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안컵 유치 실패와 무능한 스포츠 외교력

[기자수첩] 아시안컵 유치 실패와 무능한 스포츠 외교력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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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시안컵 유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축구협회는 유치전 패인으로 오일머니를 꼽았는데, 정말 원인은 돈 하나뿐인 걸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2023 AFC 아시안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택했다. 이로써 카타르는 오는 11월 20일 개막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비롯해 2023 아시안컵, 2024년 23세 이하(U-23) 아시안컵까지 개최하게 됐다. 세계 최고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과 굵직한 아시아 대회가 연달아 카타르에서 열리는 셈이다.

한국은 63년 만의 아시안컵 국내 개최를 위해 이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서 열릴 대회였기에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열려야 한다는 점, 아시아 축구 강자인 한국에서 반세기 넘게 열리지 않았다는 점, 주요 대회가 서아시아에서 많이 열리는 만큼 균형 발전을 위해 개최지를 분산해야 한다는 점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국은 실패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유치전 패인으로 ‘오일머니’를 꼽았다. 

협회는 “카타르가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워 유치에 뛰어들면서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의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동 국가들의 파격적 공세와 지원도 판세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2027년 대회 유치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축구 발전이란 명분으로 2023년 대회 개최지가 중동이 될 경우 중국 개최 철회로 인해 발생하는 AFC의 재정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별도로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회의 입장처럼 이번 아시안컵 유치 실패를 오직 돈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분명 외교력의 문제도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019년 AFC 부회장과 FIFA 평의원 선출에서 모두 낙선하면서, 우리는 국제무대의 외교력을 상실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 개최권을 결정한 AFC 집행위원은 총 23명인데, 그중 한국인 위원은 없었다. 아시아 축구에서도 변방으로 거론되는 미얀마와 몽골, 필리핀 심지어 북한 위원도 있는데 한국은 내부에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다른 국가들과 교감을 나눌 인물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지난 2019년 당시 2023년 아시안컵 유치를 신청했다가, FIFA 여자 월드컵 개최로 선회하며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더 큰 규모의 국제 대회를 택한 셈인데, 그해 말 여자월드컵 유치 신청도 철회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이 같은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포기한 유치권을 갖기 위해 급하게 나선 모습은 다른 AFC 국가들에 신뢰감을 주기 어려웠다.

협회는 이번 아시안컵 유치 홍보영상에 손흥민은 물론, BTS라는 K팝 스타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나 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진 이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바람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외교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는 법이다. 꾸준한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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