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금주 화제의 책과 새로 나온 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번 주 독자들의 입맛을 당기는 책들로 '청빈의 사상' 그리고 시리아 난민과 미국인 소년의 우정, 아버지의 삶이 아들에게 유전되는 모습,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성장과정, 위대한 작가 재능은 모친에서 나온다, 함석헌 김대중 등 인권변호사 한승헌이 만난 사람들, 아날로그 매체의 특징 등을 다룬 책들을 화제의 신간으로 소개한다. 먼저 [화제의 책]으로 '청빈의 사상'을 소개한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등단 35년째인 김용락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천년의 시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페이지마다 서정성을 밑바탕으로 깔면서 세상 풍경을 인식론과 존재론에 근거해 시인의 내적 정서와 따뜻한 시선이 버무려져 잔잔하게 발산하고 있다. 시집의 공간적 배경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광폭 공간이동을 통해 바라보는 사물이나 순간도 결국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예술로서 속성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일제 신형 도요타 지프차로 17시간/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아빠는 잠이 덜 깬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할아버지는 아빠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지소로 향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아빠는 갈담이 삼촌에게 물었다.“김 씨가 개량 한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구만요.”“개량 한지라도 돈 주면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형님은 아직도 아버지를 그렇게 모르간디오?”“아니, 개량 한지가 어때서?”“아버지는 전통 한지만 고집을 하시지라우(하시잖아요).”아빠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나저나 오늘 할 일이 많아라. 백닥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갔다.“아버지,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아빠가 할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딱 한 번? 이제 더 이상 네 뒷구멍에 돈 넣어 줄 생각은 없어. 뵈기 싫은 게, 가랑게(보기 싫으니까, 가라)!”“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이놈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지우어미는 살아 보겠다고 늦은 밤까지 일하고 댕기는디, 너는 왜 그 모양인 겨? 참말로 내가 속이 터져서 못 살것어.”“아버지,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한지가 그 자동차를 향해 날아갔다. 지우는 다시 몸을 기울여 차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아빠가 맞아. 우리 아빠야!”지우는 당장이라도 아빠 차에 뛰어들 듯 몸을 움직였다.“움직이면 안 돼. 위험해.”지우는 당장 아빠를 만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조금만 참아. 저기 표지판 보이지? 전주로 가는 방향이잖아. 지금 아빠는 할아버지 집으로 가고 있어.”“정말?”“그래. 이제 안심하고 집에 가서 아빠를 기다리자.”한지가 속력을 내는 바람에 지우는 한지 끝자락을 꽉 움켜잡아야 했다.드디어 할아버지 집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신 빛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우가 빛 때문에 눈이 시려워 두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나야.”눈앞에 댕기소녀가 서 있었다.“너, 진짜 용감하다.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댕기소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음……. 뭐 별 거 아냐.”“아무튼 잘 왔어. 어서 들어와.”지우는 댕기소녀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찬찬히 방 안을 둘러보니, 층층으로 된 선반 위에 닥종이 인형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크기만 서로 다를 뿐이지 모두 댕기소녀와 비슷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소가 보이자 지우는 뛰어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닥나무 숲 어딘가에서 여자 아이가 숨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지우야!”“삼촌!”지우는 팔딱팔딱 뛰어가서 갈담이 삼촌 품에 안겼다. 갈담이 삼촌이 키를 낮추어 지우를 안아 주었다. 삼촌의 가슴은 유난히 따뜻했다.“야가, 무신 일이야? 삼촌이 한참 찾았잖어. 싸게싸게(빨리빨리) 들어가자. 하나씨(할아버지) 기다린다.”숲이 시작하는 길 앞까지 찾으러 나온 삼촌이 웃으며 말했다.지우는 대답도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야가, 뭔 숨을 요로콤(이렇게) 쉰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더구나 여자 아이의 목소리는 약간 낮았고 깊은 숲속에서 울려 나오는 것 같았다.잠시 뒷걸음질치던 지우는 휙 돌아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가지 마. 내 말을 들어 봐.”지우의 등 뒤에서 여자 아이가 소리쳤다.‘귀신일지도 몰라.’양 손으로 나뭇가지를 헤치며 뛰었다.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같은 곳을 빙빙 돌 뿐이었다.“집이 어느 쪽이지?”지우는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그 순간 나뭇가지가 얼굴을 후려쳤다. 깜짝 놀란 지우는 돌부리에 걸려서 순식간에 산비탈 아래로 데굴데굴 나동그라졌다. 온몸에 흙이 덕지덕지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가 마루에 누워서 소리쳤다. 하지만 모두 지소로 일하러 갔기 때문에 지우와 말동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닥나무를 찌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다고 했다.지우는 어슬렁거리며 지소로 향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닥나무를 큰 솥 안에 쟁여넣고 나서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는 그 위에 비닐을 여러 겹 덮었다. 증기가 빠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닥나무 찔 준비를 마친 할아버지가 지소 밖으로 나오더니 지우에게 다가왔다. 지우가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걸 알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화원 앞에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아내는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어느 한쪽,아직 뚫지
