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테니스] '전설' 이형택이 '전설 넘보는' 임용규와 정현에게

[AG 테니스] '전설' 이형택이 '전설 넘보는' 임용규와 정현에게

  • 기자명 이균재 기자
  • 입력 2014.09.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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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이균재 기자] "나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남자 테니스 간판 임용규(23, 당진시청)와 정현(18, 삼일공고)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남자 복식에서 28년간 굳게 닫혀있던 아시아 정상의 벽을 허물었다. 임용규와 정현은 지난 29일 열린 대회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서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인도)를 세트스코어 2-0(7-5, 7-6<2>)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6전 7기 끝에 숙원을 이뤘다. 1986년 서울 대회 우승(김봉수-유진선) 이후 무려 28년 만의 남자 복식 우승이었다. 한국 테니스는 4년 전 광저우 대회를 제외하곤 메달을 휩쓸었지만 유독 남자 복식에서는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0 북경 대회(이진호-지승호 동메달) 이후 1994 히로시마(김치완-정의종 은메달), 1998 방콕(윤용일-이형택 은메달), 2002 부산(정희석-이형택 은메달), 2006 도하(김선용-전웅선 동메달), 2010 광저우(김현준-조승재 동메달)에서 번번이 정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배들의 금메달 한을 후배들이 깨끗이 풀었다. 아시안게임서만 금 2, 은 3개를 목에 걸었던 '레전드' 이형택(38)도 이루지 못했던 남자 복식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후배들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 만난 '전설' 이형택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만면에 번진 미소엔 한국 테니스를 향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국 테니스가 침체기이자 과도기였는데 금메달이 나와 굉장히 기쁘다. 테니스계에선 금메달을 딸 거라 생각을 못했다. 안방에서 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는데 정말 금메달을 따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고 말문을 연 이형택은 "정현과 임용규가 모든 면에서 잘했다. 한국 테니스에서 나온 28년 만의 남자 복식 금메달이라 더 뜻깊었다"며 벅찬 감정을 전달했다.



이형택은 후배들이 자신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했다. "테니스하면 이형택을 떠올리는데 넘어서고 싶다"는 임용규의 당찬 각오엔 "임용규와 정현 모두 내가 그나이였을 때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나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택은 "임용규는 단점이 서브 스피드였는데 지금은 공 스피드가 220km 이상 나올 정도로 외국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잦은 부상이 있다. 근력을 키워 부상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써야 랭킹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형택은 또 "정현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 윔블던 준우승에 챌린저 우승까지 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도 180위대로 올라섰다. 나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신체조건도 좋다. 삼성에서 내가 했던 훈련 노하우도 있어 반드시 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후배들의 장밋빛 미래를 내다봤다.



'전설' 이형택은 '전설을 넘보는' 후배들에게 '한결 같은 걷기'를 강조했다. 이형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서 "테니스 선수라면 오직 테니스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다. 부상이 올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올 수도 있지만 잘 극복해야 한다. 테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묵묵히 하다 보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건넸다.



이형택은 "테니스 선수에겐 병역의무로 인해 2년간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게 큰 타격이다. 둘은 이번 금메달로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면서 본격적인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폰서들도 예전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며 제 일인 양 기뻐했다.



이형택은 마지막으로 세계의 벽을 넘어설 무기를 만들라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자신들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선수에게 힘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니시코리 케이(일본)처럼 반 박자에서 한 박자 더 빠른 볼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lyng@osen.co.kr



<사진> 이형택(위)-정현(아래 왼쪽)-임용규 /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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