린-민유라 조는 4대륙 선수권에서 7위에 오르며 나름 성적을 냈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한차원 다른 무대다. 일단 이들의 목표도 쇼트댄스 20위 안에 들어 프리댄스 종목에 나가는 것이다.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취약종목이긴 하지만 이들이 목표치인 프리 종목에 출전하기만 한다면 팬들의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심이 모아지면 그만큼 피겨를 하려는 새로운 '평창 키즈'가 생겨날 것이고 페어와 아이스댄스 선수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단 10개국만 출전하는 팀 이벤트 출전도 한국 피겨로서는 새로운 역사다. 스페인이 탈락하면서 극적으로 팀 이벤트에 출전하게 된 한국은 차준환과 최다빈, 감강찬-김규은, 겜린-민유라를 전면에 내세운다. 팀 이벤트는 다음달 9일부터 12일까지 벌어진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피겨가 메달을 획득하기는 힘들지만 모든 종목에 출전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한국 피겨 선수층이 평창 대회를 통해 두꺼워진다면 세계 수준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4년 뒤 베이징 대회에는 유영 같은 선수들이 출전하게 되므로 메달을 충분히 따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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