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한화, 2011년을 떠올려야 할 이유

[이상학의 이글아이] 한화, 2011년을 떠올려야 할 이유

  • 기자명 이상학 기자
  • 입력 2016.05.10 06:1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한화 야구는 크게 4가지가 없다. 승리가 없고, 원칙이 없고, 미래가 없고, 웃음이 없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팀이 무너져 있고, 패배에 익숙해진 선수단 분위기는 축 가라앉았다.

단순히 올 시즌 지독한 불운으로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문제는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한화는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10위로 최하위였다. 이미 추락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원칙 없는 운용이 낳은 투수 혹사와 단기 성과에 급급한 방향성, 강압적인 훈련 분위기가 누적돼 후유증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한화 선수단이나 관계자들도 웃을 일이 거의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구단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했고, 기대치가 크게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연일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현재도 암담한데 미래마저 어둡다는 점이 한화의 행복지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한화의 행복지수가 최고조였던 때를 떠올리면 돌파구가 보일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1년의 한화 야구는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때였다. 성적은 공동 6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비록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2011년의 한화는 원칙이 있었고, 미래가 있었고, 웃음이 넘쳐흘렀다.

요즘은 다음날 선발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로테이션이 무너져 있지만 2011년에는 5월부터 류현진-양훈-김혁민-안승민-장민재로 이어지는 토종 5선발을 가동했다. 평균 22.8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들로 선발진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경험치를 쌓으며 실적도 올렸다. 류현진을 빼도 4명의 젊은 선발투수들이 19승과 퀄리티 스타트 32번을 합작했다.

지금처럼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부상 선수를 당겨 쓴 것도 없었다. 2011년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은 어깨 견갑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두 번이나 빠졌다. 4일 이하 휴식 선발도 3번밖에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했다. 류현진 포함 2011년 한화 투수들의 4일 이하 휴식 선발은 126경기 중 30번. 올해는 31경기 만에 벌써 18번이나 4일 이하 휴식 선발등판이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밝았다. 지금은 한화를 떠난 모 선수는 "2011년에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야구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는 분위기가 되어있었다"고 떠올렸다. 대전 홈경기를 마치면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 스스로가 삼삼오오 모여 야간 특타를 할 정도로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각자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갔다. 강제는 없었다.

2011년 당시 한화를 이끈 한대화 전 감독은 "처음 팀을 맡았을 때는 성적을 내고 싶어도 내기 어려운 전력이었다. 승패를 떠나 팀을 제대로 추스르고 만든 뒤 다음 감독에게 넘기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래서 당장 전력이 약해지더라도 선수들 군대를 많이 보냈다. 성적을 내지 못해 물러났지만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할 책임을 갖고 있었다"고 돌아보며 "고향팀이라서 그런가, 나도 요즘 한화 경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선수들이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겨내길 바란다"고 여전한 애정을 보였다.

비록 2012년 성적 부진으로 한대화 전 감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2011년 한화의 팀 운용은 원칙이 있었고, 미래가 있었으며 웃음꽃이 피어났다. 지금 한화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