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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 될 거야’를 ‘돼’로 바꾼 태극전사들
  •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2.1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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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하나. 눈물과 멀어진지 꽤 됐다. ‘남자는 태어나 세 번만 운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 나도 태극전사들이 만든 기적 같은 드라마 앞에서는 붉어지는 눈시울을 막을 수 없었다. 6일 오전 0시(한국시간) 열리는 브라질과 16강 경기서도 또 한번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대회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16강에 오르려면 조별리그 3차전서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고, 우루과이-가나 간 경기가 우루과이의 승리로 끝나야 했다. 또 우루과이가 이기되, 골득실을 따져야 하기에 대량 득점을 해선 안됐다.

바늘구멍 같은 확률에도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카잔의 기적’을 4년 뒤인 이날 ‘알라이얀의 기적’으로 바꿨다. 그때처럼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이 한국의 첫 골을 뽑아냈고, 독일 상대로 쐐기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또 한 번의 전력 질주로 황희찬의 역전골을 도왔다.

16강 진출 과정도 극적이었지만, 그동안 대표팀을 향한 비난과 안 될 것이란 비관적인 여론을 이겨내고 만든 결과라 더욱 감동적이었다.

부정적인 시선은 대회 시작 전부터 존재했다. 가수 딘딘의 경우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다들 글 보면 무슨 16강 갈 것 같습니다 등 말 같지 않은 소리 하니까 짜증 나는 거지 진짜”라며, “행복 회로 왜 돌리냐고. 우리가 음원 낼 때 ‘이번에 1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랑 뭐가 다르냐, 안될 거 아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에 비해 FIFA 랭킹이 낮고, 원정 대회 16강 진출은 2010년 남아공 대회가 유일했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그러나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인 것도 분명했다. 나중에 “경솔했다”라며 사과했지만, 대표팀은 물론 응원하는 이들까지 싸잡아 내리깎은 딘딘의 말은 이미 온갖 커뮤니티에 퍼진 뒤였다.

(사진=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포르투갈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경기 승리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도 날카로운 말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승리를 예상했던 가나전 패배 후 비판을 넘은 비난이 쇄도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직전 안와골절로 수술 후 마스크까지 써가며 대회에 나섰다. 대표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집념 하나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1차전부터 풀타임을 뛰었다. 과거 페르난도 토레스, 카카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부상 여파에도 무리해서 월드컵에 참가한 뒤 기량이 가파르게 떨어졌던 전례가 있었지만,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의 투혼을 깨웠다.

하지만 몸 상태가 완전치 못하니 제 기량이 나올 리 만무했다. 마스크가 불편한지 경기 내내 고쳐 쓰는 모습이 포착됐고, 헤딩 경합 중에는 흘러내려 시야를 차단하는 장면도 나왔다. 부상 여파가 부진으로 이어지자 손흥민의 SNS에는 “아프면 벤치에나 있지 뭐 하러 나와서 팀에 폐를 끼치냐”, “빠지는 게 도움이다” 등 자칭 축구팬이라는 일부 악플러의 막말이 쏟아졌다.

그러나 손흥민은 가장 중요한 순간, 자신이 왜 한국 축구 에이스인지 보여줬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후반 추가시간 온 힘을 짜내 달렸고, 상대 선수 6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침착한 패스로 16강 진출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 며칠간 이어지던 비난을 환호로 바꾼 활약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쏟아진 ‘안 될 거야’라는 시선에 당당히 ‘돼’라고 대답한 태극전사들.

이 각본 없는 드라마에 눈시울을 붉혔다면, 이젠 날선 말보다 먼저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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