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어 손사래치는 포구에잔잔히 떠도는 삶의 잔주름들뒤돌아보면 썰물들은 비우는 시간들려오는 것은 밀물소리만 아련해 떠나야 할 때 떠날 줄 아는썰물소리는 아름답다 절인 삶의 뻘밭을 들여다 보면빛살무늬 무수히 수놓은 썰물들의 역사가 보인다밀물을 끌어당겨 상생하는 뻘밭에그 물줄기 층층이 쌓여순은의 물잎새 움트고 햇살들 부싯돌 튀는 저 벌판으로물새 떼 띄워 보내며낙법으로 다진 갯돌밭에 푸른 함성 자욱이 쏟아진다 - 박상건, ‘썰물이 밀물을 만났을 때’ 전문(시와시학, 1999년 겨울호) 바다의 심연, 그 썰물의 바다를 찬찬히 들여다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각국의 지폐 속에 담긴 비화와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책 ‘지폐의 세계사’가 출간됐다. 저자는 유년시절부터 희귀 지폐 수집광으로서 25년간 97개국을 돌며 지폐를 수집, 가치 있는 지폐를 선별해 책으로 묶어 풀이했다. 고고학 전공자로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근무했던 저자 셰저칭은 “지폐엔 아름다움과 문명의 흥망성쇠가 담겼다”면서 철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각양각색 지폐 속에 담긴 예술사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통찰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총 스물네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42개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바퀴살이 술을 튀긴다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술통들이 뛰어내린다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 송수권, ‘시골길 또는 술통’ 전문 요즘은 비포장 신작로가 드물 정도이다. 선산 앞까지 포장도로 시대이고, 그것이 마을과 자치단체의 부와 행정서비스의 수준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그렇게 울퉁불퉁 황톳길은 추억 속의 오솔길로 남아있다.흙길은 마을과 들판의 경계이자
[데일리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불교의 본질은 무엇일까? 깨달음의 길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불교의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낸 스님이 있었다. 44세의 나이에 입적한, ‘천재’라 일컬어진 일지 스님. 그의 저작이 책으로 출간됐다. 불교 서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하품이라도 나올 법한 어려운 내용이 가득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먼저 들지만 인용한 경구나 사례, 설명 등을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불교서적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불교인뿐 아니라 불교를 이해하는 이들이 삶 속에서 생각해봐야 할 24개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보리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꽃 청산어릴 때 그리워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인환의 거리인간사 그리워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방랑의 기산하눈물의 언덕을피-ㄹ닐니리. - 한하운, ‘보리피리’ 전문 흑산도 여행 때였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어미 소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러다 한동안 먼 바다를 쳐다보는 것이다. 마치 객지로 떠난 자식의 뒤안길을 한동안 응시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 됐다.그런 환영이 찰랑찰랑 일렁이는 보리밭에 피닐니리 피닐니리 피리소리가 바람결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지난 2016년 첫 권 발행을 시작으로 4년간 서울의 구석구석 아름답고 다양한 산책길의 매력을 알린 ‘서울, 테마산책길’의 마지막 4권이 발간되어 산책길 책자의 시리즈가 완간됐다고 밝혔다.서울에서 “전망이 좋은 길은 어딘가요?”, “숲이 좋은 길은 어딘가요?”라는 시민들의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사람중심 보행도시 ‘걷는 도시, 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4년 동안 총 150개소의 테마산책길 선정을 목표로 추진했다. 그간 발행한 ‘서울, 테마산책길(Ⅰ~Ⅳ)’ 총 4권에서는
눈 내리는 공사장에서 일꾼들이 모닥불에 조개를 굽는다옛 양계장 터를 파헤쳐 판판한 주차장으로 고르는 중인데흙무더기 팔수록 검게 그을린 판자더미들에 갇힌 닭울음소리일제히 눈발로 일어섰다 질척이는 흙 털며 군데군데 끌어모아 불 지핀 모닥불붉은 닭 슬기 불꽃 일어 석쇠 붉게 달구었다밑불을 끌어내 화덕에 고구구마와 오겹살 호일로 싸 넣어두고밑불 위에 생굴, 청어, 피조개, 소라, 바지락이 파도소리로 타들어갔다 눈은 내리는데, 하염없이 눈 내리는데판자더미 서로 가슴 맞대 피어 문 불꽃,쐐주 한 잔에 조개를 구워먹는 어느 하룻날매운 바람 휘돌
나는 두근거리는 눈발로 흔들리며 십이월의강을 건넌다제 몸 낮춰 등 내밀어 주며 층층이 눈길을 내는눈발,눈발 분무질하는 춘천행 마지막 기적소리에메밀꽃 같은 그리움 피었다 사라지고뗏꾼들 녹슨 주전자에 한사발의 눈발 노적봉처럼 쌓여 간다만차창에 박제된 양수리의 겨울은 떠날 줄 몰랐다 마음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할 때, 눈발도양수교 불빛줄기에 걸려 넘어지고자갈들 악다물고 뒤척여 상처 난 언 강에눈발 내려앉을 때마다 살얼음장 움찔대는 것이지만빈 나루터에 하얀 빵모자를 쓴 갈대 밑뿌리구들장 실핏줄로 뻗어 출혈의 강 당겨 생잎 한 장씩을 키워 냈
