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폭발하는 스파이 액션 '유령'...치열한 의심과 경계 끝에 남은 아름다움

[시사회] 폭발하는 스파이 액션 '유령'...치열한 의심과 경계 끝에 남은 아름다움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1.12 13:22
  • 수정 2023.01.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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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애틋한 캐릭터 매력 돋보여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밀실 스파이 액션 ‘유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CGV에서 영화 ‘유령’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이해영 감독을 비롯,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성에는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이 비밀리에 활약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카이토는 ‘흑색단’의 총독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조선총독부 내의 ‘유령’을 잡기 위해 덫을 친다. ‘유령’으로 의심 받은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벼랑 끝 호텔에 갇히고, 서로를 유령으로 지목해야만 무사히 살아 나갈 수 있다.

영화 ‘유령’은 ‘독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 압도적인 캐스팅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섬세한 스토리는 절벽 끝에 위치한 호텔에 갇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인물들의 짙은 의심과 경계를 극대화시켰다.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스파이 밀실 액션’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유령’은 벼랑 끝에 놓인 호텔가 주는 긴장감과 인물간의 얽히고 설킨 대립이 선사하는 밀도 높은 감정선을 선명하게 담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봐 왔던 플롯을 뒤집어 새로운 플롯을 만들어냈다. ‘유령’이 누구인지 밝혀야만 호텔 밖을 나갈 수 있다는 설정이지만, 영화는 유령이 누구인지 과감하게 드러내고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객의 호기심이 계속 증폭될 수 있는 지점을 열어둔 점이 몰입도를 높인다. 서로의 존재를 파헤쳐야 하는 추리 요소와 함께 각 캐릭터의 전사와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한정된 장소, 극한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폭발하는 액션이 긴장감과 쾌감을 한번에 자극한다.

‘유령’은 액션과 스토리의 매력을 모두 잡았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상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이해영 감독은 각 캐릭터에 궁금증을 심어준 초반부와 본격적인 액션이 펼쳐지는 중반부 사이를 탄탄한 반전으로 채웠다. 그만큼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났다. 1930년대의 경성을 구현하기 위한 섬세한 미장센의 향연도 눈길을 끈다. 

작품 시사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영 감독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 좀 더 액션에 가깝다. 그러면서 영화의 온도가 더 뜨거워지고, 역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캐릭터 무비로 불리면 좋겠다. 배우들의 호연 가장 빛나면서, 작품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며 작업했다”며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을 맡은 이하늬는 영화를 초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사로잡는 주인공이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애틋한 이하늬의 열연은 제작발표회 당시 “백지에 이하늬라는 점을 찍었더니 '유령'이 됐다”는 이해영 감독의 말을 완벽히 납득시켰다. 치밀한 감정 연기부터 과감한 액션까지 선보인 이하늬는 관객에게 ‘박차경’의 매력을 제대로 새겼다.

이하늬는 “‘박차경’이라는 역할은 제가 너무 애정하는 캐릭터였다. 연기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나도 모르는 감정들이 안에서 끓고 있지만 드러내서는 안되는, 슬픈 일이 있어도 크게 울 수 없고 화가 나도 화를 낼 수 없는 캐릭터라 재미를 느꼈다. 극중에서 박차경이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라는 말을 한다. 삶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사는 인물”이라며 ‘박차경’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중 등장한 액션에 대해 “액션 신을 후반부에 찍었다. 그 장면을 머리에 지닌 채 6개월을 보냈다. 체력이 없으면 이도저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체력 준비를 열심히 했다. 멋있게 찍는 액션이 아니라 힘의 실랑이와 감정이 깃든 액션이라 트레이닝 할 때부터 쉽지 않았다”며 거친 액션 연기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이어 “역도산과 붙어야 한다는 중압감로 몇 개월을 보냈다. 막상 역도산을 만나 촬영을 하는데, 주먹이 들어간 후에 안 빠지더라”며 과거 설경구가 연기했던 ‘역도산’ 캐릭터를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해영 감독은 이하늬와 설경구의 치열한 액션에 대해 “성별의 대결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싸우는 게 아니라 성별 떼고, 계급장 떼고 붙자는 기세로 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장면을 설계했다”며 구상한 포인트를 밝혔다.

