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스토킹 범죄 대책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스토킹 범죄 대책

  • 기자명 설재혁 기자
  • 입력 2022.09.22 09:48
  • 수정 2022.09.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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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여자 역무원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 21일 구속 송치됐다.

가해자 전 씨는 피해자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불법 촬영 영상물을 빌미로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협박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올해 2월과 7월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가해자는 1심 재판 선고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신고와 고소 이후에도 끊임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한 전 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초래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반의사불벌죄'가 이러한 비극이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지난해 10월에도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반의사불벌죄 조항 등이 포함돼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묻히고 말았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법무부는 이제야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현재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초기에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장애가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 2차 스토킹범죄나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과 검찰, 법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연일 대책 방안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보완책 마련에 불이 붙었을까? 국민들은 정부와 사법당국을 향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금 정부와 사법당국이 해야할 일은 유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만은 "일단 비판여론부터 피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설재혁 기자 jaehyeok9@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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