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신의 상징인 정치로 스포츠를 오염시키지 말라

[기자수첩] 불신의 상징인 정치로 스포츠를 오염시키지 말라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2.11.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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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역대 가장 빠르게 개막을 했던 K리그는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제 각 팀들은 재정비 시간을 가진다. 이 기간 동안 선수들의 이적이 큰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있던 올해는 시민구단들을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민구단 구단주는 지자체 단체장이다. 그러다 보니 구단주가 속한 정당과 인물이 달라지면 축구단 고위직도 바뀐다.

최근 시민구단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강원FC, 수원FC도 이런 관행을 피하지 못했다. 강원과 수원은 과감한 투자의 기업구단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운영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강원 이영표 대표이사, 수원 김호곤 단장은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스폰서 유치, 예산 확보와 같은 재정적인 부문부터 선수 영입까지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모두 소속팀 사령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팀의 방향성을 설립했다. 올 시즌이 계약이 만료된 두 사람은 나란히 재계약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두 구단의 수장이 이번 지선에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시즌 말미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들이 나돌았고 끝내 공식화됐다. 구단주와 가깝거나 선거 운동에 도움을 준 인물을 후보에 올랐다. 정치적 시선으로 축구단 운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강원과 수원 뿐만 아니라 성남FC는 축구단 자체가 사라질 위기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FC를 비리의 온상으로 바라보며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즌 도중 성남FC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선수단이 크게 동요했다. 결국, 시즌 내내 반등을 하지 못한 성남은 K리그2로 강등됐다. 더군다나 새 시즌 예산 대폭삭감이 예상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후보 시절 대구FC 기업 매각설을 말하면서 팬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 모두 구단주들이 시민 반발에 한 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도중 단장과 감독이 연이어 사퇴했던 K리그2 안산 그리너스도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이다. 성적 부진이 겹쳤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전임 시장의 색깔을 지우기 때문이다.

모든 단체장들이 시민구단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모범적 구단주로 뽑히는 최대호 안양시장은 FC안양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꾸준히 성원을 보내고 있다.

시민구단은 재원의 대부분을 지자체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성적에 따라 예산이 흔들린다. 성적과 성과에 따라 냉정히 평가를 받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단순히 지자체장이 바뀌었다는 것만으로 자기 사람 꽂는 방식으로 시민구단 존재를 위협해도 좋은 것인지 묻고 싶다.

정치적 외풍에 따라 시민구단을 흔드는 일은 지역 연고 정착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민의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시민구단은 단체장들의 자기 사람 챙기기 도구가 아니다. 시민구단의 진정한 주민은 지역 주민이다.

시민구단은 K리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시민구단의 K리그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시민구단이 정치적 외풍에 의해 계속 흔들린다면 K리그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고 한국축구 발전의 미래를 암울하게 길이다. 더 이상 시민구단을 정치 논리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더 이상 불신의 상징인 정치로 스포츠맨십이 근간인 스포츠를 오염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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