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가져간 LG, 젊은 피 대반전 시작되나

개막전 가져간 LG, 젊은 피 대반전 시작되나

  • 기자명 윤세호 기자
  • 입력 2016.04.02 10:1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 젊은 선수들 맹활약으로 개막전 승리
6개월 동안 적극적인 야구 준비...물음표, 느낌표로 바꿀까

[OSEN=윤세호 기자] 새로운 신바람이 불어오는 것인가.

LG 트윈스가 9년 만의 홈 개막전을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LG는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서 12회말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가져갔다. 그러면서 LG는 2013시즌 이후 3년 만에 시즌 첫 경기에서 웃었다.

경기 전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선수 구성에서 보이는 물음표가 너무 많았다. 개막전 선발라인업에 처음 등록된 선수만 3명(강승호 이천웅 유강남)에 달했다. 특히 유격수로 출장한 강승호는 이날 경기가 개인통산 첫 번째 1군 경기였다. 콤비를 이루는 2루수 정주현 또한 풀타임으로 1군 무대를 소화한 경험이 없다. 우익수 이천웅의 1군 경험은 14경기에 불과했다. 시범경기에선 맹활약했으나, 정규시즌과 시범경기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꾸준히 출장했던 유강남을 제외하면, 20대 선수들에게 개막전은 신입사원의 첫 출근보다 긴장되는 무대였다.

경기 초반부터 우려했던 모습이 나왔다. 1회초 1사 1루에서 강승호가 장민석의 타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6-4-3 더블플레이를 생각하면서 2루를 향해 토스하려다 1루 송구 타이밍이 늦었다. 1루 주자와 타자주자가 모두 세이프되면서 1사 1, 2루로 몰렸고, 이는 결국 2실점으로 이어졌다. LG는 2회초에도 2점을 더 내주며 0-4, 이대로 초반 분위기를 한화에 빼앗기는 듯싶었다.

그러자 LG의 젊은 선수들이 반전에 시동을 걸었다. 2회말 이천웅이 시원한 어퍼컷 스윙으로 잠실구장 우측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흐름을 바꾼 LG는 3회와 4회 1점씩 뽑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천웅은 홈런 이후 안타 2개를 더했고, 불안했던 강승호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5회부터 양 팀이 0의 행진에 들어간 가운데, 9회초 LG의 시즌 전체를 좌우할 가장 큰 시험이 시작됐다. 전날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임정우가 1사후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임정우는 첫 타자 정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자 양상문 감독이 마운드를 향했고, 임정우를 비롯한 내야수 전원을 불러 모았다.

“정우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올라갔다. 정우에게 너보다 더 어린 선수들도 긴장 안하고 있으니까 함께 편하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양 감독의 주문은 곧바로 적중했다. 임정우는 장민석을 헛스윙 삼진, 김태균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가면서 10회초에도 등판, 2사 2루 위기에 놓였으나 조인성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고 구속 149km 패스트볼과 각도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2016시즌 첫 등판에서 무실점 투구를 했다.

“정우가 시작을 잘 끊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낸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것도 20대 젊은 선수였다. LG는 마지막 공격이었던 12회말 선두타자로 대타 서상우가 나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임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대타 양석환이 좌익수를 넘기는 끝내기 2루타를 터뜨려 대주자 김용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군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는 양석환은 경기 후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오늘 경기도 초반에 밀렸지만 전혀 질 것 같지 않았다. 작년에는 초반부터 4점 정도를 내주면 못 따라갈 때가 많았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선수들 모두 이기려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덕아웃이 더 활기차졌다. 선수들끼리 격려도 많이 한다. 12회 대타로 나갈 때는 동료들이 ‘5시간이나 기다렸으니까 하나 쳐서 끝내라’고 하더라. 진짜로 끝내기 안타를 쳐서 기쁘다”고 웃었다.

LG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리빌딩에 돌입했다. 투타 모두에서 경험이 적은 저연차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고, 이들에게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투수들에게는 볼넷 경계령을, 야수들에게는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2015시즌이 끝나고 나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코칭스태프는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까지 6개월 동안 선수들에게 두려움 없는 야구를 주입했다. LG는 시범경기서 경기당 볼넷 2.94개, 팀 도루 33개를 기록했다. 경기당 볼넷은 10개 팀 중 세 번째로 적었고, 도루는 가장 많았다.

이날 개막전이 12회까지 치러졌음에도 LG 투수진이 범한 볼넷은 3개였다. 임정우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승현은 공격적인 투구로 11회와 12회를 철통방어, 통산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야수들도 시범경기와 마찬가지로 역동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연차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달렸고, 이병규(7번)와 임훈이 도루에 성공했다. 정성훈도 상대 배터리의 폭투 순간을 놓치지 않고 2루 베이스를 가져갔다. 5회 이천웅과 정성훈이 더블스틸에 실패했지만, LG 야수들은 곧바로 실패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양상문 감독은 개막전 승리 후 “마무리캠프부터 6개월의 데이터를 참고해 이날 라인업을 짰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을 믿었다”며 “어려운 경기를 이겼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승리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에 앞서 LG를 상위권으로 분류한 전문가는 전무하다. KBO리그 역사를 봐도 전면 리빌딩이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LG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LG는 시범경기에 이어 개막전서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무수히 많은 물음표 중 상당수가 느낌표로 변하려 한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개막전을 기분 좋게 가져가며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이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LG는 2016시즌 대반전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