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 기자명 오진곤 교수
  • 입력 2023.0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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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Tibet)에 ‘잘 살고 오래 사는 비결은 반을 먹고, 두 배로 걷고, 세 배로 웃고, 한없이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잘 살기 위한 소식(小食)과 걷는 것과 웃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우리들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 집 길고양이들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사료를 주면 우선 먼저 본 녀석이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다른 녀석들은 이를 본 차례대로 조용히 기다린다. 먼저 먹기 시작한 녀석은 사료를 결코 다 먹지 않고 반드시 얼마 간의 사료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난다. 처음엔 먼저 먹은 길고양이가 배가 불러 비켜주는가 싶었다. 오랫동안 녀석들을 관찰해보니 배가 불러서라기보다는 다른 동료들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길고양이들은 배가 부르도록 탐식을 하지 않고 적당하게 먹는 습성이 있다.

모친께서는 올해 104세다. 1920년생이시니 한 세기를 훌쩍 넘어 살아온 셈이다. 모두들 우리 집안이 장수 집안이라고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어머님의 음식 습성이 소식이라는 점이다. 자식들이 어머님 식사량은 새 모이만큼이라고 말할 만큼 평생을 소식으로 살아오셨다. 평소에 보약을 자주 드신 것도 아닌 것을 보면, 어머님의 소식 습성이 한 세기를 거뜬하게 지내오신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걷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부부도 태안군 법산리에 머무르며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반드시 만보 이상 걷는다. 동네 구조가 마을 한 쪽에서 시작해 다시 그 자리로 오기 웨해 도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만보를 넘는 거리만큼 걷게 돼 있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검진 1년 전 수치보다 모든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향상되었다. 상담 의사가 생활에 무슨 변화가 있었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서울에서 갯마을로 이사를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경치에 압도되거나 새로운 진리를 깨달아 큰 감동을 받으면, 엔돌핀(endorphin)의 수천 배가 넘는 다이돌핀(didorphin)이 발생한다. 두 시간 정도를 아내와 함께 이른 아침이나 석양 무렵을 산책하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갯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에 서로 감탄의 눈빛을 주고 받는다. 요즘은 수백 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들판에 앉아 먹이를 먹다 우리가 걷는 소리에 놀라 일제히 나를 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순간 도심에 사는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웃는다는 것은 많은 동물 중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웃음은 인간의 삶에 유익하다는 의미다. 중세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의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이 있다. 수도원의 장서관에 보관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II’에서 희극을 다루는데, 그 책을 읽는 자마다 죽임을 당한다. 누군가 그 책장 아랫부분에 독약을 발라 책장을 넘기기 위해 손가락으로 혀의 침을 바르는 순간 독살을 당하게끔 한 것이다. 수도원의 두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II’에서 다룬 희극을 가지고 격한 토론을 벌인다. 웃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호르헤 수도사는 희극을 쓴 아리스토텔레스 자체가 죄악이며 사악하다고 몰아붙인다. 베닌티오라는 수도사는 희극이라는 것이 참으로 인간의 삶에 유익하며 진리를 나르는 수레라고 반박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도원이 아니라 서로가 마주 바라보며 사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후 어린아이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 많이 사망했는데, 유독 어느 시설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생존해 있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만져주고 안아주는 스킨십(skinship)을 많이 해 주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표현은 그만큼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했다. 어린아이들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애정과 사랑은 중요한 삶의 요소이다. 동양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에게는 서툰 인사법이 서양인들에게 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안아주고 얼굴을 맞대며 애정을 표현한다. 사랑은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표현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나는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티베트의 속담처럼 적게 먹고, 두 배로 걷고, 세 배로 웃으며, 한없이 사랑한다면 분명 우리의 삶은 더 풍성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달빛 아래 세상처럼.

오진곤(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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