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투혼’ 윤길현, 특별했던 1이닝과 1승

‘장염 투혼’ 윤길현, 특별했던 1이닝과 1승

  • 기자명 김태우 기자
  • 입력 2016.04.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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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올 시즌 FA 자격을 통해 롯데로 이적한 윤길현(33)은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첫 승을 따냈다. 순탄하지 않았던 1승이었다. 장염 증세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뭐를 잘못 먹었는지 경기 전부터 증세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6회까지는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란 수준이었다. 경기에 나설 만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윤길현을 불펜으로 향하게 한 것은 동료들의 투지였다. 5회까지 0-2로 끌려 간 롯데 선수들은 경기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윤길현은 차마 그 장면을 외면하지 못했다. 불펜을 향하는 발걸음은 차라리 무의식적이었다.

그리고 9회 팀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등판 기회가 왔다. 10회 마운드에 오른 윤길현은 다리가 떨리는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공을 던졌다. 1이닝을 탈삼진 2개와 함께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전하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팀이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1승이 따라왔다.

경기 후 윤길현은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러 치료를 받은 뒤 자정이 넘어서야 경기장을 나설 수 있었다. 몸은 힘들지만 팀에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벼웠다. 팀 동료들의 배려에 뭔가를 부응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SK에서만 14년을 뛰었던 윤길현이다. 익숙한 환경을 털고 일어났다는 측면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FA로 이적한 터라 몸값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일. 하지만 롯데 동료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 적응 과정은 무난하다. “이렇게 순한 선수들이 있을 수 없다”라는 게 동료에 대한 윤길현의 평가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그런 배려에 실력으로 보답하겠다는 것이 윤길현의 각오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몸값을 조금씩 해내고 있는 윤길현이다. 19일까지 9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1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컨디션이 100%까지 올라온 상황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항상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여전하다. 롯데 불펜과 팀의 뒷심도 그런 자세 속에 강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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