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그 무렵. 광주광역시 임동 공설운동장에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로 시작되는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 떼창이 야구장에 울려 퍼질 때쯤이면 프로 야구 해태 타이거즈 승리가 얼추 굳어 졌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광주항쟁의 시퍼런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인 80년대 공설운동장 야구장은 유일하게 광주 시민들이 맘대로 모여 소리칠 수 있는 해방공간이었다. 광주 사람 10명만 모여도 최루탄이 쏟아지던 그 시절, 공인된 만남의 장소가 열악한 시멘트 바닥 공설운동장 야구장이었다.거기에는 광주의 자존심이자 상징인 빨
선수 한 사람의 명성이 국제사회에서, 혹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필자는 일찌감치 실감했었다. 1991년 1월 말 필자는 걸프전의 현장인 이스라엘에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수도였던 텔아비브에는 밤마다 이라크가 쏘아올린 스커드 미사일 폭격이 계속됐다. 이라크가 생화학탄을 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겹쳐 사람들은 모두 방독면을 옆구리에 차고 다녔다. 텔아비브 도착 이틀째에 필자는 프레스센터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유태인 택시 운전사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운전사는 처음에는 보통 그렇듯이 “일본에서 온 기자냐”고 내
우리는 흔히 수확의 계절을 가을로 인식한다. 그러나 6월이 오면 태안의 들판은 온통 마늘 캐기 손길로 분주해진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마늘이 추운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인 요즘 수확의 철이 된 것이다. 농어촌인 태안은 일손이 부족해 멀리 도심인 대전이나 세종시의 일자리 소개 센터를 의지하기도 한다. 이른 새벽녘부터 누렇게 변한 마늘밭에 도착한 관광버스에서 내린 낯선 이방인들이 마늘 캐기에 도전한다. 일이 서툴다 보니 마늘밭 주인의 성에 차지는 않지만 고마운 손길들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작년 가을에 이웃의 도움으로 적게나마 심은 마
잘 알려진 것처럼 대학 인문사회계열 전공 중 입시생이 가장 진학하고 싶어 하는 전공은 언론학 또는 미디어학 관련이다. 해당 전공이 개설된 대학에서 소위 입결도 최상위권이다. 이들 전공은 소위 ‘87년 체제’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각 대학에 앞다퉈 개설됐다. 철학, 각종 문학 등 인문학 전공들이 통폐합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인문사회계열 전공 중 가장 많은 대학에 개설된 전공 중 하나로 꼽힌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언론학박사가 많다는 얘기도 있다. 대학 학부에 관련 전공이 개설된 비율로 따지면, 우리 대학이 최고일 것
필자는 서울에서 20여년을 생활하다 지금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으로 귀촌해 생활하고 있다. 노후에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전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회가 생겨 귀촌한 지 벌써 12년째가 된다.지난해에는 제2의 직업을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러다보니 전원주택용 토지 소개를 부탁하거나 전원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다.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조용한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노후를 즐기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꼭 노후가 아니더라도 주말에 대도시를 탈출해
지난 5월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주발사체에 우리 연구진들이 제작한 소형 위성 8개가 탑재된 완전한 ‘우리 것’이 최초로 성공한 발사였다. 북한도 조급증이 들었는지 엿새 뒤인 지난달 31일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제 남북의 대결이 우주로 옮겨간 듯하다. 우주로 옮겨간 남북대결세계가 우주개발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30일 유인우주선을 발사해 중국이 건설한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이 5개월간의 과학실험에 돌입하자 미국은 장기적 우주계획인 ‘우
라는 세계적인 뮤지컬이 있다. 는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시집을 대본 삼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이다. 1981년 영국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초연을 했고 1년 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뮤지컬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며 최고의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중 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곡이다. 는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고양이들이 일 년에 한 번 여는 고양이 축제 '젤리클 볼'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양이들은 객
최근 들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재정 투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장애아동과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확대 되었다. 또한 특수교육정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 특수교육대상자 현황을 보면 2006년 62,5380명에서 2020년에는 95,420명으로 3만 2,882명(53%)증가하고 있다.특수학생들이 지닌 장애는 그들이 지닌 많은 특성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만약 특수학생들이 그들이 지닌 특성 중 하나인 장애로 인해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적 혜택을 누리지
