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엄마’ 김경기의 준비된 리더십

‘엄한 엄마’ 김경기의 준비된 리더십

  • 기자명 김태우 기자
  • 입력 2016.03.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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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타이중(대만), 김태우 기자] 경기에 이겼다는 환호와 즐거움은 잠시였다.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경기 후 선수단을 불러 모은 김경기 SK 퓨처스팀(2군) 감독이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상황에 선수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웃음기가 확 사라졌다.

한동안 따가운 질타를 쏟아내던 김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끝내고 코치들에게 다음 차례를 넘겼다. 그때서야 한숨을 푹 내쉰 김 감독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감싸 쥐었다. 속내가 편하지 않은 듯 했다. 3일 대만 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즈전에서 승리한 직후 SK 덕아웃 풍경이었다. 캠프 주장인 김재현은 “감독님과 10년 동안 같이 생활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으셨다”라고 당황해 했다.

못 쳐서, 못 던져서, 못 잡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2군 레벨에서는 그런 장면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감독이다. 10년 넘게 1·2군을 오고가며 코치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과 철학도 확실한 지도자다. 정작 이날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화를 낸 것은 기본과 동료에 대한 배려 부족 때문이었다. 김 감독의 성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지금 김 감독에게 전광판에 박힌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말 퓨처스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누차 강조하는 이야기다. 간혹 자신의 입지 향상을 위해 성적을 내려는 2군 감독도 분명 있다. 반대로 김 감독은 “그냥 눈을 감아버리려고 한다”라는 너털웃음과 함께 그런 식의 2군 운영은 절대 없을 것이라 못을 박았다. 부족한 점이 있으니 2군이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지도자라고 강조한다.

대신 2군의 경우는 1군과는 지도 방식이 다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고,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선수들이다. 프로에 입단할 정도면 누구나 화려한 아마추어 이력을 자랑한다. 팀에서는 최고 선수들이었던 만큼 ‘나쁜 버릇’들이 선수들도 모르게 나온다. 기술의 거만함, 나쁘면 심적인 마음가짐도 그렇다. 김 감독은 그런 것부터 차근차근 고쳐주려고 하고 있다. 더 화려한 경력이 있는 1군의 벽을 뚫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평소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지도를 하는 김 감독이다. 되도록 자율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아닌 것은 확실히 선을 긋는다. 상황도 다르다. 이제는 코치가 아닌 감독의 신분이다. 훈련 시작 전에는 선수들에게 존댓말을 쓰지만, 질책할 때는 눈물을 머금고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현역 시절부터 쌓아온 리더십에서 몸으로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다.

물론 그날로 끝이다. 내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김 감독은 “따끔하게 혼이 났으니, 느끼는 게 있지 않겠나”라며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관이 바뀌는 시대에서 둘을 동시에 추구하는 김 감독의 준비된 리더십은 SK의 밑바닥을 서서히 바꿔놓을 준비를 마쳤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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