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커제, 알파고에 첫 판 완패

세계랭킹 1위 커제, 알파고에 첫 판 완패

  • 기자명 김경동 기자
  • 입력 2017.05.23 17:13
  • 수정 2017.08.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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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알파고는 갈수록 바둑의 신에 가까워지고 있다"

알파고의 완벽한 승리였다. 세계바둑 랭킹 1위 커제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3일 중국 '우전 인터넷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벌어진 '바둑의 미래 서밋(summit)' 알파고 對 커제 3번기 제1국에서 커제는 알파고에 맞서 289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1집반패를 당했다. 예상된 패배였다.

이날 대국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때와 마찬가지로 알파고 개발자 중 한 사람인 아자황 박사가 알파고를 대신해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커제와 마주앉아 대리 착수를 했다. 알파고는 시종 국면을 주도했다. 커제는 초반부터 3-3으로 실리작전을 들고 나왔다. 사석을 활용하는 알파고의 행마도 시선을 끌었다. 커제는 흑55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귀살이에는 성공했으나 전체적으로 엷어지면서 알파고가 편한 바둑이 됐다. 알파고는 우변에서 84부터 96까지 쉽게 처리하고 106과 같은 좋은 감각으로 승기를 잡았다. 커제는 알파고보다 시간을 두 배 이상 써가며 필사적으로 맞섰으나 알파고의 주도 면밀한 행마에 어느 순간 주도권을 빼앗기고 끌려 다녔다. 종반접어들 무렵 이미 승부가 알파고 쪽으로 기울자 알파고는 여유있는 행마로 커제의 추격을 따돌리고 딱 이길 만큼만 이겼다. 대국을 중국룰에 따라 알파고가 만약 정상적으로 뒀다면 그 차이는 더 컸을 것이다.

대국 종류 후 커제는 "알파고는 끝내기 단계는 물론 모든 착수 속도가 거의 똑같았다. 알파고는 확실히 아주 잘 뒀다. 사고방식이나 바둑의 이념 등 아주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배울 부분이 있다. 우리의 바둑에 대한 첫 생각을 바꿔야 한다. 두지 못할 바둑은 없는 것 같다. 그래야 대담하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자유로운 바둑을 둘 수 있다. 나도 오늘 대담하게 나의 생각을 넓혀나갔다. 내 기억 속에 알파고는 아주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나도 줄곧 실리를 챙긴 뒤 싸우는 전술을 펼쳐 먼저 실리를 손에 넣었지만 알파고가 귀 부분의 실리를 삭감하면서 내 전술이 무너지면서 그의 흐름으로 넘어갔다. 작년의 알파고와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그의 바둑은 아주 사람에 가까웠는데 오늘 느낌은 갈수록 ‘바둑의 신’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남은 대국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쳐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며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연초에 ‘master’라는 계정으로 세계정상급 프로기사를 상대로 60전 전승의 말도 안되는 성적을 기록하며 인간 바둑을 위협했다. 그렇게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맞대결 이후 1년 2개월의 업그레이드 기간을 거치며 더 강해진 모습으로 컴백했다.

커제는 세계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했으며, 현재 삼성화재배와 몽백합배 타이틀을 보유 중인 세계 랭킹 1위다. 현재로는 인류를 대표해 알파고에 맞설 가장 적임자다.

이번 서밋은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 이외에도 24일 인공지능관련 포럼을 개최하며, 26일에는 단체전과 페어전이 함께 열린다. 단체전은 스웨, 천야오예, 미위팅, 탕웨이싱, 저우루이양 등 5명이 한 팀이 되어 알파고와 겨룬다. 페어전은 ‘구리+알파고’ vs ‘롄샤오+알파고’의 조합으로 인간-알파고가 서로 한 팀이 되어 또 다른 인간-알파고와 대결을 펼친다.

제한시간은 3시간 60초 5회로 벌어지는 이번 3번기 맞대결은 우승상금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원)이며, 상금과 별도로 커제는 출전료 30만 달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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