언론 관련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도, 언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도 저널리즘 품질 제고와 언론 신뢰 회복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각종 논란이 있는 언론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것은 그 확장성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언론매채와 언론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 관련 공직자 등 언론전문가는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디바이스 등의 구분이 중요하다. 뉴스기사가 어떤 미디어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서비스를 통해 전달되며, 어떤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어떤 디바이스에서 노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참배함으로써 한일 양국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대통령이 이 위령탑을 참배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일본 총리로는 오부치 총리 이후 두 번째이다. 주변에 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피폭 78년만에, 위령비가 세워진지 53년만에 피해자와 가해자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함께 참배하는 모습을 보며 감격의 눈물 흘렸다.출발부터 차별 … 기념공원 바깥에 세워져히로시마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45년 8월 6일 미 공군의 핵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지나면서 ‘노 키즈 존(No Kids Zone)' 이 주요 뉴스거리 소재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노키즈존'은 식당이나 공연장 등에서 영유아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는 'No Kids Zone'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영미권에서는 'Kids-free zone'이라고 표현한다. 노키즈존에 대한 국내의 여론은 다양하다. 어떤 부모들은 노키즈존을 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부모들은 노키즈존을 지지한다. 국가인권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20년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46%나 증가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국민은 물론 정부, 언론, 의료기관 등 모두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언론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살과
언론 역사의 시작은 언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언론은 두 명이라는 최소 단위로 구성된 사회와 그 역사가 같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상호 소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대중매체 시각은 근대 인쇄술 발명과 직접 연관 있다. 근대 인쇄술에 더해 정기적 간행이 대중매체로서 언론의 조건이다. 언론매체의 시작을 신문으로 보고, 전통 언론매체의 대표격으로 여전히 신문이 언급되는 이유다. 신문 역사, 즉 언론매체 역사는 세계적으로는 1609년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창간된 ‘레라치온(Relation)’,
동네 아랫집 할아버지께서 87세로 세상을 뜨셨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지금 우리가 사는 집터의 큰 산을 개간해 아주 넓은 밭을 경작하셨다. 건강하고 부지런하셔서 별명이 인간 포크레인이었다. 그렇게 강인하던 분이 몰고 가던 오토바이가 논두렁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14년 동안이나 동갑내기 할머니의 병간호를 받다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녁 무렵이면 할머니 울음소리가 집 밖까지 새어 나온다. 동갑내기 남편을 떠나보낸 할머니에게 이 봄날은 어떤 의미일까?올해 97세이신 큰 외숙을 뵈었다. 큰 외숙의 누님인 우리 어머님께서는
5월에 들어서자 5·18이 다시 생각난다. 적어도 당시를 겪었던 세대에게는 떨쳐버릴 수 없는 기억이다. 국민 사이에도 5·18 해결에 대한 생각이 가지각색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하다’까지 여러 가지이다. 사라지지 않는 5·18 왜곡과 “북한군 소행” 하지만 ‘만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일각에서는 SNS를 통한 왜곡이 여전하고, 지도층에 있다는 인사들까지 “북한군 소행”이라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광주시민을 학
「대한민국헌법」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천부권
지난 17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켜 둔 채 투신을 예고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래 수십 명이 동시 접속해 지켜봤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했으나 막지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몰래 카메라가 유행하는 시대라지만, 실시간으로 10대 소녀의 죽음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지켜보게 된 ‘인간성 상실’의 사회풍조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비극적인 사망사건을 거의 매일 접하면서 살고 있다. 시민이 뻔히
태안의 전원생활로 두 번째 봄날을 맞고 있다. 그동안 감자와 고구마를 많이 먹고 살았으면서도 심고 기르는 방법은 이제야 알았다. 감자는 알을 심고 고구마는 순을 심는다. 콩도 모든 콩이 다 밖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완두콩이나 강낭콩은 줄기에서 열매를 맺지만 땅콩은 땅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올봄에는 제일 먼저 당근 씨앗을 구해 고랑을 내고 줄이 지게 뿌렸다. 소위 줄 뿌리기 방법이다. 기온이 떨어지자 노심초사 차광막을 당근밭 위에 덮었다. 혹 씨앗이 얼어 싹이 트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이다. 2주일 3주일
양곡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뭔가요? 왜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거죠?“ 최근 사무실 동료가 기자로 오래 근무했던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귀에 와 닿지 않는 듯했다. 이는 그 동료뿐만이 아니라 국민 상당수가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표피적인 언론 보도만을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 정도로 흘려버릴 수 있다.이번 양곡법 개정안의 핵심은 쌀이 수요에 비해 3∼5%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직전년도에 견줘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매입하도
산업으로서 언론의 위기는 일상어가 됐다. 수적 확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표는 언론산업이 성장세를 멈추고 하락하고 있다고 가리킨다. 제4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언론 안팎의 탄식이 잦다. 물론 이러한 하락세에 대해 당연하다는 냉소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망스러운 언론의 모습 때문이다. 또한 산업으로서 효용이 이미 사라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언론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언론 위기가 곧 민주주의 위기라는 점은 언제나 성립하는 명제다. 우리나라는 언론산업 규모를 추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관련 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