“지우야, 많이 힘들었지?”집 안으로 앞서 들어가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 지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지우는 마지못해 엄마를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아버님, 저희 왔어요.”가방을 마루에 내려놓으며, 엄마가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엄마는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지우와 엄마는 곧바로 한지 지소(한지를 만드는 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지우엄마 왔는겨?”언제 나왔는지, 곽 씨 아저씨가 다가와 반겨 주었다.“예, 아저씨도 잘 계셨지요?”“그려. 안 그래도 지우엄마 짐 내려 주려고 나온 참인디. 마침 맞춰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가 사는 아파트 앞에 이삿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누가, 이사를 가나?’지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차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지우의 눈에 낯익은 물건들이 보였다.불안해진 지우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탔다.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지우가 급하게 거실로 들어서자, 엄마가 정신없이 짐을 싸고 있는 게 보였다.“엄마, 무슨 일이야? 우리 또 이사 가?”“지우야, 우선 짐부터 싸!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그 아저씨들이 또 온 거야?”지우는 며칠 전 집에 들이닥친 덩치 큰 아저씨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미디어 발전은 고도화 될수록 재부족화 경향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원시시대, 자연회귀의 본능적 욕구가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산업화가 핵가족 문제를 낳고 고향을 그리듯이 디지털을 플랫폼으로 삼는 미디어 세상은 점점 멀어져 갔던 자연주의와 휴머니즘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디지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일러브스쿨 등 커뮤니티와 웰빙 등 주말농장, 주말여행을 이야기한 것은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참과
목련꽃이 흰 붕대를 풀고 있다나비 떼가 문병 오고간호원처럼 영희가 들여다보고 있다 해가 세발자전거를 타는삼월 한낮.- 손동연, ‘꽃밭에서’ 전문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에 이 시를 접했다. 손동연 시인은 고등학생 때 이 동시로 등단했다. 당시 광주지역 문예반원들에게는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교화가 목련이었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교지편집회의를 하곤 했다. 그것은 문학소년에게 봄날의 최대 뽐내기였고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백목련 꽃말은 고귀함, 자연애, 숭고한 사랑이다. 유난히 맑고 푸른 3월의 봄날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종합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던 출판계 지형이 변하고 있다. 개인의 사유와 삶이 다양해지면서, 출판사도 ‘특색’있고 전문 분야의 책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1인 출판사들 붐이 형성됐다. 1인 출판사는 출판의 과정을 1인이 모두 소화해내는 ‘1인 기업’이다. 독자들과 소통부터 마케팅,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 1인 출판사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목포에서 신의주 939킬로미터차로는 너덧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갈 수 없는 국경이 거기까지라는데압록강이 내다보이는 집안시묘향각에서 스쳐 지나쳤던 그대그날이 오면 여기로 오시라목포시 유달동 국도 1호선 원표 아래로볕 고운 자리에 돗자리 깔고모두부 썰어 넣은 김치찌개 앞에 두고서하염없이 그대 바라보리니발 아래 파도치는 유달산에서개마고원의 눈 덮인 겨울 숲까지이름만 들어도 살내음 고운 그대그날이 오면 한달음에 오시라국도 1호선 화강암 아래로신의주발 목포행 막차에만주 연해주를 떠돌던 사연들도북방의 눈발에 실려 오리니갯내음 속 기별처럼 동백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봄’ 전문이성부 시인은 1942년 광주에서 출생했다. 광주고 문예반 시절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려 보아라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그럴 때일수록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푸른 생명들이
멈출 수 없어 손사래치는 포구에잔잔히 떠도는 삶의 잔주름들뒤돌아보면 썰물들은 비우는 시간들려오는 것은 밀물소리만 아련해 떠나야 할 때 떠날 줄 아는썰물소리는 아름답다 절인 삶의 뻘밭을 들여다 보면빛살무늬 무수히 수놓은 썰물들의 역사가 보인다밀물을 끌어당겨 상생하는 뻘밭에그 물줄기 층층이 쌓여순은의 물잎새 움트고 햇살들 부싯돌 튀는 저 벌판으로물새 떼 띄워 보내며낙법으로 다진 갯돌밭에 푸른 함성 자욱이 쏟아진다 - 박상건, ‘썰물이 밀물을 만났을 때’ 전문(시와시학, 1999년 겨울호) 바다의 심연, 그 썰물의 바다를 찬찬히 들여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