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형이다. 일상의 안부를 묻는 그런 사이가 아니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스마트폰 창을 열었다. “어머니 여권 사진 보내줘”. 이유도 없고, 설명도 없다. 꼭 이런 식이다. 여권용 사진이 필요한지, 여권 사본이 있어야 하는지도 구체적이지 않다. 짐작으로 어머니 여권을 찾아 사진을 찍어 보냈다.새해를 열흘 앞두고 또 알림이 왔다. “29일부터 1일까지 대만. 일정 가능?” 일주일 뒤라 급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처음으로 어머니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자니 그러자고 답했다. 지난해 ‘너의 시간속으로’라는 제목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출생 대책 공약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수백 개의 ‘총선공약(公約)’ 가운데 하나일뿐이고 보다 구체성을 담아 법으로 제·개정해야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저출생의 핵심 원인은 성차별-주거문제-근로조건이다. 이 세 가지를 풀어야 해결할 수 있다. 외국이 더 걱정하는 한국의 출생률한국의 낮은 출생률은 외국에서도 특별한 관심거리다. 미국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지난달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
북한산 자락에 살면서 누리는 특전 중 하나는 설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눈발이 백운대와 인수봉을 하얗게 덮는 날이면 강아지 마냥 어떤 설레임에 이끌려 숲으로 달려가게 된다. 어쩌면 비단 같이 고운 눈길 위로 가장 먼저 나만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매력 때문인지도 모른다.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족적(足跡) 없는 삶이다. 어디를 가든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듯 흔적이 남지 않는다. 어떤 영역이든 수많은 대중들의 어지러운 발자국에 의해 이미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하물며 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공간에
지난 1월 2일 새해 벽두부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괴한에게 피습돼 목부위에 중상을 입으면서 정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유튜브들은 ‘자작극’과 ‘배후설’ 등 확인되지 않는 글을 올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판쳤다. 이로 인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유튜브 통해 음모론과 가짜뉴스 판쳐사건이 발생하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일치된 목소리로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 대표에 대한 신속한 의료조치와 가해자의 엄중처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사건 발생
2021년에 나온 챗GPT-4 모델은 이전의 한계를 보완하며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여러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비교하고 나서, GPT-4의 성능을 동종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챗GPT는 답을 얻는데 필요한 입력값인 프롬프트 작성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지므로, 사람들이 질문의 입력 방법인 프롬프트(prompt) 공학의 기본기를 배워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챗GPT는 콘텐츠 생성 영역에서 신문기사나 시나리오 같은 콘텐츠 작성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 미디어와 광고 영역에서도 챗GPT는 콘텐츠의 생성과
2024년 갑진년은 지구촌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는 이면에는 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은 군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이 과정에서 개발된 첨단기술들이 민수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과학기술적 패러다임의 전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약 110여 년 전인 1914년 7월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 왕국에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촉발되었으며 약 4년 후인 1918년 11월에 종전하였다. 이 전쟁의 배경에는 영국, 프랑스, 러시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김종덕)은 ‘바다와 사람들의 이야기(상)-기억해야 할 해양문화유산’ 시리즈의 첫번째 단행본을 출간했다. 우리나라 해양문화유산을 새롭게 접근하고 역사적, 문화적 해양문화유산 아카이브 조성차원에 시도한 이번 출간 작업에 대해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바다를 무대로 살아온 선조들이 남긴 역사적 산물의 기원을 찾는 ‘제1호 K-해양문화유산 발굴 사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종덕 원장은 “외부 공모전과 자체 발굴을 통해 48건의 무형 및 유형 유
2023년 계묘년이 이제 나흘 남았다. 언론은 제각각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아 발표하고 있다. 필자도 이 ‘김성의 관풍’ 칼럼을 통해 주요뉴스를 분석하면서 제안도 해왔다. 이 뉴스들 가운데는 내년까지 계속 진행될 것도 많다. 새해를 맞기 전에 그 뉴스들을 되돌아보도록 하자.이재명-한동훈, 정치분야 대표적 관심인물정치분야에서 전 언론이 공통적으로 꼽은 뉴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10일부터 성남 FC 후원금,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대선 당시 허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도 딱 4일 남았다. 얼마 동안 겨울 날씨답지 않게 푸근하더니, 지난 한 주일 동안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며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었다. 성탄절도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전국적으로 대설특보도 내렸다. 눈이 내리는 날엔 겨울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 사이로 하얀 눈발이 펄럭이며 떨어진다. 아직 바닷물이 밀려오지 않은 갯벌도 시베리아 벌판처럼 하얗게 된다. 금송 위에도 호랑가시나무 위에도 작은 소나무 위에도 솜사탕처럼 하얀 눈이 소복하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겨울
