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알파고는 '바둑의 신'에 가깝다

커제, 알파고는 '바둑의 신'에 가깝다

  • 기자명 김경동 기자
  • 입력 2017.05.24 14:10
  • 수정 2017.08.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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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싱글버전에 CPU 아닌 TPU 사용

또 한번의 ‘세기의 대결’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세계바둑최강자인 커제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게 맥없이 무너졌다. 첫 대국은 중반 접어들기도 전에 이미 승부가 끝났다. 알파고는 커제의 속을 훤히 드려다 보고 있는 듯했다. 바둑을 잘 모르는 이들은 최종 커제가 1집반을 졌다고 하니까 아쉽게 졌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알파고가 작정을 하고 달려들면 훨씬 격차를 더 벌릴 수도 있을 정도의 국면이었다. 단지 알파고는 규정에 따라 승리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있기 때문에 승리가 확실시 되는 순간부터 안정적으로 바둑을 두게 된다.

대국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커제는 “알파고는 끝내기 단계는 물론 모든 착수 속도가 거의 똑같았다. 알파고는 확실히 아주 잘 뒀다. 사고방식이나 바둑의 이념 등 아주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배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기억 속에 알파고는 아주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줄곧 실리를 챙긴 뒤 싸우는 전술을 펼쳤는데 먼저 실리를 손에 넣기는 했지만 알파고가 귀 부분의 실리를 깨뜨리면서 내 전술이 무너졌고 흐름이 그에게 넘어갔다. 작년의 알파고와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그의 바둑은 아주 사람에 가까웠는데 오늘 느낌은 갈수록 ‘바둑의 신’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과 알파고의 차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보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알파고의 차이는 갈수록 커질 것이며, 사람과 사람의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나는 사람과 바둑을 두고 싶다”라고 말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이번 대국에는 바둑판 위에서 벌어진 반상대전 이외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분산형 버전을 사용했으나 이번 버전은 싱글버전이며, 또한 CPU(중앙처리장치)가 아닌 TPU(텐서프로세서유닛)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당시와 비교해 리소스가 10분의 1로 작아졌으나 더 강해졌다. '벡터와 행렬(tensor)을 처리하는 유닛'이라는 TPU는 구글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특화 시킨 맞춤형 ASIC칩이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에 적용된 차세대 TPU는 학습과 추론을 비롯한 머신러닝 워크로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CPU와 GPU는 강력한 컴퓨팅 성능으로 인공지능뿐 아니라 일반적인 연산과 시뮬레이션 등에도 사용되는 범용프로세서다.

커제가 첫 판을 두고 지난 번 이세돌과 둘 때의 알파고와 다른 느낌이 든다고 한 것은 알파고가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가진 TPU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신들의 TPU를 검증하기 위해 커제와의 대결을 준비한 듯하다. 결국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겨본 인간은 이세돌 9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오는 25, 27일 커제의 반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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