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하는 한화, 문제는 자승자박 야구

자멸하는 한화, 문제는 자승자박 야구

  • 기자명 이상학 기자
  • 입력 2016.04.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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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강화 교체, 경기 후반 타순 꼬여
지나치게 수세적인 야구 '패배 빌미'

[OSEN=이상학 기자] 6연패 포함 2승12패. 한화의 끝 모를 추락은 과연 운이 없어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벤치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자승자박' 야구가 지금의 한화를 벼랑에 몰고 있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이 대표적이다. 한화가 2-1로 리드한 7회말 1사 1·2루, 김성근 감독은 우익수 김경언을 빼고 장민석을 기용했다. 외야 수비가 약한 김경언 대신 장민석을 넣어 수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 그러나 9회초 2사 만루 찬스가 장민석에게 걸렸고, 결국 3루 땅볼로 추가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3-2 살얼음 리드를 지킨 9회말 1사 3루에서는 김태균이 빠지면서 3루수 신성현이 1루로 이동했고, 오선진이 3루수 자리에 들어갔다. 이 역시 동점을 막기 위한 내야 전진 수비 강화 차원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결국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4번 오선진은 투수 직선타 아웃됐다. 결과적으로 3~4번 중심타자를 수비 강화로 바꾼 게 발등을 찍었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1일 잠실 LG전에도 4-4 동점으로 맞선 9회초 2사 1·3루에서 1루 주자 이성열을 송주호로 교체했다. 1점만 들어와도 승기를 잡는 상황에서 2점째까지 생각하며 3번 타순에 이성열 대신 송주호가 들어간 것이다. 한화는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3번 타순을 넘겨받은 송주호는 11회초 2사 1루에서 행운의 2루 내야 안타를 쳤지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12회 끝내기 패.

이튿날인 2일 잠실 LG전에서도 한화는 7-5로 리드한 8회말 수비부터 최진행과 하주석의 자리에 각각 송주호와 권용관이 들어갔다. 2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한 수비 강화 차원이었지만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가며 패했다. 당시 대수비로 5번 타순에 들어간 송주호는 2타수 무안타를 쳤다. 특히 11회초 2사 1·3루에서 2루 땅볼 아웃됐고, 11회말 끝내기 3루타를 자초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지나치게 수세적인 운용으로 선수를 교체하고 있다. 중심타선의 타자라도 수비력에 초점을 맞춰 대수비, 1점을 얻기 위한 대주자 기용에 적극적이었다. 이것은 수비 지향적이며 1점 승부를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의 오래된 야구 스타일이다. 그러나 한화에 와선 지난해부터 경기 중후반 선수 교체로 인해 승부가 뒤로 넘어갈수록 실이 많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시즌 개막전부터 그랬다. 지난해 3월28일 목동 넥센전에서 4-1로 리드한 7회초 김태균이 볼넷 출루 후 대주자 주현상으로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한화는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2회까지 승부했고, 김태균의 4번 타순에 들어간 주현상과 최진행이 각각 9회와 12회 1사 1루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결국은 12회말 끝내기 패배.

이튿날 김성근 감독은 "계산상 미스였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4년 만에 프로 무대에 돌아온 김 감독이 머지않아 현장의 감을 찾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김 감독의 야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음 수까지 계산해 놓는 '야신'의 모습은 없다. 스스로 꼼짝 못하게 하는 '자승자박' 야구만 있을 뿐이다. /waw@osen.co.kr

[사진] 부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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