연말이면 빠지지 않는 한자어가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유독 올해 우리 언론은 이 낱말이 어울린다. 일어난 일 대부분은 언론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여러 도전에 직면한 우리 언론에서 굿 뉴스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고질적이라고 지적된 많은 문제는 올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 언론을 짓누른다. 너비와 깊이를 더해 가기만 하는 안팎의 어려움은 언론 미래에 드리운 먹구름을 한층 짙게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 규제 논란은 여전하다.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정치적 수사로서 용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4월 10일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것인가 하는 ‘선거제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들이 제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선출방식’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대신 ‘협치’로 나아가려면 필요불가결그렇다면 우리는 ‘왜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하는가. 현행 소선거구제가 정당별 득표율과 총 의석수 비율이 일치하지 않고, 단 1표만 이겨도 ‘승자독식’으로 거대 양당 외에 제3당이 들어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정당의 득
지난달에는 어머니의 104세 생신을 축하하느라 오랜만에 6남매가 고향 집에 모였다. 1920년에 태어난 어머니는 한 세기를 족히 살아오셨다. 평일에는 돌보미 사회요양사가 있지만 주말이면 형제들이 돌아가며 어머니 돌보미 역할을 한다. 어머니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서만 종일 지내신다. 화장실 오갈 때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아직은 정신이 맑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요즘 가끔씩 며느리를 헷갈린다. 아내 이름이 수정이인데 언제나 “어머님 저 누구예요?”하고 묻는다. “우리 넷째 며느리, 수정이” “어머님 감사합니다” 아내는 어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섬', '가장 기억에 남는 섬', '치유의 섬' 등 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대표 섬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름다운 등대'는 간절곶등대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우리 국민 섬 관심도 61.9%(5.7%↑)…60대 72.8%, 광주‧전라 79.4% 가장 높아‘가장 좋은 섬’, ‘가장 아름다운 등대’ 제주도와 간절곶등대 2년 연속 1위‘가장 가보고 싶은 등대’ 독도등대, 울릉도등대, 간절곶등대, 호미곶등대 순‘가장 치유하기 좋은 섬’ 제주도, 울릉도, 거제도, 독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늘 이쯤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이벤트가 있기 마련이다. 언론매체도 2023년을 정리하는 기획기사나 특집기사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올해의 키워드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기술 관련 분야에서 올해 키워드는 뭐니 뭐니 해도 인공지능(AI), 그중에서도 생성 AI다. 작년 이맘때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생성 AI 열풍은 내로라하는 빅테크기업이 자사의 생성 AI를 앞다퉈 발표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섣부른 예상일 수 있지만 내년을 비롯해 향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남북한 대결이 우주로 비화됐고,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9·19군사합의 유지도 불투명해졌다. ‘정찰위성 경쟁 - 9·19군사합의 파기’ 국면으로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밤 10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우리측 합동참모본부도 “오늘 오후 10시 43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해 백령도와 이어도 서쪽 공해 상
작은 숲 소나무 사이로 갯바람이 스친다. 솔잎 향이 온몸을 감싼다. 스치는 갯바람에 마당의 바람개비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날개 사이로 초겨울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텃밭에서 가을 당근 한뿌리 뽑아 대충 씻어 한입 덥썩 물어본다. 입안에 당근의 향긋함이 가득 퍼져간다. 태안의 초겨울 아침이다. 지난 초여름 장맛비 웅덩이에서 구사일생 살아난 들고양이 새끼는 노랑이와 고등어, 점박이 세 마리다. 어미 삼색이는 새끼들에게 거처를 양보하고 떠난 후 가끔 밥만 먹으러 온다. 어미와 새끼들이 같이 살아도 되련만 들고양
최근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가장 큰 화두는 인구 감소다. 유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인구 정책에 대한 전망도 장밋빛은 아니다. 인구 감소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가 들린다. 지역 경쟁력 역화로 인한 수도권 인구 집중 역시 실은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수백 년 뒤 수도권 인구마저 녹아내려 대한민국 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보도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수산학 박사인 이영호 제주대 석좌교수가 ‘바다, 또 다른 숲-탄소중립 해조류가 답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저자는 “농심을 이해한다는 것은, 땀 흘려 농사를 지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면서 현재 해남군 옥천면 주작산 자락에서 황칠나무 숲 농사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저자는 지도직 공무원으로서 경험하고 아파하고, 대학에서 연구·강의하며, 실생활에서 체득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털어놨다. 공동 저자인 박순미 박사는 그의 아내다. 완도 출신인 저자에게 바다가 희망이었듯이 숲도 희망이다.
한 시골 군청의 공무원이 하소연을 해왔다. 정치판 돌아가는 걸 보니 복장(腹臟)이 뒤집힌다는 거였다. 자기가 군무하는 지역의 인구는 과거 10만이 넘었는데 이제는 ‘10만’자를 떼어내고도 부족해 3만이 무너질 위기라는 것이다. 그래 3만 지키기 아이디어 모집, 떠나려는 병의원 잡아두기, 늘어나는 폐가 감추기 등 생존을 위해 별의별 일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 김포시는 집값 상승 덕을 보려고 서울시 편입을 요구하고, 집권당 대표까지 덩달아 박자를 맞추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겠냐는 거였다. 지방도 잘 살게 해주겠다고 큰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날씨가 초겨울처럼 쌀쌀하다. 세월이 갈수록 봄가을이 짧아진다. 태안 법산리 들판은 고추 수확이 끝나고 새롭게 난 마늘 싹들이 파릇파릇 새봄 같은 풍광을 이룬다. 겨우 내내 차가운 바닷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내년 여름에는 한 알의 마늘이 통마늘로 태어난다. 생강은 지금이 한창 수확 철이다. 속이 꽉 찬 배추도 더 영글어지고 무도 더 이상 크지 않을 정도로 튼실히 보인다. 아내는 김장 준비 생각에 분주하다. 멸치 새우젓갈은 벌써 준비했다. 소금은 일본 후쿠시마 방류 이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동네 염전에서 미리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