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강국 대한민국과 카카오 공화국의 빛과 그림자

[기자수첩] IT강국 대한민국과 카카오 공화국의 빛과 그림자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2.10.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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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멈추자 일상이 마비됐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IT강국’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막힌 가슴을 어루만져야 했다. 일그러진 저마다의 자화상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 참담한 IT강국의 빛과 그림자 앞에서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들의 상처받은 자존심은 카카오에 대한 거센 비난으로 이어졌다. 

카카오 위기 대응 능력은 거의 제로 상태, 아니 무능력 그 자체였다.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경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바로 데이터센터 서비스 전원을 차단했다. 이후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됐다. 순간, 주말의 대한민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사적 연락은 물론 교통, 금융, 쇼핑, 게임 본인인증 등 카카오 플랫폼으로 연동된 일상이 마비됐다. 카카오에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서비스 장애로 생업에 타격을 입었고, 택시를 비롯한 교통수단 이용도 대란을 겪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빈번한 서비스 장애를 빚어왔다. 이번에는 12년 역사상 최장 시간 장애라는 대형 사태로 이어졌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안전 불감증과 한 기업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위기대응 능력과 예방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부터 잘못됐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의 안내를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카카오 공식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약 3만 5000명.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상이 멈췄다. 

이러한 사태를 문자로라도 알렸어야 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스마트 앱으로 출시되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무료 메신저’는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누적 가입자 1억 명을 넘었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98%가 카카오톡을 설치할 정도로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애초에 카카오톡 서비스는 한국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계정에 등록된 휴대폰 번호로 사태를 안내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카카오공화국에 살고있는 셈이다. 택시 호출을 시작으로 은행 업무, 미용실 예약, 대리운전, 스크린 골프, 꽃 배달 등 카카오가 손대지 않은 업종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전문가들은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를 확장하는 사업모델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카카오톡 먹통에 이용자들은 대체 앱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세요’라는 광고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T’ 먹통에 우티·타다·아이엠 택시 등 이용자가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10년간 ‘국민 어플’로 자리매김한 카카오톡의 지위가 단기간 내 흔들리긴 쉽지 않다. 대체재가 있다 하더라도 이용자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독점적 플랫폼 사용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정부는 반복된 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카카오가 가입 정보 하나로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강력하고 분명하게 제재해야 한다. 그것만이 잠시 추락한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경쟁력을 바로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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