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대화구도로 바뀌어야 한다

남북 다시 대화구도로 바뀌어야 한다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12.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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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이고 태평양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유교문화권 대 기독교문화권, 자본주의세력 대 공산주의세력의 대척지대가 되었다. 그래서 늘 주변 열강으로부터 침략과 분단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중국은 한반도가 자국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망치로’, 일본은 ‘자신들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로’, 미국은 ‘동북아의 전진기지로’, 러시아는 ‘자국의 팽창에 분리될 수 없는 행동반경으로’ 각각 인식하면서 결코 영향력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북한의 핵과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상황은 역대급이지만, 따지고 보면 ‘오래된 현재성’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한반도는 예칙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변 열강은 힘이 강하거나 국제정세가 유리하다 싶으면 단독으로 집어삼키려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쪼개어 반쪽이라도 야욕을 채우고자 했다.

16세기 일본이 임진왜란의 전후처리 협상과정에서 명나라에 조선을 양분하여 남반부를 일본에 넘기라는 제의를 한 이래 주변열강은 틈만나면 한반도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거나 분할지배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중립화를 제기하였다.

1882년 일본과 청국이 조선에서 패권을 다툴 때 일본이 미ㆍ영ㆍ불ㆍ독 4개국 협정을 통한 한반도 중립화론을 제기한 것이나, 일본이 청국과 전쟁(청ㆍ일전쟁)을 하면서 조선중립화를 제의한 것은 모두 전통적인 한ㆍ청관계를 끊고 일본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술책이었다. 이같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치는 계속되었고, 지금 극한점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민족내부끼리 낡은 이념싸움과 이해다툼과 지역갈등을 벌일 여유가 없다. 국제적 대전환의 시대에 민족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소형화ㆍ 경량화ㆍ다중화를 이룬 북핵,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향후 30년이면 바닥날 석유자원과 대체에너지개발, 지구온난화, 식량무기화에 따른 양곡수급, 물부족, 자원고갈, 오존층파괴, 환경호르몬, 저출산과 노령화, 불균형한 남녀성비, 국제공용어와 민족언어보호, 군축문제, 이질화된 문화, 사이버세계의 팽창, 생명공학의 궤도이탈, 인간게놈 프로젝트, 나노기술, 가족해체, 지배층의 이익집단화 등 민족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세기가 그나마 ‘예측가능’ 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한계와 각종 재앙에 부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이 적대하고서는 민족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민족은 현재 중국에 150만명, 일본에 120만명, 미국에 250만명, 러시아연방에 100만명을 포함하여 세계 142개국에 700만명에 이르는 교민을 갖고 있다. 본국 인구와 비율로 따질 때 유태인 다음이고 절대다수에서는 중국인, 이탈리아인 다음가는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특히 미ㆍ중ㆍ일ㆍ러 4대 강국에 집중적으로 많은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도 특색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영토가 곧 국력이고 인구가 국제적인 파워의 상징이 되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이 영토와 인구에 못지않은 국력이고 힘의 상징인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의 인터넷, IT기술을 통해 4대강국을 포함하여 세계 곳곳에 산재한 한민족을 외교력과 정보통신으로 엮어나간다면 상품 수출은 물론 한민족의 문명권과 문화를 범세계적으로,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ㆍ예술 등 대한민국의 이미지상승이 상품수출로 이어지고 교민들의 지위향상으로 연결되면서 한민족의 문명권은 세계사의 변방에서 중심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자.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유일한 냉전지대다. 유엔가입 200여 개국 중 유일한 분단국이다. 분단 이후 열전ㆍ냉전ㆍ신냉전을 모두 겪은 유일한 민족이다.

지금 중국은 시황제를 꿈꾸는 시진핑의 대국주의, 미국 조 바이든의 자국우선주의, 21세기 짜르의 길을 걷고 있는 푸틴의 러시아,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군사대국을 추진하는 기시다 후미오의 일본, 동서남북 어디에도 우리 운명이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남북화해 협력을 통해 민족적인 구심력으로 외세의 원심력에 대응하면서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간신히 유지되던 대화구도가 정권교체로 다시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대화구도로 돌려야 한다. 여차하면, 누군가 오판하면 우리는 다시 화약고로 덤불지고 들어가게 될지 모른다. 국토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후손들로부터 빌려 쓴 땅이기도 하다. 대화 외에 달리 길이 없다.

우리는 먼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동안 잘못된 교육의 영향으로 지금 10대, 20대들은 통일보다 분단상태를 선호한다. “북한 사람들을 왜 우리가 먹여살려야 하느냐”는 식이다.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남북한의 심각한 소득 불균형은 동질성의 회복은커녕 적대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예멘의 경우를 보면 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지하자원과 우수한 노동력이 결합하면 새로운 ‘한반도 경제권’이 형성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시베리아의 질 좋은 석유와 가스를 육로를 통해 공급받으면, 중동보다 1/2~1/3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북한도 일정한 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다.

중단되고 있는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남한에서 열차를 타고 길림을 거쳐 베이징에도 가고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1.300년 동안 한겨레로 더불어 살아온 남북이 분단 80여 년의 장벽을 허물 때, 4차산업혁명기에는 한민족이 낙오하지 않고 선진화의 선두에 함께 서게 될 것이다. 우리 역사는 어려울 때마다 국난극복에 앞장섰던 국민(인민)의 힘이 있었다. 거듭, “이땅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지만,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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