또한, “당연히 이하늬보다 설경구가 피지컬이 좋고, 촬영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하늬를 잘 케어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간 후 두 컷 정도 찍고 나니 설경구 선배님이 괜찮으신지 살펴가며 찍었다. 설경구가 역도산이라고 표현했는데, 이하늬는 마동석”이라며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이하늬의 연기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하늬가 하지 않으면 이 영화는 못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차경’을 따라가면서 유령의 이야기를 열었다”고 전하며 배우 이하늬의 임팩트를 강조했다.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설경구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조선인 어머니를 둔 ‘쥰지’는 유령으로 의심 받은 상황에 분노하는 한편 다양한 갈등과 의문점을 남기며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의 연기에 대해 “‘쥰지’가 본인의 감정과 출신, 성공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것들을 녹여내야 했던 장면이 있다. 테이크가 시작됐을 때, 제가 선배님의 연기에 얼어 붙었다. 엄청난 연기에 컷을 하지 못했는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전율이 인다. 연기를 촬영한 게 아니라 뭔가 엄청난 걸 목격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설경구의 연기를 회상하며 감탄했다.

설경구는 “굉장히 부담 되는 신이었다. ‘쥰지’에 대한 연민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잔인한 대사이지만, ‘쥰지’의 입에서 나오니까 그가 겪어온 정체성 혼란과 콤플렉스 그리고 그것을 지우려고 권력에 집착했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며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박해수는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역을 맡았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박해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악랄한 경호대장 ‘카이토’로 완벽히 분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폐 안 끼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카이토’가 저에게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외면으로 드러나는 질투심이나 시기심들을 표현하기 위해 일본어 선생님과 밤낮 없이 숙박하면서 연습했다. 동료 배우 분들이 큰 자신감을 주셨다. 많은 배우들의 초인적인 힘이 나올거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유령'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 역을 맡은 박소담은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액션과 날카로운 캐릭터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믿고 보는 배우답게, 박소담은 ‘유령’에서도 캐릭터의 입체감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작품의 열쇠인 동시에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서현우 등 선배 배우들을 압도해야 하는 역할의 힘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데뷔한 바 있는 박소담은 “감독님이 믿어주셨던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스스로 진짜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극중 설경구, 이하늬 등의 배우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장면에 대해 “속으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힘차게 대사를 내뱉을 수 있도록 두 선배님 뿐만 아니라 모든 선배님들께서 에너지를 주셨다. 그 눈을 바라보며 최성르 다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유령’ 촬영 이후 갑상선 유두암 선고를 받고 큰 수술을 치뤄야 했던 박소담은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를 이어갔다고 전해졌다.

그는 “이하늬 선배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위안이 된다. 극중 ‘박차경’ 캐릭터가 하는 “살아”라는 대사가 그 당시 저에게 굉장히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났다. 촬영 하는 내내 선배님한테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컸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박소담의 힘든 시기를 함께 공유한 출연진은 함께 눈물을 보이며 함께 작업한 동료간의 애정을 드러냈다.

함께 눈물을 쏟은 이해영 감독은 “영화의 후반 작업을 1년 반동안 했다. 이 영화에서 빛나는 모든 순간들을 배우들이 만들어주셨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다. 박소담 배우는 그때 몸 컨디션이 좋을 때가 아니었고, 서로 그걸 몰랐다. 그 상태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았나 싶어 미안했다”며 고마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하늬 또한 “(박소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살아있는 기백이 너무 좋았다. 누구를 만나도 단단한 배우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평소에는 살갑던 친구가 연기에 돌입하지마자 ‘정말 배우구나’ 싶은 존경스러운 부분이 정말 많았다”며 극찬했다.

끝으로, 설경구는 “영화의 개봉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어려운 시국을 지나고 아직 영화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희의 인생이 담기고 피와 노력이 담긴 선물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장르를 허물고 폭발하는 스파이 액션, 믿고 보는 배우들이 탄생시킨 전무후무한 캐릭터들의 의심과 경계를 담은 영화 ‘유령’은 오는 1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용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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