나 두 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 거냐.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돌아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압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 거냐나 두 야 간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전문 시인이 스물여섯 살 때인 1930년 3월에 김영랑 시인과 함께 발간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나무 뒤에서 말없이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넉넉한 허공 때문이다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도종환, '여백' 전문 눈 내리던 숲에서 잠 못 이루며 하룻밤을 지새본 적 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언론계의 산증인 김주언 데일리스포츠한국 논설주간이 18일 제17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한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보도지침’이라는 것이 있었다. 당시 문화공보부 홍보조정실은 특정 사안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기사의 크기를 정해 언론에 보도토록 했다. 이 희대의 언론 통제 시스템의 상징인 보도지침은 1986년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김주언 기자는 전두환 정권의 ‘보도통제 가이드라인’인 이른바 보도지침을 에 전달해 세상에 폭로했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사선이다세상에 대한 어긋남을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수직으로 흘러내린다사선을 삼키면서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흘러내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출렁거리는 수평선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나희덕, ‘빗방울, 빗방울’ 전문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의 풍경이 시인의 눈에 걸리면
어쩌리, 들판에 서면 떠나지 못하네작은 가슴 미어지게 들판이 비어가면설움 깊어져서 못내 돌아보고떠나지 못하는 무엇이 있을까기어이 뿌리치지 못하는정든 것이 있었을까 노여움이었구나똑바른 정을 다해 들판을 키웠는데거름내고 흙을 갈고 씨 뿌리고 김을 매며땀 흘리던 저 일손들, 들판을 채우던 저 알곡들어느 것 하나 성하지 못하니들꽃들 스스로의 허리꺾고흩어져서는 울고 있는지눈물 감추며 더욱 아픈 마음들부르면 달려오는 것일까 들판에 가면 이제 알겠네‘저 건너 묵은 밭에쟁기 벌써 묵었느냐임자가 벌써 묵었느냐’빈 들판 울러대는 찬 바람 잠 재우며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 ‘목계장터’ 중에서 1979년 시집 「새재」에 실린 이 시는 4음보 민요가락에 3음보 가락을 적절하게 배치한 민요풍의 걸작이다. ‘하고’, ‘하네’, ‘라네’ 등 반복적 리듬은 시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데일리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취준생들에게 중요한 것들 가운데 해외 유학, 명문대 졸업장, 자격증 등의 스펙일 수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제 업무 능력이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의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포토샵, 유튜브, 영상편집 등의 능력도 없이 취업을 하려고 한다면 스스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상 최악의 취업만 시기에 이제 이런 것들은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 능력이 됐다. 이지스퍼블리싱이 선보인 시리즈는 취업성공패키지로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해결사로 등장하
[데일리스포츠한국 이은미 기자] 일본 극우세력이 그룹 트와이스 다현이 입은 티셔츠를 겨냥해 비난했다.지난 13일 일본 훗카이도 현 의원이자 자민당 소속 극우 정치인인 오노데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원자폭탄 티셔츠를 입은 BTS가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좋은 소식이 있지만 트와이스 멤버 다현이 ‘위안부 여성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라고 게재했다.이어 “이 티셔츠 판매액은 부적절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국 위안부 활동 지원금으로 쓰인다. NHK는 이런 반일 활동가수를 홍백가합전에 출전시켜야만 하는 것인가“이라는 내용
누군가를 기다린다, 바다로 열린 창가에난 줄기가 그리움의 노을바다를 젓는다울컥, *용정의 매생이국이 파도소리 퍼 올린다. 장작불 지피며 기다림으로 저물어 가고온 식구들 가슴 따뜻하게 말아주던,*공돌 소리마다 겨울밤은 아랫목으로깊어 갔다. 등외품 신세인지라 공판장엔 따라가지 못하고완행버스에 절인 눈물 다 쥐어짜고서야좌판에서 실핏줄 눈을 뜨던, 그 눈길에 타들어 가던광주 양동시장 인파 속의 햇살들. 햇살들이 백열등을 밝히고 귀항하는 노(櫓)소리기다려도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야 마는,그리운 갯비릿내 치렁치렁 밀려온다저 바다로 청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전문 1974년에 나온 시집 ‘천년의 바람’에 실린 작품이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유년의 추억 속으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정호승, ‘기쁨이 슬픔에게’ 중에서 1979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데일리스포츠한국 이은미 기자] '상상의 촉수'를 뻗쳐 오대양 육대주를 눈앞에 끌어다 놓고 쓴 여행기인『가보지 않은 여행기』가 소개됐다.『가보지 않은 여행기』의 여행지는 칼럼니스트닌 저자 정숭호가 책(소설, 여행기, 자서전 등)을 읽다가 '한번은 가봤으면'하고 마음먹은 곳들이다.『가보지 않은 여행기』에는 여행지에 대한 지리적, 관광적 소개에 대가들의 고전과 현대문학 거장들의 작품에 인문적 감상도 섞여 있어 '여행기를 가장한 독후감'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책은 15장(章)으로 구성됐으며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