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마지막 빙판 열정 "은퇴 레이스는 평창에서"

[월요초대석] 마지막 빙판 열정 "은퇴 레이스는 평창에서"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0.16 14:32
  • 수정 2017.10.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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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오른쪽)이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과 파이팅을 외치며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박상현 기자>
이강석(오른쪽)이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과 파이팅을 외치며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박상현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보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전설이 있었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했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에서 500m 5위에 올랐던 배기태(52)와 함께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1000m 은메달을 차지하며 첫 메달을 수확해낸 김윤만(44)이 있었다.

또 알베르빌 대회와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 1998년 나가노 대회에 출전했던 제갈성렬(47) 의정부시청 감독도 현역 시절 올림픽 메달에 가깝게 다가섰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모태범(28·대한항공)이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는 김윤만 말고 또 한 명이 있었다. 바로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00m 동메달을 차지했던 이강석(32·의정부시청)이다.

이제 이강석은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한다. 이규혁(39) 전 강릉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듯 이강석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마지막 레이스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강석은 오는 18일부터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겸 2017~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견 대표 선발전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마지막 레이스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도록 열흘의 추석 연휴도 반납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시즌이예요. 쉬고 싶을 때도 많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쉴 수가 없네요. 다리가 아파도 마지막이니까 조금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더이상 훈련도 못하고 경기도 못하는거잖아요. 하루하루 훈련이 소중하고 아쉽죠."

이강석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500m 동메달을 딴 이후 급성장했다. 겨우 그의 나이 21세였다. 또 2007년 3월에는 500m 세계신기록까지 수립하며 승승장구했다. 부상이 있기도 했지만 2009년 재기하면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새로운 전설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기대는 아쉽게 무너졌다.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고 이강석은 4위에 그쳤다.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가고 모두가 밴쿠버 대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를 받았는데 생각만큼 안됐어요. 아예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4위에 그치니까 아무 것도 아니더라고요. 너무나 허무했죠. 박탈감이 느껴지고 주위에서 불쌍한 시선도 보내더라고요. 사실 그 때는 운동하기 싫어서 은퇴하려고 했어요."

이후 이강석은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강석의 '일탈'도 나왔다. 아직까지도 이강석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그 일탈이 나온다.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이강석도 그 때의 일탈을 후회한다고 했다.

세번째 맞이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강석은 올라서지 못했다. 대표팀에 포함되긴 했지만 22위에 그쳤다. 이대로 이강석의 이름은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강석을 동생처럼 생각했던 제갈성렬 감독이 지난해 의정부시청에 부임하면서 다시 마음가짐을 잡았다. 이대로 스러질 수 없다는 의욕이 샘솟았다. 이강석은 지난해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36초306의 기록으로 6위에 그치면서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올 시즌만큼은 '배수진'을 쳤다.

역시 이강석의 올 시즌 최종 목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자신의 은퇴무대를 지금이 아닌 내년 2월에 만들겠다는 각오다. 의정부 후배인 이강석의 재기를 제갈성렬 감독도 옆에서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솔직히 감독님이 (이)규혁이 형을 전담코치했을 때 조금 샘이 나기도 했죠.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따르는 지도자이고 큰 형님이예요. 제갈성렬 감독님과 함께 제 은퇴 시즌을 준비할 수 있어서 너무나 큰 힘이 되죠. 그동안 내리막길만 계속 됐지만 이강석이라는 제 이름 석자가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지만 이강석이 대표로 뽑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고등학생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이강석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은 없을 수도 있다. 대표선발전에 출사표를 던진 500m 선수 가운데 이강석은 전체 6위다. 후배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제게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거잖아요. 선수로서 평생 단 한번뿐 또는 오지 않을 자국 올림픽이니까요. 제가 선수로 뛰면서 가장 큰 꿈이 자국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었어요. 제가 좀더 어렸을 때 그 기회가 왔으면 좋았겠죠. 그러나 지금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노장이고 부족한 선수가 됐어요. 그래서 훈련하면서 항상 아쉽고 안타까워요. 그런만큼 단 하나의 후회도 없이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려고 해요."

이강석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동메달을 차지했고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4위에 그친 뒤 이강석은 내리막길만 걸었다. 이제 이강석은 은퇴 시즌에 마지막 화려한 반등을 꿈꾼다. <사진=박상현 기자>
이강석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동메달을 차지했고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4위에 그친 뒤 이강석은 내리막길만 걸었다. 이제 이강석은 은퇴 시즌에 마지막 화려한 반등을 꿈꾼다. <사진=박상현 기자>

이강석은 은퇴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의정부시청에서 플레잉코치로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갈성렬 감독도 이강석이 은퇴해서 의정부시청 코치로 온다면 적극 밀어준다는 생각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몇 안되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예우이기도 하지만 의정부 선배로서 후배에게 보내는 애정이기도 하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혈기왕성한 20대 선수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며 은퇴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아들딸을 반드시 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밝힐 정도로 자녀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태양이 가장 붉을 때는 역시 지는 석양이다. 그런만큼 이강석의 뜨거운 불꽃도 평창에게 가장 뜨겁게 타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네번째 올림픽에 출전 여부를 떠나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후회없이 보내겠다는 각오를 몇번이고 했다. 스프린터 이강석의 은퇴 시계가 끝을 향해 치달을수록 그의 구슬땀 역시 더욱 굵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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